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충 미움 받고 확실하게 사랑받으리라
작사가 김이나의 <김이나의 작사법>부터 소설가 김훈의 <연필로 쓰기>, 배우 하정우의 <걷는 사람, 하정우>, 작가 이슬아의 <부지런한 사랑>, 아티스트 김소윤의 <이웃집 퀴어 이반지하> 그리고 201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까지.... 한때 서점가의 에세이 코너를 휩쓸었던 이 ‘베스트셀러’들은 모두 한 사람의 손에서 나왔습니다. ‘방망이 깎는 장인’처럼 무려 16년째 에세이의 재미를 섬세하게 조각해 온 편집자 이연실(38)씨의 손에서 말입니다.
‘적당히를 모른다’는 말은 오히려 상찬이에요. 오버할 마음으로 덤벼야만 차원이 다르게 멋진 것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그는 직접 경험해봐서 알고 있었기 때문이래요. 남들보다 좀 과해야만 닿을 수 있는 영역이 분명 있는 법이거든요. 그래서 그는 오늘도 기세 좋게 유난을 부립니다. 서태지 보겠다고 학교 담을 넘던 고등학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뭔갈 열심히 좋아하고 있는 연실씨는 굳게 믿는대요. 열광하는 마음엔 반드시 폭발적인 동력이 생긴다는 사실을요.
연실씨에게는 ‘일을 사랑하는 것’이 곧 삶을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제가 세상 밖에 벌여놓은 책들이 저를 지켜줄 거라고 생각해요. 절대로 나를 배신하지 않고 지탱해 줄 내 삶의 기둥. 회사는 수단뿐일 수 있어요. 근데 일은 수단일 수 없죠. 내가 하는 일은 곧 나의 정체성이니까. ‘워라밸’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고 있지만, 저는 일과 삶이 무 자르듯 나눠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삶 안에 ‘일하는 내’가 있는 거니까.” ‘좋아하는 마음’을 억지로 이식해 스스로를 착취하며 ‘노오력’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다만, 한 번쯤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는 거예요. 당신은, 당신이 하는 일의 주인이 맞는지요.
“일터에서 힘들 땐, 나를 힘들게 하는 게 과연 ‘일 자체’인지 사람이나 상황인지 물어봐요. 일 바깥의 것들이 나를 힘들게 한다면, 동그랗게 굴려서 작게 또 작게 만든다고 생각해요.날 이유 없이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도 조그맣게, 언젠간 끝날 마감의 압박도 조그맣게. 그렇게 작게 만들어 시야에서 치워버리고 나면, 다 흘러가요. 그렇게 16년을 버텼죠. 오래 버티다 보면 적장의 머리가 강물에 둥둥 떠밀려 오는 모습도 보게 되거든요?쉽게 탓하고 떠넘기며 일하는 사람들은 다 제풀에 지쳐 나가 떨어지거든요. 하지만 제가 만든 책들은 남았죠.”
나의 직업 인생을 만화에 대입한다면 아마 ‘영심이’가 아닐까. 영심이는 그런 아이잖아. 보고 싶고, 듣고 싶고, 다니고 싶고, 만나고 싶고, 알고 싶은 것도 많은 아이. 일에 부대끼며 맘이 한껏 푸석푸석해질 때에도 영심이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해. 그리고 다짐해. 무난하거나 밋밋하게 타협하지 않겠다고. 장애물이 보이면 피해 가는 게 아니라 한번 넘어보겠다고. ‘해 본 적 없으니 안 된다’고 하는 게 아니라, 해 본 적 없으니까 ‘한번 해 보겠다’ 말하겠다고..
“하루하루는 흘러가요. 사람도 흐르고, 이야기도 흐르고, 다 흘러가죠. 저는 좋아하는 게 많아서 간절하게 붙잡고 싶은 것도 많은 사람이거든요? 책을 만든다는 건 흘러가는 것들을 붙잡는 일이라 재밌어요. 게다가 그게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이라 좋고요.”
# 오래오래 행복하게 산다
사업할 때 주변을 의식하기보다는 우리만의 확고한 방향성과 뚝심을 갖고 운영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해긴은 순우리말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산다’는 뜻이다.
"삶의 과정이 매 순간 판단과 선택의 연속인 것처럼 창업도 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게임 업계 종사자로서 게임에 비유하면 실패를 거듭하고 계속 도전해 자기의 한계를 극복해가고, 좋은 파트너를 모아 함께 성장시키는 일종의 경영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과 비슷하더군요." 그는 "야심 차게 추진한 프로젝트가 성공해서 좋고, 실패하면 ‘왜 실패했을까’ 고민하면서 계속 시도를 하는 과정 자체가 게임 같았고, 일 자체가 즐겁다"고 덧붙였다.
"성공하는 경영자와 실패하는 경영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운이 좌우했다고 봐요. 노력을 안 하면 물론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죠. 하지만 순수하게 우리의 능력이나 노력만으로 이뤄진 것도 아니었어요. 실패에는 너무나 많은 이유가 있어요. 내가 정말 노력을 했고 최선을 다했으며 동료들과 힘을 합쳐도 실패할 때가 있어요. 그건 누가 잘못한 게 아니라 운이 좀 없었던 거라고 생각해야 해요. 이런 상황에 처한 후배 창업자도 많은데 자책할 필요 없이 실망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면 된다고 말해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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