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
#
글은 나보다 더 잘 쓸 수도 없고 못 쓸 수도 없다 —이성복 시인
(글을 쓸때) 다 자기 의심을 하게 되잖아요. 자기 글을 믿지 못하거든요. 우리가 자기 생각이나 글에 대한 믿음을 갖지 못한 채 어른이 되는 것 같아요. 크면서 막 지지 받거나 '네 생각이 맞아' 이런 이야기를 들어본 기회가 잘 없어요. 평가만 받고 '이게 문제야', '저게 문제야', '이걸 따라' 이렇게 했지, 나의 생각이나 경험에 대해서 지지 받고 존중 받아 본 경험이 많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글을 써놓고 '이게 내가 잘 쓴 건가?', '남들이 어떻게 볼까?' 걱정하고 우려하게 되죠. 저도 그렇고 학인들도 그래요. 그래서 '그런 생각은 너무 자연스러운 생각이다', '존중 받아야 될 경험이다', '너무 잘 읽었다' 그런 이야기를 하죠. 사실이고 빈말은 아니에요.
저는 자기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나는 어떤 사람인지 자아에 대한 인식과 감각이 있어야 나를 지킬 수도 있는 것 같아요. 그 인식이 없으면 남이 뭐라고 할 때 '내가 진짜 그런가?' 하고 상처도 너무 많이 받게 되잖아요. 나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갖는 건 되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삶이 사람들이 행복을 추구하는 이유가 그만큼 불행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행복도 불행도 삶의 일부이고 다양한 모양이기 때문에, 저는 마음의 고통을 그냥 인정하고 견디는 게 삶의 능력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고통은 늘 삶의 기본값으로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냥 받아들여야 된다는 생각이 있고요. 우리는 일상을 살아야 되는데 거기에 너무 휘말려서 일상이 깨지면 그게 또 힘들잖아요. 고통 때문에 힘들고, 고통 때문에 일상이 깨져서 힘들고. 그런데 글로 쓴다는 것은 그 고통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살아가는 힘을 좀 기르는 일인 것 같아요.
#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