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는 휴가보내기

2023.07.06 | 조회 896 |
0
|

remem.

 

#

핀바는 기찻길이 좋다. 두 선로 사이는 가까워지지도, 멀어지지도 않는다. 평생 평행선이다. 사람들과도 이랬으면 좋겠다. 호기심으로 다가와서는 상처만 주고 멀어진다. (···) 자신의 삶에 아무도 들이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핀바는 어느덧 그 둘과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가 된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걸 깨달은 핀바는 더 이상 예전의 키 작은 핀바가 아니다.

좋은 가족은 못 뒀어도 좋은 친구를 가졌다면 그 사람은 행복하다. 넘어져도 끝까지 손잡고 일으켜줄 존재는 형제보다도 친구일 때가 많다. 무릇 어린 시절 친구가 최고라고들 하지만, 나이 들어 사귄 친구도 그 못지않다. 일상 중에 어쩌다 마주친,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 맺어준 관계. 서로의 인생길을 가다가 하나의 꼭짓점에서 교차할 때,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상대의 존재를 알아채면 마치 태어나기 전부터 맺어진 인연처럼 각별해진다.

원문

 

#

나 역시 쉼도 목표지향적 노동이 된 지 오래다. 휴일이나 휴가 때도 읽고 쓰는 일에 도움 될 일을 한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전시장을 찾거나, 다음에 쓸 무엇을 위해 자료조사를 한다. 아이와 함께 쉬는 날에도 도서관에 가 아이 나이에 맞는 책을 고르거나 어린이 박물관, 과학관, 미술관, 체험관, 하다못해 원데이 놀이 수업을 예약하고 하나라도 더 보고 경험하도록 계획한다. 그러곤 우리의 쉼을 매우 만족한다는 듯 인스타그램에 올리거나 일기를 쓴다.

우리는 왜 낮잠을 자거나 빈둥거리며 하루를 보내면 죄책감이 드는 걸까. 밀란 쿤데라는 "개 한 마리와 함께 언덕 비탈에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에덴으로의 회귀'"라 했는데, 난 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에덴에서 금단의 열매를 따는 것보다 더 죄를 짓는 기분일까.

원문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문을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remem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다른 뉴스레터

넌 요즘 뭘 좋아해?

# 바라보는 대상은 모두 다르지만 바라보는 마음은 모두 같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이 시대의 가장 강력한 대세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휴대폰 화면에 떠오르는 것에 대한 크고

2024.04.26·조회 861

삶의 무게가 그에겐 가볍기만 하다

# 한 사람의 뒷모습은 타인의 것. 우리 모두는 타인의 뒷모습에 우리의 앞 얼굴을 포개며 살아간다. 우리는 지금 어떤 뒷모습을 따라가고 있는가. 뒤에 오는 이들에게 우리는 어떤 뒷

2024.03.14·조회 920

자신만을 위한 삶이라는 이상

# 모델 지젤 번천 웰빙은 우리가 매일 하는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생각을 통해 마음의 양식을 더하고, 몸을 위해 건강한 유기농 식품을 먹고, 움직이고, 휴식을 취하며, 침묵과 성

2024.03.26·조회 744

더 가까이

# 1938년, 500마리의 붉은털원숭이를 실은 배가 인도를 출발해 대서양 건너 푸에르토리코의 카요 산티아고라는 작은 섬으로 향했다. 이들은 영장류의 사회생활과 성적 행동 연구를

2024.09.06·조회 776

소녀는 반딧불처럼 빛났다

#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담장을 마주하고 살았던 나치 장교 가족에 관한 이야기다.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일상을 해부하는 위험한 길을 걷는다. 영화는 실

2024.06.11·조회 706

불완전함의 미덕

# 난 항상 강해지지 않으면 안 되었으면서도 그럴 수만 있다면 좀 약해지고 싶었다. 페터 한트케 『소망 없는 불행』 험난한 세상 풍파 강직하게 헤쳐가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 사

2024.04.19·조회 766
© 2026 remem

영감을 주는 메시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좋은 문장들.

뉴스레터 문의remem@remem.so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채팅으로 문의하기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광장로 199, 5층 501-8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