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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나는 H마트에만 가면 운다." 어떤 문장은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단숨에 뛰어넘는다. 설명할 필요 없는 압도적 감정에 사람들을 몰아넣는다. 문학이, 모든 예술이 꿈꾸는 경지다. 'H마트에서 울다'의 작가 미셸 자우너가 어머니 10주기를 맞아, 어머니의 나라에서 1년을 살아보기 위해 서울 마포의 작은 빌라에 전세를 얻었다.
"아직도 가끔 슬픔이 해일처럼 덮쳐와요. 예전처럼 오래가진 않지만요. 그런데 요즘은 슬픔을 느끼는 그 순간도 약간 행복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이상하게 들리죠? 자식인 내가 살아서 이런 사랑과 그리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엄마가 여기(가슴께를 톡톡 치며) 머무른다는 건 행복한 거예요. 슬픔이 밀려올 땐, 그 감정을 그저 느끼며 기다리는 것(just feel and wait)도 방법이죠."
(부모는 우리의 영웅이었다가, 넘지 못할 산이었다가, 절망과 수치와 미움이 되기도 하죠. 그리고 그 사랑을 너무 늦게 깨달아 평생 후회하고 아프게 합니다. 그런 부모 자식의 요동치는 관계가 우리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든다면, 그건 왜일까요.) "그게 바로 인생의 진정한 모습이기 때문이죠. 부모 자식이라는, 거짓이 끼어들 수 없는 날것 그대로의 관계가 모든 인간관계의 원형이니까요. 그걸 빼고 우리가 인생을, 아름다움을, 말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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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는 '벤치 입양' 기부금을 내고 공원 벤치에 메시지를 새긴 명판을 달 수 있다. 거기 담긴 사랑의 말들을 한참 보았다. "우리는 네 덕에 엄마와 아빠가 되었어. 너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우리의 천사야. 영원히 우리 마음속에 있을 거야." 아이가 일찍 떠난 부모의 메시지였다. "레미 제인, 레미 제인, 뭘 보고 있어?" 떠난 사람이 벤치에 앉은 듯 새겨 둔 메시지였다. 낯 모를 시민들의 짧은 말 속에 긴 감동이 있었다.
그저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것이었다.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낼 때 우리는 그를 잘 기억하기 위해 무엇을 할지. 무슨 말을 남겨야 할지. 혹은 내가 언젠가 혹은 갑자기 떠날 때 무슨 말로 남으면 좋을지. 우리 모두 누군가를 기억하는 말을 남겨야 할 때가 올 테니. 그 끝에 우리 역시 결국 두 줄쯤의 말로 남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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