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시즌 1 종료 👋🏻

영어

19. 내가 자주 쓰던 영어가 콩글리시였다니...

잉글리시 vs 콩글리시

2024.01.23 | 조회 513 |
0
|

그래서 영국이 어땠냐면

영국에서 워홀 2년, 취업 5년 살며 겪었던 문화충격 및 소소한 에피소드

안녕 구독자😄  

지금은 토요일 아침이야. 졸린 눈으로 스타벅스에 와서 베이글을 먹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중이야. 피곤해서 그냥 집에 갈까 고민되지만 꾸준히 뉴스레터를 쓰기로 했으니 다시 마음을 다지는 중~! 

오늘은 콩글리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어. 요즘엔 영어가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문장 찾기 힘든 것 같아. 앞문단만 해도 벌써 [스타벅스, 베이글, 아이스 아메리카노, 뉴스레터] 다 영어잖아!  이번 메일에는 재미 삼아 영어가 쓰인 부분을 파란색으로 표시해볼게. 

 

"저희 데드라인이 18일 이내라 크리티컬한 사항이 없다면 모두 바이패스하여 현행화 적용할 계획 입니다."

위 말은 이번에 나와 작업한 클라이언트가 내게 보낸 실제 메시지야. 참고로 한국인이었어😅 까다롭지 않으신 분이라 같이 일하기에 수월했지만 대화를 할 때 자꾸 영어를 섞어쓰시더라고. 심지어 나는 영어 쓰며 일하다가 왔는데 오히려 더 헷갈리기만 하고 못 알아듣겠더라고. 한국에서는 특히 패션, 디자인, IT업계에서 일할 때 영어를 많이 쓰는 것 같아. 솔직히 그렇게 좋아보이진 않아🤔

 

영국에 갔더니

한국에서 영어단어를 섞어 쓰면 그게 잘못 쓰인 건지 잘 모르잖아. 오히려 세련되고 지적이라고 여겨지는데... 이거이거, 영국에 가니까 오히려 콩글리시 때문에 영어가 더 헷갈리더라고! 너무 익숙해서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콩글리시가 참 많은거야. 나는 영어라고 생각하고 쓰는데 아무리 영국 느낌 나게 발음해도 전혀 못 알아듣더라고🙄 몇 가지 예를 들어볼게.

 

콩글리시 1. 한국에서 다르게 적용된 영어단어

첫번째로 영어단어긴 한데 현지와 다르게 쓰이는 단어들이 많았어. 예를 들면 요즘 많이 쓰이는 '굿즈(Goods)'야. 한국에서는 문구용품이나 브랜드에서 부가적으로 만들어낸 생활 및 문구용품으로 쓰이잖아. 근데 영국에서는 그런 걸 Merch라고 해. Merchandise를 줄인 말 Merch. 나는 도대체 왜 이걸 굳이 굿즈라고 따로 부르는지 이해가 안 되더라고..이왕 영어로 쓸 거면 원조 단어를 그대로 쓰지, 영국 가서 괜히 헷갈리게 말이야🙄

'힙하다(hip)' 또한 한국에서만 주로 쓰지 영국에서는 잘 쓰지 않더라고. 힙하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로는 'Sick' 'Wicked' 같은 말이 있어. 솔직히 이 말뜻도 원래는 [Sick=아프다, Wicked=사악한]이라 왜 이렇게 이상하게 유행어를 만든 건지 영국영어도 이해는 안 돼 ㅎㅎ 

그 외에도 우리가 직접 합성한 영어단어들도 많지. 이것이 영어였나싶을 정도로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한 단어들 - 노트북, 핸드폰, 스킨십 등... 정말 셀 수 없을 정도야.

 

콩글리시 2. 한국화된 발음

또 헷갈렸던 것은 한국화된 발음이야. 

한국에서 많이 쓰는 '엣지 있게' 있잖아. 우리는 '엣찌'라고 된소리로 힘줘서 발음하지만 실제 영어에서는 허무하게도 힘을 툭 빼고 발음해. d를 뺀 '에지'라고 발음해. 런던 지하철역 이름중에 Edgware Road역이 있는데 안내방송에서 엣지웨어가 아니라 에지웨어라고 해서 그때 엣찌가 아니라는 걸 처음 알았어. 또 가장자리를 뜻하는 Edge랑 우리가 쓰는 엣지있다는 Edgy가 발음에 차이가 있더라고! Edge는 '에'와 '지' 사이를 좀더 길게 발음하고, Edgy에서는 '에'와 '지' 사이를 짧게 발음했어. 한동안 이 엣지발음으로 눈이 팽팽 돌았지 @_@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표범무늬를 뜻하는 '레오파드(leopard)'! 요즘엔 특히 표범무늬라고 하지 않고 영어 그대로 레오파드라고 말하잖아. 그것에 익숙해서 동료에게 아무렇지 않게 레오파드라고 말했는데 계속 못 알아듣는 거야. 알고보니... 영국에서는 '오'를 빼고 레퍼드라고 발음하더라고... 영어발음이 참 다양하다는 걸 새삼 느꼈어.  영국발음은 다 길고 세게 발음한다고 생각했는데 어떤 단어는 굉장히 힘을 빼고, 어떤 단어는 아주 짧게 발음하더라고. 

근데 신기하게 한국이 오히려 원조 발음 그대로 따라서 하는 경우도 있었어. 바로 글로벌 브랜드 이름! 영국에서 이케아(Ikea)는 '아이키아', '나이키'(Nike)는 '나이크', 이솝(Aesop)은 '에이솝'으로 불러. 나는 특히 '영국에서는 에이솝인데 왜 한국에서는 이솝이지?' 의아했는데 브랜드의 본거지 그리스식 발음으로 이솝이라고 하더라고. 이케아도 본고장 스웨덴에서 이케아라고 발음하는 게 맞대!

