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번째 우승할 때 가장 큰 동기는 돈이었다. 프로게이머라는 게 어떻게 보면 학업을 하고, 정상적으로 취업해서 안정적인 직장을 얻는 걸 이미 포기한 거지 않나. 그래서 처음 프로게이머를 했을 때는 돈을 위해서 우승이 간절했었다. 그런데, 몇 년 동안 우승하고 나니까 돈은 내가 필요한 만큼 벌었다 생각해서 그렇게까지 큰 동기가 되지 않았다. 이후에는 나 자신이 얼마나 프로게이머로서 더 많이 우승할 수 있는가. 그런 게 목표였다. 도전 같은 것도 있기는 한데, 관성적으로 계속 우승을 하고 싶어했던 것도 있다. 하던 일이니까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더 열심히 했던 것도 있고. 그리고, 이제 가장 최근에는 그런 것들보다도 발전을 하고 싶은 게 가장 컸다. 스스로 발전하고자 하는 욕구가 크다. 그렇게 되다 보니까 표면적으로는 프로게이머라면 당연히 중요한 것인 우승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내면적으로는 우승만을 목표하기보다는 발전을 위해 내가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게 가장 우선시 되는 것 같다.
예전에는 좀 더 자기중심적이고, 뭐랄까. 숲을 보지 않고, 나무를 보는 그런 게 좀 있었다. 지금은 그런 것들이 좀 많이 발전을 한 것 같다. 여러 방면에서 성장하기 위해 좀 더 많은 것을 수용하려고 하는 게, 가장 많이 바뀐 부분이다. 이렇게 바뀌게 된 가장 큰 요인은 독서다. 15년도 때 우연히 책 하나 접하면서 몇 번씩 읽었는데, 그런 책들이 나를 더 수용적이고 개방적으로 바꿔줬고, 그런 변화 하나하나가 내 행동 양식에 큰 변화를 준 것 같다. 그것도 내가 오랫동안 프로게이머를 하는데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됐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 자체가 사람 마음에 위안을 많이 주는 것 같다. 이건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거긴 하다. 가끔 책을 읽으면 스트레스가 굉장히 많이 줄어드는 느낌을 받는다.
#
성숙함이란 자기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명확히 인식하고 그 일이 일어난 이유와 배경을 이해하며 그 일의 최종 결과에 대해 과도하게 흥분하거나 침울해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성숙함은 더 많이 듣고 더 적게 말하는 것으로 드러난다. 더 많이 듣고 더 적게 말하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무슨 말을 하든 상당한 논리적 근거나 합리성을 갖게 된다.
성숙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 나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내가 옳고 그가 그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한다. 따지고 들며 논쟁하는 것을 줄이면 생각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제공하면서 상대방의 위신을 살려줄 수 있다. 동시에 자신도 어떤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미성숙한 사람들은 호불호가 분명하다. 각 계절에 대해서도 좋고 싫음이 뚜렷하다. 하지만 성숙해지면 모든 계절마다 즐길 것이 있음을 깨달아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게 된다. 자신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주위의 상황이나 변화를 받아들이고 더 나아가 즐기려 하는 것, 이것이 성숙의 정도를 보여준다.
다른 사람만큼 자기 자신도 소중하게 생각한다. 어른이 되면 생각보다 자기 자신을 덜 돌보게 된다. 나보다는 자녀나 배우자, 또는 회사 일이나 관계를 앞세우게 된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좋은 결과를 낼지 모르지만 자기 자신을 채우지 않은 채 끊임없이 소진시키는 것과 같다. 존경 받는 종교 지도자나 사회의 정신적인 리더들은 바쁜 일정 속에서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자신의 몸과 정신과 영혼을 가다듬는다. 자기 자신을 구제하지 못하는 한 다른 사람도 구제하지 못한다.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