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성에서 온 장기적 관점, 금성에서 온 단기적 성과

장기적 관점이라고 한다면 떠오르는 키워드는, 비전, 전략, 방향성, 문화, 로드맵, 브랜딩과 같은 단어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다들 하나같이 추상적이고 우리의 일상 속 업무에서 그리 좋은 인상을 남긴 친구들은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재미있는 부분은 경영진과 리더십, 구성원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는 점이에요.

경영진은 비전이나 로드맵을 수립해도 결국 변화하는 것은 없고 성과는 향상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죠. 리더십은 단기적 성과와 구성원 동기부여 사이에서 고민만 늘어가고요. 구성원들은 우리의 일상의 업무에 그것들이 어떻게 녹아들어 있는지, 체감되는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매번 같은 말만 반복한다고 느껴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모든 사람들이 장기적 관점에 대한 중요성과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점은 흥미로운 것 같아요. 시기에 따라 당장의 생존이 더 중요한 시점도 있을 수 있겠지만, 언제까지고 이렇게 할 수만은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죠.

화성에서 온 장기적 관점과 금성에서 온 단기적 성과, 그들은 단지 만날 수 있는 다리가 필요했을 뿐

오늘 콘텐츠는 이렇듯 늘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는 장기적 관점과 단기적 성과는 과연 대립되는 것인지,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어떻게 이를 함께 추구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해요.

우리가 장기적 관점이 ‘적어도 지금은 때가 아니야'라고 생각하며, 빠지게 되는 세 가지 함정( 1️⃣추상적인 논의에 대한 경계심, 2️⃣ 명료한 인과관계를 가정하고 싶은 욕구, 3️⃣ 시간축에 대한 무시)에 대해 이야기해 볼 거예요.
그리고 이 세 가지 함정을 피하는 방법과 이 방법을 적용하는 간단한 프레임워크(관점)에 대해서 소개해 드릴 거예요.

장기적 관점에 대한 무용론에 빠지게 되는 세 가지 함정

첫 번째 함정 : 추상적인 논의에 대한 경계심

추상적인 논의에 대한 경계심은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즉각적인 실행과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현실이 만든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 같아요. 그리고 현실에서 경험한 추상적인 논의는 대부분 지지부진한 결과를 가지고 오고, 어떠한 변화도, 결과도 없이 마무리되기도 했고요.

조금 뜬금없을 수도 있지만, 아주 직관적인(그래서 조금은 오류가 있을 수 있는) 예시를 들어보려고 해요. B라는 친구가 있는데, ‘나’는 B를 좋아해요. 하지만 A라는 친구도 B를 좋아하고 있어요. 그리고 ‘나’는 최근 A라는 친구가 B라는 친구에게 선물을 사줬었는데 B가 굉장히 좋아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추상적인 논의는 이런 현상에서 시작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B는 왜 그 선물을 좋아했을지 생각해 보면 B의 취향을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죠, 그러면 나는 그 취향을 고려한 더 멋진 선물을 준비해 볼 수 있을 거고요.
또 다른 한편으로 A는 어떻게 B에게 그 선물을 주기로 결정했는지 고민해 볼 수도 있을 거예요. A가 B가 좋아할 만한 것을 어떻게 찾아냈는지, A가 B를 어떻게 관찰하고 이해해 왔는지 알아낼 수도 있을 거예요. 그 방법을 활용해 나는 또 나만의 관점으로 B의 취향을 발견하고 이해해 볼 수 있을 거고요.
이렇듯 추상적인 고민은 단순히 추상적인 고민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반복되는 사이클이라고 할 수 있어요. 미래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큰 것에서 작은 것으로 계속해서 넓혔다 좁혔다를 반복해 나가면서 연결하는 일인 셈이죠.
이 예시로 본다면 구체적인 것(A가 B에게 준 선물)에서 추상적인 것(B가 그 선물을 맘에 들어 한 이유)을 고민해 보는 것, 그리고 추상적인 것(B의 취향)에서 구체적인 것(내가 B에게 줄 선물)을 고민하는 과정을 반복해 결국 B의 마음을 ‘나’가 얻기 위한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이죠.

두 번째 함정 : 명료한 인과관계를 가정하고 싶은 욕구

사회는 기본적으로 복잡하죠. 현상을 일반화하는 과학 및 수학의 공식은 얼핏 간단해 보이지만, 수많은 통제변인이 있기에 단순하게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을 때로는 잊고 살아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의 일상에서 통제할 수 있는 변인은 사실 많지 않아요. 즉, 이는 실제로 우리는 너무나 많은 변인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해요.

