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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거미집〉은 앞만 보고 달려가는 감독과 배우, 제작자, 문공부 검열국장 등 다양한 인물들이 얽히고설키며 벌어지는 소동극으로 진행된다. 재촬영에 들어간 그날, 이내 현실의 벽에 다시 부딪힌 감독은 자신의 재능을 의심하며 망연자실해진다. 이때 주인공의 과거 영화 스승이었던 신상호 감독의 환영이 나타난다. 신 감독은 예술에 살고 예술에 죽었던 사람이다. 환영은 다음과 같이 멋진 말로 격려해 준다.
"재능이라는 게 뭐 별거 있나? 자신을 믿는 게 재능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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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는 자신의 삶을 쓰는 작가다. 직접 체험하지 않은 건 쓰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독자적인 문학세계를 구축했다. 프랑스 사회학자 로즈마리 라그라브와 두 번에 걸쳐 나눈 대담을 담은 책 『아니 에르노의 말』에서 두 사람은 서로 닮은 삶의 궤적을 공유한다. 라그라브는 에르노에게 "당신은 모두에게 더 나은 세상의 윤곽을 그려볼 수 있는 힘을 바로 우리 안에서 찾아내라고 촉구하면서 문을 열어주었어요"라고 고백한다.
"나는 내밀한 것을 글로 쓰면서 두려움을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글을 쓰는 동안 나 자신을 나와 분리된 존재, 다른 사람으로 느끼거든요. 그 또한 세계 안에 존재하는 한 가지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라그라브는 "난 죽음이 두렵지는 않지만 쇠락하게 되리라는, 자율성을 잃어버리게 되리라는 생각을 하면 미칠 듯이 불안해진다"고 털어놓는다. 에르노는 우정을 나눈 동료에게 35세 일기장에 써놓은 글귀를 들려준다. "늙음과 죽음, 그 모든 것을 생각하지 말 것. 생각하면 절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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