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요일에 보내는 오랜만의 화요 레터, 기다렸어요 아침이 밤이 될 때까지

구독자님, 요즘같이 바람 불고 눈 내리고 가는 길 구석구석 빙판 숨어 있으면 정말 외출해야 할 일, 어찌하면 좋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이야기도 염치없게 2월 들어 좀처럼 개운치 못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뿐이지만요, 어제는 '뭘 먹을까' 고심하다 근처 반찬 가게 단톡방의 메뉴가 떠올라 예기치 않은 밖에 나갔다.. 외출을 해버렸어요. 그러나 걸어서 왕복 10여 분, 할 일 마치고 별 일 없이 귀가한다는 것, 이렇게 힘겨울 줄 예상도 하지 못했을 일이에요. 춥다는 것, 추울 거란 예보란 몸소 체험하지 않고 알지 못할 추위였던 걸까요. 그래서 말이에요.  구독자님, 무사한가요? 어제 저녁엔 TV 채널 어디를 틀어도 모두 같이 쉬이 물러가지 않는 혹한을 보도하는 걸 보며 픈 감정이 들기도 했으니 말이에요.

하지만, 이 추위가 나 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 또한 구독자님 느끼고 있을까요. 사회정치경제 갈 수록 흉흉해지는 시절에 '춥다'라는 건 어쩐지 날씨나 체온, 덥고 시원하다의 반댓말로만 쓰이지 않는 것 같으니까요. 옆집 동네의 OO 가게가 어느새 사라지고 '임대 문의' 팻말이 붙어버린 하루는 또 얼마나 '추운 광경'일까요. 대표적으로 인터넷 말고 동네 서점들 또한 연일 '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잖아요. 뉴스를 조사할 때마다 어느 동네에 몇 년 전통 서점이 문을 닫았다는 이야기가 줄을 잇는데요, 하지만 추위에 꽁꽁 얼어 집구석에서 스마트폰이나 깨작이다 이런 '광경' 마주한다면, 이불 안 온도가 조금 상승할까요. '아카사카에 서점이 있습니다.(赤坂に書店あります)' 바로 어제 늦은 저녁 제가 발견한 트위터 피드 속 이미지 한 장이거든요. 말 그대로 도쿄 아카사카역에서 도보 3분, '아카사카히가와 신사' 근처의 독립 서점 '후타고 라이온당(双子ライオン堂)의 이야기이고, 고서를 중심으로 2003년부터는 인터넷으로만 영업, 그리고 2013년부터는 매장을 오픈해, 알고 보면 20년 넘는 역사를 가진 동네의 책방이에요. 그렇다면 근래 자주 들리는 '마을에서 책방이 사라진다'는 말, 조금은 불편했을까요.

그래서 이 책방의 마치 책방의 생존 신고를 하는 듯한 선전물은 달랑 아카사카에 책방이 있다고만 말해요. 적힌 일문을 그대로 옮기면 이와 같은데, 왜인지 아카사카에'도'라 읽어야 할 것 같은 건 아마 아카사카라는 마을의 이미지, 그에 더해 근래 책방계의 분위기 탓이겠죠. 총 3장으로 구성된 선전물은 두 페이지에 나누어 쓴 카피와 '아카사카에는 책방이 없다'고 최근 당당하게' 보도되던 미디어에 대한 반박글로 채워졌거든요. 미디어 출신 종사자로서 충분치 못한 취재가 내 일마냥 부끄러울 따름이지만, 무엇보다  핵심은, '기다렸어요. 10년 동안 줄곧. 마지막 단 하나의 책방이 될 때까지. 待ってたよ。十年間ずっと、最後の一つになるまで。'라는, 어딘가 사무라이 정신 느껴지는 메인 카피에요. 문장의 맥락을 읽어보면, 이는 곧 아카사카에는 책방이 없지 않고, 단 한 곳 '라이온토우'가 있다는 이야기잖아요. 그런데 구독자님, 모두 다 없어지고 단 하나만 남았다는 말, 왜인지 희망처럼 느껴지지는 않을까요. 분명 달랑 하나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하나가 남아있다는 건 어쩐지 온기로 기억되요. 이런 기분 단지 요즘 날씨가 너무 추워서는 아니겠죠. 그러니까 구독자님, 추위는 이제 이쯤에서 괜찮지 않을까요.

오늘의 토픽 

1️⃣ 1020의 거리 하라쥬쿠의 '한국化하다.' 신오오쿠보와 새삼스런 하라쥬쿠의 관계

2️⃣ 오타쿠의 마을에 오타쿠 실종 사건, 아키하바라는 다시 또 업데이트중?!

3️⃣ 앉을 의자가 없다, 앉기를 거부하는 개발과 그럼에도 도시의 앉을 자리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