 

00는 한국어로 뭐야?

영국에서 일할 때 스몰토크로 동료들이 가끔 영어단어를 대며 이건 한국어로 뭐냐고 물을 때가 있었어. 근데... 영어단어 그대로 쓰는 단어가 너무 많아서 난감하더라고... 그래픽 디자이너는 아예 영어고, 에디터(editer)도 편집자라고 쓰기보다 영어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잖아. 처음에 단어를 들여올 때부터 영어단어 그대로 쓴 경우도 있지만 한국어가 버젓이 있는데도 영어로 대체하여 쓰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 영어로 쓰지 않으면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촌스럽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그게 좀 가슴이 아파. 지금 쓴 스몰토크도 원래는 한담이라는 단어가 있지만 아무도 한담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스몰토크라고 쓰지. 한국에 돌아온 이후 '말그대로'를 '리터럴리(Literally)'로 쓰는 친구들도 많이 봤어. 이런 건 좀 너무하지 않나 싶어. 영국애들이 한국어를 물었을 때 당당하게 우리 고유한 단어를 소개하고 싶은데 영어단어가 많으니까 걔네를 따라한다는 느낌이 들어 자존심이 상하더라고. 고백하자면 나도 한국에서 일하면서 만만해보이지 않으려고 업계에서 쓰는 영어단어를 종종 썼어. 사회적 분위기는 눈에 보이진 않지만 은근히 압박이 센 것 같아. 그 무거움에 짓눌려 그냥 적당히 적응해버린 거야... 그렇게 쓴 말이 명쾌하고 자랑스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 

 

에잇 모르겠다, 더 뻔뻔하게 콩글리시

그런데 한편으로 콩글리시로 정착한지 너무 오래되서 익숙한 단어들은 다시 돌이키기 힘들잖아. 그런 단어들이 이제는 퓨전화된 고유함을 가졌다는 생각이 들어. 온고지신이란 말처럼 새로 들어온 말을 받아들이되 그것을 우리 것으로 만든 느낌ㅎㅎ 볼펜, 스탠드, 커플링 등.. 심지어 스킨십이란 단어는 영국 옥스포드 사전에 아예 등록되었대😂

그럼 이런 쪽에서는 아예 당당해지는 게 어떨까? 위에 예시로 든 레오파드 있지. 친해진 영국동료에게 내가 오히려 당당하게

"알렉스, 레퍼드가 아니야~ 레.오.파.드 라고 발음해야하는 거란다. 레! 오! 파! 드!!!"

라고 말했던 적이 있어. 알렉스는 '아~ 그렇구나! 그래그래 레오파드 레오파드~!'라고 받아쳐서 진짜 웃겼었지. 

 

그래서 요즘 내 생각은

영국에 살면서 처음에는 콩글리시에 잔뜩 짜증이 났어. 왜 한국은 굳이 영어를 들여와서 잘못 쓰고는 현지 영어랑 헷갈리게 만든 거야! 휴~ 근데 현실적으로 영어단어가 한국에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 한국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나라가 영어에 영향을 받고 있으니까. 하지만 영어단어를 쓰는 것이 세련되고 한국어로 말하면 촌스럽다는 분위기는 사라졌으면 좋겠어.  영국에 오래 살수록 한국적인 것을 더 찾게 되서 그런 걸지도 몰라. 한류문화가 점점 성장하는 만큼 한국어로 쓸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지켜서 쓰는 문화가 생기면 좋겠어. 요즘 그런 말이 많잖아.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난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해. 그 말을 좀더 확장해보자면 가장 나다운 것이 가장 창의적이고 경쟁력 있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거 같아. 

그래서 나는 이왕 한국화된 콩글리시는 그냥 당당하게 쓰되, 현재 남아있는 한국어는 최대한 한국어로 쓰려고 노력하려고 해. 다시 영국에 가게 되면 내 생각은 또 변할지도 몰라. 하지만 한글이 아름답고 독특하다는 생각은 변함없을 거야. 세계화로 문화가 섞이는 가운데 우리만의 고유문자가 있다는 게 너무 자랑스러워서 이왕이면 잘 지켜나가고 싶어. 구독자 생각은 어때?  

 

콩글리시와 관련해서 재밌게 들었던 팟캐스트 하나 추천하고 오늘은 이만 줄일게!

 

< 여둘톡 Ep. 79 현대 언어 생활 탐구 >

https://podcasts.apple.com/kr/podcast/ep-79-%ED%98%84%EB%8C%80-%EC%96%B8%EC%96%B4-%EC%83%9D%ED%99%9C-%ED%83%90%EA%B5%AC/id1617974770?i=1000635438245

 

2023년 1월 22일 월요일(토욜에 쓰고 월욜에 마무리했엉ㅋ)

수수로부터


 

혹시 런던에 살 예정?  <런던 생생정보통> 한 번 읽어봐봐!


혹시 런던에 살 예정? 내가 최근 야심차게 준비한 <런던 생생정보통> 한 번 읽어봐봐! 구글문서라 한 번 사면 계속 업데이트된 버전을 볼 수 있을 거야😆

이미지 클릭! (₩20,000)
이미지 클릭! (₩20,000)

어때 오늘 레터 재밌었다면 주변 친구들에게 추천 부탁해~❤️

또 영국생활에 대해 궁금한 게 있거나 피드백을 주고 싶다면 연락줘~!

- 이메일: bravekimart@naver.com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그래서 영국이 어땠냐면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4 그래서 영국이 어땠냐면

영국에서 워홀 2년, 취업 5년 살며 겪었던 문화충격 및 소소한 에피소드

뉴스레터 문의bravekimart@naver.com

자주 묻는 질문 서비스 소개서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