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돌아온 수요일의 이종철, 수종철입니다. 주말 동안 북항 친수공원 상어가 스타덤에 올랐죠. 저는 모종의 이유로 아쿠아리움이나 동물원에 잘 가지 않기 때문에, 이 사태가 매우 반갑기도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이 우연한 만남이라니 얼마나 반가운가 싶기도 하지만 엄연히 야생동물인 저 친구가 인간의 도움을 받지 말고 바다로 돌아가 야생의 운명을 살길 바라는 마음도 들기 때문입니다.
주말 친구들과 노느라 부산에 갈 생각을 못 해봤다가, 지나고 나서 아니 인생에서 이런 우연이 흔치 않을 텐데 싶어서 조금 후회했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담아 북항상어에 대한 몇가지 사실을 알아봤습니다.
무태상어
9월 18일 첫 목격된 북항상어의 어종은 무태상어(Bronze Whaler)로 추정됩니다. 구리상어라고 부르기도 한다네요. 우리가 죠스 같은 살 떨리는 영화에서 봤던 청상아리나 백상아리 등보다는 조금 작은 종인데, 성체 몸길이는 3~4m 정도 된다니 또 작은 상어는 아닙니다.
주요 서식지는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등 열대·아열대 지역입니다. 그러니까 좀 따뜻한 바다에서 사는 친구들이고, 기본적으로 연안이나 항구 주변에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유는 먹이 때문이고요. 정어리, 고등어, 숭어, 방어, 전갱이 등 기름진 어류를 가장 좋아한다고 하네요. 식성이 저랑 겹치는데요? 난데없이 부산에서 만난 나의 라이벌.
저 물고기들이 주로 연안을 오가는 군집 물고기인 경향이 있어서 무태상어 역시 연안에 사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디야 사장님이 고등어 사다 주고 싶다고 한 것도 합당하고요. 현장에서는 어떤 할아버지가 생닭 던져주려다가 끌려 나갔다고 하네요. 저는 할아버지의 마음 이해합니다. 복덩이 느낌이잖아요.
왜 길을 잃었나
청상아리나 백상아리는 덩치가 크고 단독생활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만 무태상어는 어느 정도는 군집생활을 합니다. 정어리같이 작고 몰려다니는 고기들을 먹기 위해서는 함께 몰이사냥을 해야 하기 때문이고요.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무리로 다니다 보니 소통 방식이 다양합니다. 바디랭귀지는 기본이고요. 무태상어를 비롯한 상어가 대부분 후각이 뛰어나다고 합니다. 사람 피 냄새 잘 맡는 게 어느 정도 고증이 된 것이었군요. 또한, 모의 측면에 측선이라고 해서 물의 흐름과 진동을 이해한다고 합니다.
정점은 역시 모든 상어에게 있는 로렌치니 기관인데요. 코 주변 미세 구멍으로 전기 신호를 감지합니다. 그 옛날 스펀지에서 상어를 물리치는 방법으로 건전지 갖다 대라 했던 그 기관입니다. 근데 앞에 상어가 있는데 바지춤에서 건전지를 꺼낼 여유가 있을까요? 애초에 건전지를 갖고 있나요?
길을 잃은 이유는 여러 연구가 있지만 먹이 찾다가 우연히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것 같다는 가설이 타당해 보입니다. 여행 가면 저런 친구 꼭 있어요. 저는 버리고 갑니다. 덕분에 사랑받고 얼마나 좋아요.
다만 어서 빨리 바다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이 글을 쓰는 시점까지는 친수공원에서 계속 스타의 삶을 누리고 있다고 합니다.
북항친수공원
북항친수공원은 부산 동구에 있는 공원이고요. 우리가 아는 광안리나 해운대와 달리 부산역에서 걸어갈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서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공원이 되지 않았나 싶네요. 특성상 도심+해안 공원의 특성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도심 공원인데, 바로 앞까지 항구가 있어서 해양 공원의 특징도 갖고 있는 것이죠. 떴습니다 떴어요.
다만 지도를 보면 여전히 걱정되는 측면이 있는데요. 구불구불한 만의 형태를 하고 있어서 상어가 밖으로 나가는 길을 찾는 게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해경이 배로 자꾸 밀어내는 것도 스트레스일 것 같네요. 해경 역시 그래서 몰아내는 작업을 중단했다고 하고요.
천적
현시점 가장 위험한 천적은 인간이겠지만(이렇게 사랑하는데ㅠㅠ) 보통의 천적은 범고래들입니다. 범고래는 새끼 시절 상어에게 죽을 뻔한 경험이 많기 때문에 상어를 보면 병적으로 물어 죽입니다. 성체 상어도 마찬가지로 고래 새끼를 보면 물어죽이려고 하기 때문에 사이가 좋을 수 없는 종족들이죠. 특히 지능까지 높은 범고래는 상어가 뒤집히면 숨차서 죽는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거대한 덩치로 상어를 뒤집어 기절시키고 영양가가 높은 간만 빼먹는다고 하네요. 무서워라.
그 외에도 백상아리나 다른 큰 상어들도 천적이고, 역시 가장 나쁜 건 인간이겠죠.