위에서 시작한 예시를 또 가져와 볼게요. 아쉽게도 결국 ‘나’는 B의 마음을 얻는 것에 실패했어요. ‘나’는 자신이 선물을 더 먼저 줬다면 B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을 거라 생각했죠. 근데 다행히 ‘나’는 금사빠여서 금세 C라는 친구에게 호감을 갖게 됐어요. 그리고 결정했죠. ‘C에게 A가 B에게 줬던 선물을 줘야겠다.’라고 말이에요.

여기서 ‘나'가 가지고 있는 가정과 그 근거는 ‘A가 B에게 그 선물을 줬을 때 B가 좋아했고 A와 B가 사귀게 되었다. 따라서 나도 C에게 그 선물을 준다면 C가 좋아할 것이고 잘될 수 있을 것이다.’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과도하게 단순화된 인과관계가 무엇인지 쉽게 이해하실 수 있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진리와 일반화된 공식을 찾는 철학자와 과학자들처럼 우리도 우리의 비즈니스나 일에 있어 만능열쇠를 찾아다니곤 해요. 요즘 ‘이렇게 하면 당신도...’로 시작하는 콘텐츠, 강의, 도서를 어디서든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이를 보여주죠.
물론, 특정 시점에는 명확한 인과관계에 대한 가정을 정의하는 것이 필요해요. 특히 많은 사람과 커뮤니케이션하고 정말 일(행동)을 해야 하는 시점에는 특히 그렇죠. 하지만 그전에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해요. ‘나'가 한 것처럼 가정을 수립하면 우리가 선택할 수 있었던 다른 선택지, 그리고 그에 따른 미래의 가능성을 모두 놓쳐버리는 것이 될 거예요. (물론 실제로 ‘나'가 택한 저 방법이 운좋게 통할 수도 있겠지만요.)
이 예시를 더 다뤄보자면, 그 선물이 특수성이 있을까? 아니면 보편성이 있을까? (모든 사람들이 받으면 좋아할 만한 것인가? A만을 위한 것이었나? 혹은 A와 B의 관계에서 그 선물이 특별한 의미가 있지는 않았을까? 와 같은), 그 선물을 받기 전에 이미 B는 A에게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C는 B와 얼마나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일까? 등 그 가정이 과연 옳은 선택일지, 다른 변수나 선택지는 없을지 고민할 수 있는 질문은 너무 많을 거예요.

세 번째 함정 : 시간축에 대한 무시

가장 현실적으로 피하기 어려운 함정이 아닐까 싶어요. 시간축을 무시하는 행동은 말 그대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무시하는 것이라 할 수 있어요. 물론 단기적 혹은 단발적으로 결과를 보고 싶은 것은 우리 모두의 마음이기는 하겠지만요.

또 ‘나’의 이야기를 가져와 볼게요. 다행히 이번에는 ‘나’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로 했어요. 그래서 C에게 줄 적절한 선물을 준비했죠. 다행히 C가 마음에 들어 할 만한 것이긴 한 것 같아요. 그리고 ‘나’는 C에게 선물을 줬어요. ‘나랑 사귀자.’라고 말하면서요. ~~(아앗.... 그, 그만둬...!!)~~

다행히 C도 ‘나’에 대한 호감이 없는 것은 아니었고 선물도 마음에 들었기에 완전히 철벽을 치지는 않았지만, ‘우린 아직 서로에 대해 너무 모르잖아.’라고 대답했어요. ‘나’는 당황했어요. 자신이 참이라고 믿고 있던 가정이 통째로 부정당했기 때문이죠. 충격으로 인해 자신에게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도 못했어요.
‘나’는 조금 더 길게 봤어야 했어요. 호감을 가진 누군가와 관계를 맞게 되는 것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아마 모르고 있지는 않았을 거예요. 다만, B의 경우처럼 누군가 먼저 나보다 먼저 행동해 버린다면 그때와 동일하게 C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이 있었겠죠.
반대로 만약 ‘그래, 사귀자.’까지 가는 것은 너무 먼 미래이고 어려운 일이기에 ‘곁에서 지켜보기만 해도 좋아.’라고 생각하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었을 거예요. 그렇다면 아마 영원히 Yes도 No도 듣지 못했을 테니까요.
따라서 시간축에 대해 고려한다는 것의 핵심은 ‘원하는 결과를 달성할 것이다'라는 비전을 가지는 것과 ‘원하는 결과를 달성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하는 것에서 시작해요.
만약 ‘나’가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꼭 C와 시간을 보낼 거라는 생각을 했다면, 지금부터라도 C와 관계를 형성하고 조금씩 가까워질 준비를 하고, 그전에는 특별한 관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거예요. 다만 또 다른 A(C를 좋아하는/하게 될 수 있는 또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계속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겠죠. 중요한 것은 오히려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 시작해야 한다는 거예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어떤 행동도 늦어버릴 테니까요.

