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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상담 중에 갑자기 눈물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흘리는 분들이 있습니다. "내가 왜 이러지...별로 힘든 일도 없는데... 선생님 너무 죄송해요.". 이런 분들은 오랜 동안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와서 자신이 얼마나 힘든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구도 안아주지 못했던 그 마음, 비난받지 않고 안전하다는 확신이 있어야 비로소 드러낼 수 있는 마음인지도 모릅니다. 이럴 때는 그동안 무거웠던 마음을 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실컷 우셔도 됩니다.
슬픔에 빠진 뇌는 더 강력한 슬픔을 경험하게 되면, 감정을 관장하는 변연계가 자극되어서, 슬플 때 펑펑 울거나 슬픈 음악을 듣고 나면 오히려 마음이 후련해질 수 있습니다. 슬픈 시나 노래 가사를 음미하면, 우리의 뇌는 거울 신경세포가 있어서 자신의 감정을 공감해주는 것으로 인식합니다. 슬픔은 눈물로 치유될 수 있습니다.
삶이 얼마나 힘들까요. 아직도 지금 일어난 일인 줄 착각하는 뇌에게 자주 말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상처는 지나간 일이라고. 남들은 모두 즐겁고 순탄하게 잘 사는 것 같은데 나만 고단하고 풀리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 때는 더 힘들 수 있습니다. 타인에게로 향한 조바심이나 남의 반응을 수신하는 안테나를 잠시 꺼두시고 내 마음의 슬픔에 귀기울여보아도 됩니다. 정말 그동안 수고 많으셨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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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 어린이가 책을 읽다가 장례식은 왜 3일이나 하는 거냐고 물었다. “시간을 두고 슬픔을 나누는 거야”라고 설명했더니 다시 물었다. “그런데 슬픔을 왜 나눠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이상했어요. 슬픔을 나누면 슬픈 사람이 많아지잖아요.” 나는 당황해서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진짜로 나누어 갖는 게 아니라 그냥 마음을 표현하는 거라는 식으로 대답했던 것 같다. 다시 그런 질문을 받는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슬픔은 실제로 있어서, 한번 생기면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슬픔을 둘이 나누면 두 조각이 되고, 또 나누어서 네 조각이 되고, 그렇게 작아지다가 어느 만큼 되면 이제 가지고 있을 만해지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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