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의 중심축이 이동하다, 섭스크립션 시대 '츠타야'가 사는 곳

1월이 시작하고도 벌써 3주차, 25년이란 숫자도 어느덧 조금은 익숙해진 것 같은 기분도 드는데요, 구독자님 혹시 이제와 말하지만 지난 해 하지 못한 일…무언가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올해는 유독 연말의 느낌이 이상하리 만치 컸던 터라, 심지어 11월이 새삼 멜랑꼴리하게 느껴져 좀 당황을 했을 정도인데요, 새해의 계획 못지않게 올해가 가기 전에 해두어야 할 것들의 리스트를 적어보기도 했거든요. 다만, 새해 다짐 못지않게 지난 해의 일종의 정리정돈 역시 실행 이전엔 그저 의미없는 글자에 불과해 아직도 하지 못한 2024년, 남아있는 거 리얼인가요? 그래서 다시 또 노트의 페이지를 열고 ‘지난 해 하지 못하고 지나온 것‘들의 목록을 체크해보는데요, 비록 하지 못해 뒤늦게 수습하는 게으름뱅이의 하루처럼 느껴져 고개가 숙여지지만, 다시 쓰기에 이어 새로 고침과 덮어쓰기, 인간이 가진 후회-다짐-그리고 계획의 특권은 또 아닐까요? 말하자면 2025년, 벌써 새해의 ‘첫발‘의 기운도 조금씩 옅어지는 지금 다시 쓰는 시작 또한 안될 건 아닐 것만 같아요. 그리고 그 중에서도 여태 하지 못해 가장 찜찜한 건 동네 목욕탕에서 몸을 닦아내는 일. 이사온 마을에 대중탕이 좀처럼 없어 가지 못한 이유도 있지만, 몸을 닦는 행위라는 건 비단 탕에 몸을 담그고 떼를 미는 것만이 아니잖아요.

새해를 맞는 어쩌면 가장 중요할 의식을 여태 하지 못한 채 남겨두고 있는 마음이 심히 복잡한데요, 동시에 동네의 목욕탕 왜이리 찾기 힘들어졌을까요?  저희 레터에서도 여러번 공중 목욕탕의 시대 전환, 시설의 노후화로 문을 듣고 시대 변화에 맞춰 다시금 태어나는 동향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지만, 이제야 대중탕에 가자고 채비를 하고있는 저를 보면, 여전히 시작을 시작하지 못한 ‘탕‘들이 적지는 않은가봐요. 하지만 그렇게 일어나는, 시대의 부침을 온몸으로 겪은 뒤 찾아낸 하루의 출발이란 또 나름의 의미를 갖고 긴 세월을 약속해주는 거겠죠? 달리 말해 회복을 통한 미래의 지속가능성, 25년 1월에 다시금 새겨보고 싶은 생각이라 느꼈어요. 동시에 동네의 목욕탕 왜이리 찾기 힘들어졌을까요?  

그런 와중에 오는 1월 24일부터 2월 24일까지 일본의 대표적 제약회사 ‘로토‘가 자사 대표 제품인 ‘멜라노 CC’를 다시금 홍보하기 위해 도쿄의 1936년 개업해 올해로 약 80년 역사를 갖는 ‘마츠모토유‘ 탕 내에 잔뜩 풀었다고 해요. 말하자면 오랜 노포 센토와 국민 비타민 대표 제품간의 콜라보인데요, 참고로 ‘마츠모토유‘는 여타 오랜 센토와 마찬가지로 한 차례 폐점의 위기를 겪었거든요. 다만 존속의 의지를 가진 업주와 그에 공감하는 손님들이 하나가 되어 2021년 크라우드 펀딩을 실시, 단 하루만에 목표액을 채우고 같은 해 겨울 모던한 디자인으로 다시 태어났어요.  말하자면 살면서 위기라는 거 한번 쯤은 찾아오기 마련이고, 곧 지혜롭게 인내와 끈기로 버텨내 계속 살다보면 대기업 대표 상품과 협업을 하는 하루도 찾아오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비록 어제와 다를지 몰라도 내일을 기약하는 오늘이란, 무엇이든 가장 에너제틱 희망으로 가득차있을 것만 같거든요.(아래 오늘은 이런 걸 이야기해요)

그런데 구독자님, 요즘 츠타야 얘기 좀 많이 줄어들지는 않았을까요? 도쿄 여행하면 대부분 필수 코스로 언급되고 동시에 트렌드를 가늠하는 척도처럼 얘기되기도 하는 서점 이상의 서점인데, 요즘 그곳의 모습을 보면 어쩌면 좀 색다른 시작이 지나갔는지 모르겠어요. 저희 레터에서 마지막 언급한 건 리뉴얼 오픈한 ‘시부탸 츠타야‘에 대한 다소의 실망과 그럼에도 변화에 수긍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의 모더러티브. 늘 새로움의 트렌드를 발신해왔던 그곳에 들이닥친 새삼 '시작'이란 그래서 어떤 의미의 것이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부쩍 변해버린 지금에 다소 실망스러우면서도, 어쩌면 변한 건 막상 그들이 아니라 우리였을지도 모르겠어요. 오늘의 주제 '세상의 중심축이 이동하다, 섭스크립션 시대의 츠타야가 사는 곳'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