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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찬의 리허설을 지켜보던 중 그가 무대 위에서 연습한 곡은 다름 아닌 ‘하농(Hanon)’이었다. 바이엘을 마치고 체르니 과정으로 넘어갈 때 함께 배우기 시작하는 교본이 바로 하농이다. 하농은 반복되는 구간이 많아 너무 지루해서 피아노를 배우는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대표적인 연습곡이기도 하다. 그런데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가 공연을 앞두고 하농 연습이라니.
“달라진 것은 없다. 우승했다고 실력이 느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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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의 진실은 종이든, 생물체이든, 개인이든 가장 성공적인 개체는 거의 예외없이 ‘다정함’을 강화하는 쪽으로 진화됐습니다. 진화를 통해 얻게 된 새로운 종류의 친화력이 새로운 종류의 협력으로 이어졌고, 그로 인해 종이 엄청나게 번창하게 된 것입니다. 생존 게임의 승자는 '적자'가 아니라 '다정한 자'입니다.
우리는 개를 사람이 길들였던 것 아닌가 생각하기 쉽지만 사람이 길들인 게 아닙니다. 늑대 가운데 사람들 가까이 다가가서 친화력을 보인 개체들이 종으로서 생존에 더 유리하다는 것을 알게 된 뒤 자연선택적으로 개로 진화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가 그들을 선택한 게 아니라 늑대가 인간를 선택한 것입니다.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낯선 사람을 만나게 되더라도 같은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면 쉽게 연대할 수 있습니다. 전혀 모르는 사람도 마치 가족처럼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죠. 그 어떤 종도 지구에서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 종은 사람 밖에 없습니다. 낯선 사람과 그렇게 빨리, 깊게 연대할 수 있는 경우는요.
하지만 다정함의 역설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인간은 가장 친절한, 다정한 종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가장 잔인한 종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정체성, 그룹에 대해 깊게 연대하고 공유하는 만큼, 공격을 받았다고 느끼면 엄청나게 폭력적이 되고 자신을 위협하는 자들에 대해 잔인해집니다. 인간은 가장 다정하지만 가장 잔인할 수 있는 종으로 진화해 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안에 다정함을 더 끌어내기 위해서는 사회적 전략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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