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회사의 비전은 알겠는데, 그래서 오늘 무엇을 다르게 해야 하나요?”
회사는 타운홀에서 ‘고객의 일상을 바꾸는 기업’이라는 비전을 발표합니다. 구성원들도 그 방향에 공감합니다. 그런데 다음 날 회의에서는 신규 기능 출시와 기존 고객의 불편 개선 중 무엇을 먼저 할지를 놓고 의견이 갈립니다. 두 업무 모두 고객을 위한 일이라고 설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비전에 동의하는 것과 업무의 우선순위를 판단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리더가 원하는 미래를 이야기했더라도, 구성원은 자신의 업무가 그 미래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여전히 설명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같은 비전을 듣고도 다른 미래를 떠올립니다
‘혁신’, ‘고객 중심’, ‘더 나은 세상’은 중요한 방향을 담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표현만으로는 조직이 이루려는 변화를 구체적으로 떠올리기 어렵습니다. 고객 중심이라는 말을 듣고 영업팀은 빠른 응대를, 개발팀은 새로운 기능을, 운영팀은 오류 없는 서비스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Carton 등(2014)은 병원 151곳의 자료 분석과 재직자로 구성된 62개 집단의 실험을 통해 비전을 표현하는 방식과 강조하는 가치의 수를 함께 살펴봤습니다. 실험에서는 많은 가치를 나열한 조건보다 하나의 가치를 제시한 조건에서, 미래 모습을 눈앞에 그릴 수 있는 표현이 과제 성과를 높이는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이는 비전을 생생하게 말하는 것과 핵심 가치를 선명하게 전달하는 일을 함께 고려해야 함을 보여줍니다.
HR 관점에서 여기서 주목할 것은 비전 문구의 멋이나 길이보다 구성원들이 떠올리는 변화가 얼마나 비슷한가입니다. ‘고객 경험을 혁신한다’는 말에 더해, 고객이 지금 겪는 어떤 불편을 해결하려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객이 여러 부서에 같은 문제를 반복해서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서비스를 만들자”는 표현은 바꾸려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구성원은 자신의 업무에서 그 장면을 만드는 데 필요한 일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큰 목적과 개별 업무 사이의 연결을 설명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미래를 제시해도 질문은 남습니다. “그 미래를 만드는 데 제가 작성하는 이 문서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Carton(2018)은 1960년대 NASA와 케네디 대통령의 활동을 기록 자료로 분석했습니다. 연구는 일상 업무와 조직의 궁극적인 지향점 사이의 연결을 리더가 어떻게 설명했는지 살펴봤습니다. 구성원이 자신의 업무를 달 착륙이라는 구체적인 목표, 그리고 그 목표가 상징하는 과학 발전과 연결해 이해하는 과정이 핵심이었습니다.
두 연구를 함께 보면 서로 다른 과제가 드러납니다. 하나는 조직이 이루려는 미래를 함께 떠올리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각자의 업무가 그 미래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이해하는 일입니다. 앞의 과제만 해결하면 비전에는 공감하지만 자기 업무의 의미는 설명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고객 상담 기록을 정리하는 상황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고객 중심을 위해 상담 기록을 잘 남겨주세요”라는 요청만으로는 기록의 목적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고객이 같은 문제를 다시 설명하지 않도록, 다음 담당자가 이전 상담 내용과 해결 상황을 바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번에는 문의 유형뿐 아니라 시도한 해결 방법과 남은 문제도 기록해 주세요.”
이 설명은 조직이 원하는 고객 경험과 오늘 남겨야 할 정보를 연결합니다. 구성원도 어떤 기록이 필요한지 판단할 근거를 얻습니다.
비전이 실제 업무 선택에 쓰이는지 확인해 보세요
HR은 비전 교육에서 구성원이 문구를 기억하는지와 함께, 최근 업무를 비전과 연결해 설명할 수 있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번 업무가 잘되면 누구에게 어떤 변화가 생기나요?”
“그 변화를 위해 이번 주에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요?”
리더와 구성원의 답이 다르다면, 그 차이를 업무 계획에 반영해 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고객의 반복 설명을 줄이는 것이 우선이라면, 신규 기능 개발과 상담 이력 개선 중 무엇을 먼저 할지, 어느 부서가 어떤 정보를 공유할지 논의해야 합니다. 비전의 의미를 설명한 뒤에는 실제 우선순위와 협업 방식까지 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큰 비전이 구성원의 오늘 업무와 연결되려면, 리더는 이루고 싶은 미래와 그 미래에 기여하는 업무를 함께 설명해야 합니다. 구성원이 “이 일이 왜 필요한지”, “그래서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를 자신의 말로 설명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그 답에서 비전이 실제 업무에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더 많은 HR 현장의 질문과 근거 기반 인사이트는 「HRer 성장노트」에서 함께 나눕니다.
[참고자료]
Carton, A. M. (2018). “I’m not mopping the floors, I’m putting a man on the moon”: How NASA leaders enhanced the meaningfulness of work by changing the meaning of work.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63(2), 323–369. https://doi.org/10.1177/0001839217713748
Carton, A. M., Murphy, C., & Clark, J. R. (2014). A (blurry) vision of the future: How leader rhetoric about ultimate goals influences performance.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57(6), 1544–1570. https://doi.org/10.5465/amj.2012.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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