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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한밤중에 읽는 선가귀감. “풀꽃 향기로운 길을 가지 않으면 꽃 지는 마을에 닿기 어려우리(不行芳草路難至落花村).” 풀꽃 향기로운 길은 머무는 곳이 아니라 거쳐서 지나가는 곳이다. 이 세상이 머무는 데가 아니라 통과하여 지나가는 곳임을 잊지 말자. 한순간도 자전과 공전을 멈추지 않는 지구별에서 누가 무슨 수로 한 자리에 머물 것인가? 꽃이 지는 마을은 열매가 맺히는 마을이다. 열매란 노력해서 성취하는 결과가 아니다. 생긴 대로 살다 보면 그 삶의 내용에 따라서 맺어지는 게 열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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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바쁘게 살다 지쳤다고 하소연한다. 그리고 쉴 시간이 없다고 한다. 막상 시간이 나면 잘 놀지 못한다. 뭘 하고 놀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기도 한다. 노는 것도 애를 써서 열심히 하다 지치는 것 같다. 이럴 때 기분 좋은 리프레시가 과연 느껴질까.
‘쉬는 것’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할 때다. 잘 쉬기 위해선 세 가지 요소가 만족돼야 한다. 그건 ‘매일, 짧게, 혼자’다. 그 반대는 ‘어쩌다, 길게, 여럿’이라고 보면 된다. 제주도 한달살이나 긴 외국 여행을 바라지만 이건 자주 하기 어려운 일이다. 산악회 모임이나 골프도 여럿이 함께해야 하는 데다 시간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매일하기는 힘들다. 일상의 피곤함은 차곡차곡 쌓아 놨다가 긴 휴식으로 단번에 털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30분 정도의 산책, 음악 듣기, 목욕하기, TV 보기, 멍때리기, 스트레칭 등을 권한다. 이런 건 매일 혼자 짧게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니까. 얼핏 봐도 대단하지 않고, 누구에게 자랑할 만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차곡차곡 쌓여 올라오는 피로를 야금야금 줄여 나가는 데에는 이만한 것이 없다. 따로 배울 필요도 없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돈도 안 든다는 것이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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