장기적인 관점과 단기적 성과를 잇는 오작교 만들기

양자택일의 문제인가, 양립가능한 목표인가

위의 예시에서의 ‘나’를 우리 조직, A를 경쟁사, B와 C를 고객 세그먼트로 치환해 보면 모든 맥락을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이해해 볼 수 있어요. (시간이 되신다면 이렇게 치환해 다시 한 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왜 고객(B)은 우리(’나’)가 아니라 다른 경쟁사(A)의 제품(선물)을 선택했을까?
고객(B)이 구매를 고려하거나 결정할 때(만날 사람을 선택할 때) 고려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내년 하반기에 BEP를 맞추기(크리스마스에 같이 시간 보내기) 위해서는 무엇을 언제부터 시작해야 할까?

우리는 때론 이렇게 말하기도 해요. ‘결국 재무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활동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물론 저도 그 어떤 의미도 없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저런 질문을 하며 단기적 재무성과만을 추구하는 경우에는 다시 물어보고 싶은 생각도 들어요. ‘미래의 현금흐름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단기적 성과는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말이에요.
물론 지금은 현금을 확보하고, 충분한 현금이 확보되었을 때,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할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생각은 언제일지 모르는 미래의 상황(내외부 환경)이 현재와 같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에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맥락에서 결국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두 가지가 양립할 수 있을까?’일 것 같아요. 아마 둘 다 추구할 수 있다면 모두가 하고 싶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저는 당연히 양립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고민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고, 일단 끝까지 가보자.

‘고민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고, 일단 끝까지 가보자.’는 말 그대로의 의미로 이해할 수 있어요.

고민이 무엇인지 고민해 본다는 것은, 우리가 문제라고 생각한 것이 정말 문제가 맞는지,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 정말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를 고민해 보자는 것이에요.
그리고 일단 끝까지 가보자는 것은 작게든 크게든 중간에 멈추지 말고, 완결성 있게 고민을 마무리해보자는 거예요.

이를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본다면 현재 상태(As-is)와 이상적인 상태(To-be)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많은 경우 이상적인 상태를 정의하는 것에서 논의가 끝나는 경우가 많아요. 그다음은 누군가의 몫인 것이죠. 조금 나은 경우는 이상적인 상태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까지를 정의하기도 해요. 예를 들어,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객단가를 높여야 한다.’와 같은 것이죠.
하지만 위의 두 경우는 모두 현재 상태에 대한 이야기가 없어요. 그러면 위의 예시는 ‘당연한 이야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돼요. 지금과 무엇을 다르게 해야 하는지, 무엇을 잘하고 있고, 무엇을 못하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 없는 것이죠.
결국 현재 상태와 이상적인 상태를 나름의 내러티브와 숫자들로 연결하는 과정은 ‘고민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고, 두 상태 사이의 공백이 내러티브와 숫자로 채워졌을 때 ‘끝까지 갔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당연히 처음부터 완벽할 필요는 없어요. 완벽할 수도 없고요. 아마 영원히 완벽할 수는 없을 거예요. 이 과정에서 추상화와 구체화를 반복하고, 반수를 탐색하고 선택하고, 지금과 미래를 왔다 갔다 하는 과정을 거치며 조금씩 나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죠.

장기적 관점과 단기적 성과는 이 과정을 통해 연결될 수 있어요. 단기적 성과가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단기적 성과를 무엇으로 정의할 것인지, 그리고 그것을 어떤 방법으로 달성할 것인지가 중요한 것이죠.

물론, 분명 모든 활동이 이상적인 상태를 위한 것은 아닐 거예요. 어쩌면 정말 소위 ‘짜치는 일’일 수 있고, 전혀 지속가능하지 못한 방식으로 해야 하는 것일 수 있죠. (분명히 그럴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활동도 현재 상태와 이상적인 상태의 갭을 매우는 과정이라는 것을 우리 스스로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어야 해요. 그래야 지금의 ‘짜치는 일’,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식’에서 더 나은 방향(이상적인 상태를 향해)으로 변화할 수 있을 테니까요.

🙏🏻 오늘의 콘텐츠가 일상의 수많은 고민들 중 하나라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되어주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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