돔배기
저희 아버지의 고향에는 돔배기라는 고기가 있었습니다. 상어를 미스터 초밥왕에 나올 것 같은 거대한 필렛으로 떼어내 썰고 염장한 음식인데요. 간고등어 비슷하게 생겼는데 홍어만큼 숙성된 건 아닌데도 암모니아 냄새가 묘하게 납니다.
다들 형편이 그랬던 경북 사람들은 고등어는 어릴 때 못 먹어보고 주로 돔배기를 먹고 자랐을텐데요. 그래서인지 제삿밥에는 고등어나 조기를 주는 것보다 돔배기 고기를 먹는 걸 좋아하십니다. 추억의 음식인 것이죠. 문제는 상어가 최고포식자기 때문에 상어에게 수은이 검출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전국에서 경북 사람들 일부에게만 수은이 검출된 바 있고요. 그 뒤부터 저는 제사를 최대한 간소하게 지내거나 돔배기는 못 먹도록 했는데 어른들이 너무 아쉬워서 조금만 먹으면 된다고 하시더군요. 조금도 안 됩니다. 지금은 주로 돼지고기 수육 먹는 걸로 바꿨고 제사도 각자 따로 지내게 되었습니다. 특히 유독 저희 아버지 고향인 영천에서 많이 드신다고 하네요. 실제로 영천에서 중독 사고 있었습니다.
아참 그래서 지금 북항상어가 위험하지는 않느냐면 무태상어는 원래 돔배기로 만드는 종이 아닙니다. 정해져 있어요.
컨베이어 방식의 이빨
아시다시피 상어의 이빨은 무한에 가깝게 납니다. 무한이라기 보다는 아주 많다 정도인데요. 이빨이 무려 최대 15줄입니다. 앞의 것이 빠지면 뒤의 것이 이동해서 빈자리를 채운다고 하네요. 인간처럼 턱뼈고정이 아니라 잇몸과 연골에서 유연하게 이동하는 구조라 빠지기도 잘 빠집니다. 이빨이 컨베이어 벨트라니 너무 무섭군요.
캐비어와 샥스핀
한국과 일본에서는 캐비어가 모두 철갑상어의 알이지만 북유럽에 가면 그냥 여러 생선알 절임을 전부 캐비어라고 부릅니다. 모스크바 갔을 때 먹어봤는데 별맛은 없고 알고보니 상어알도 아니었습니다. 파인다이닝에서 위에 살짝 올려줄 때 빛을 발하는 식재료 아닐까 싶네요.
샥스핀은 맛이라기보다는 질감으로 먹는 겁니다. 중국요리의 제비집이나 피단 같은 느낌이죠. 단단한 젤라틴을 먹는 느낌이라 아마 인공육이 지금보다 보편화된다면 사라질 식재료가 아닐까 싶습니다.
북항상어는 무서울까?
상어는 그 세련된 동시에 몽총한 외모로 인해 미디어에 많이 등장하잖아요. 죠스가 그렇고 아기상어가 그렇습니다. 그러나 죠스의 백상아리도 최대 6m로 생각보다 크지 않고(그거보다 크면 메갈로돈이에요), 고래처럼 사람 근처에 오는 종이 아니라 큰 문제는 없습니다만 만나면 도망치기는 도망쳐야 합니다. 실제로는 범고래가 상어보다 훨씬 위험하다고 하니 프리 윌리 기억하시는 분들은 건강검진 받으세요.
돌아가렴
상어는 현재 약간 기뻐 보입니다. 관종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사람들 시선을 즐기는 것 같은데 상어 입장에서는 뷔페 아이쇼핑일 수도 있을 것 같고요. 다만 저렇게 많은 사람은 처음 볼 텐데 놀라지나 않았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새끼가 있다는 것도 추정됐지만 현재는 아닐 것 같다는 판단이 나왔고요. 어찌 됐든 난 데로 돌아가 정해진 수명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제 사람들도 호들갑 그만 떨고 보내줘야 하는 게 아닐지 싶다가도 추석 때 내려가는 김에 부산까지 가버릴까 싶은 복합적인 감정이 드네요. 하여튼 제 결론은 똑같습니다. 어서 돌아가.
즐거운 추석 명절 보내시길
지금 상어가 문제가 아닙니다. 이번 추석 연휴 4일밖에 안 돼서 내려가는 표 구하느라 죽어나고 있어요. 현재 계획은 1박 2일인데, 좀 긴 1박 2일이나 2박 3일로 만들기 위해 업무가 아닌 시간에는 거의 표 구하는 데 매진하고 있습니다.
나이 먹으며 점점 가족과 만나는 시간이 소중해지네요. 여러분도 즐거운 추석, 맛있는 음식 드시면서 잘 보내시고, 저는 다음 주에 디룩디룩 살쪄서 뵙겠습니다. 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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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헤드
예상치 못한 곳에 나타난 구경거리... 상어가 사람들을 얼마나 의식할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저 살기 편한 곳에서 즐겁게 지내면 좋겠어요.
돌아온 수요일의 이종철. 수종철입니다
어서 돌아가서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행복이라는 개념도 너무 인간의 것이 아닌가 싶기는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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