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가 나치 치하에 있던 시절. 숱한 목숨을 살린 위조범이 있다. 당시 그에게는 남들에게 없는 특별한 재주가 있었으니, '지울 수 없다'고 알려진 신분증 서류의 파란 잉크를 지우는 능력이었다. 그는 신분증에 적힌 유대인들의 이름을 바꿔 줌으로써 수용소에 끌려가는걸 막을 수 있었다.
이런 놀라운 능력을 어디서 얻었을까? 아돌포 카민스키는 어린 시절 노르망디에서 자라며 염색 공장에서 일했다. 그곳에서 옷에 뭍은 다양한 잉크를 지우는 기술을 배우게 된 그는, 훗날 그 능력을 알아본 파리의 레지스탕스에서 일하게 된다. 그때부터 그는 수많은 신분증을 위조해 사람을 살렸다.
한번은 900개의 출생증명서를 위조해내야 했는데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3일뿐. 그는 이틀 넘게 아예 잠을 자지 않고 서류를 만들었다고 한다. “한 시간 동안 증명서를 30개 만들 수 있는데, 한 시간을 자면 30명이 죽는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격려했다고 한다. 그가 살린 건 대부분 어린 아이들이었다.
2016년 자서전이 출간되며 그의 업적이 알려지게 되었고, 같은 해 뉴욕타임즈에서 짧은 다큐를 만들어 에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다큐의 도입부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물론, 내가 한 모든 것들은 불법이었다. 그러나 합법이라고 하는 것이 인간성을 송두리채 위협할 때, 우리는 싸워야만 한다.”
오늘 그의 기사가 올라온 것은 9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
내가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를 모실 때 바로 그 이야기를 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이라 ‘민족 문제를 어떻게 접근할 생각이십니까?’라고 물어보니 묵묵부답이더라.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럼 왜 대통령이 되려고 합니까’라고 다시 질문하니, 법치 확립이라고 답했다. 그래서 제가 ‘법치 확립은 방법(론)이고, 법치 확립을 통해 어떤 국가 어떤 사회를 만들겠다는 이상이 있을 거 아닙니까’,라고 또 물으니, 묵묵부답. 그때 생각했다. 그렇게 머리 좋고 수재라는 양반이 지도자 위치에서 평생 보냈는데 왜 저걸 대답 못할까. 그러고는 깨달았다. ‘아, 이 양반들은 과거에만 매달려 살았잖아.’ 윤석열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그런 지도자를 선택하게 된 우리의 상황이 불행한 거다. 본인은 본인대로 굉장히 힘들 거다.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