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올 댓 이즈』 제임스 설터
비어트리스는 그녀의 아버지가 죽어가던 모습을 생생히 기억했다. 그래서였을까? 은근히 가을을 두려워했다. 8월 말경, 나무가 여름의 황홀한 양기를 받아 무성한 잎을 거느리다가 어느 날 갑자기 기이하게 차분해졌다. 기다렸다는 듯 즉시 깨달았다. 다들 알았다. 만물이 알았다. 딱정벌레, 개구리와 까마귀가 잔디밭을 숙연히 가로질렀다. 정점에 달해 천하를 품었던 태양이 스러져갔다. 사랑받던 모든 것이 위기에 처했다.
그는 그녀의 현재뿐 아니라 미래까지 사랑했다. 그녀의 또 다른 가능성은 상상할 수 없었고 중요하지도 않았다. 다를 까닭이 없었다. 누구나 사랑에 빠지면 미래가 꿈결같이 보이니까.
로르카는 죽음에 대해 말했다. 위로할 길 없는 죽음이 있으므로 삶이 아름답다고.
나이는 서서히 들지 않는다. 순식간에 몰려온다. 어제오늘 아무 변화 없다가 일주일 후에 모든 게 달라진다. 일주일보다 더 빨리, 하룻밤 새 그럴 수도 있다. 여전하고 또 여전하다 어느 날 아침 갑자기, 입가에 뿌리 깊은 주름 두 줄이 선명하게 나타난다.
난 죽을 때까지 아름다울 거야. 난 아름답게 죽을 거야. 난 죽을 때도 아름다울 거야.
어쩌면 모든 게 삶을 꾸리기 위한 일 아니었을까?
그는 비비언이 어땠는지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특정 순간만 모아 떠올리는 사진첩 같은 기억뿐이었다. 그녀 목소리는 기억나지 않았다. 그리고 사뭇 놀랍게도, 왜 그토록 그녀와 결혼하고 싶어 했는지 잊어버렸다.
한 가지만은 확실했다. 어쨌건 앞서 살다 간 모든 사람과 다름없이 가리라. 그들 모두 간 곳으로 그도 가리라. 믿기 어렵지만, 그가 아는 모든 것도 그와 함께 사라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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