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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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바는 기찻길이 좋다. 두 선로 사이는 가까워지지도, 멀어지지도 않는다. 평생 평행선이다. 사람들과도 이랬으면 좋겠다. 호기심으로 다가와서는 상처만 주고 멀어진다. (···) 자신의 삶에 아무도 들이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핀바는 어느덧 그 둘과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가 된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걸 깨달은 핀바는 더 이상 예전의 키 작은 핀바가 아니다.
좋은 가족은 못 뒀어도 좋은 친구를 가졌다면 그 사람은 행복하다. 넘어져도 끝까지 손잡고 일으켜줄 존재는 형제보다도 친구일 때가 많다. 무릇 어린 시절 친구가 최고라고들 하지만, 나이 들어 사귄 친구도 그 못지않다. 일상 중에 어쩌다 마주친,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 맺어준 관계. 서로의 인생길을 가다가 하나의 꼭짓점에서 교차할 때,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상대의 존재를 알아채면 마치 태어나기 전부터 맺어진 인연처럼 각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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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쉼도 목표지향적 노동이 된 지 오래다. 휴일이나 휴가 때도 읽고 쓰는 일에 도움 될 일을 한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전시장을 찾거나, 다음에 쓸 무엇을 위해 자료조사를 한다. 아이와 함께 쉬는 날에도 도서관에 가 아이 나이에 맞는 책을 고르거나 어린이 박물관, 과학관, 미술관, 체험관, 하다못해 원데이 놀이 수업을 예약하고 하나라도 더 보고 경험하도록 계획한다. 그러곤 우리의 쉼을 매우 만족한다는 듯 인스타그램에 올리거나 일기를 쓴다.
우리는 왜 낮잠을 자거나 빈둥거리며 하루를 보내면 죄책감이 드는 걸까. 밀란 쿤데라는 "개 한 마리와 함께 언덕 비탈에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에덴으로의 회귀'"라 했는데, 난 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에덴에서 금단의 열매를 따는 것보다 더 죄를 짓는 기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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