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혹시 집에 장식품이 있나요? 엽서나 마그넷, 뜨개질로 만든 레이스 덮개같은 것들요. 혹은 아끼는 꽃병이나 조명이 있을 수도 있을텐데요. 집에 있는 그런 것들은 모두 ‘공예’라고 생각해요. 혹은 오늘 아침에 고민하고 달고 나온 키링도 공예라고 볼 수 있죠. 공예는 결국 우리 삶에 가장 가까운 예술품이니까요. 그래서 공예는 쉽습니다.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쉽게 구매할 수 있으며 쉽게 쓸 수 있죠. 그런 점에서 백화점인 더 현대 서울에서 핀즐의 공예 팝업 전시 ‘Hand To Home’이 열린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갤러리에는 전시를 ‘보러’ 가지만 백화점에는 그림을 ‘사러’ 가게 되니까요. 이번 팝업 전시에서 탐나는 작가 세 명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치치-칫, 이이은 작가
이이은 작가는 새를 만듭니다. 작가가 만든 새들은 특징이 잘 살아있어요. 이번 전시에서 모여있는 ‘서울의 새’ 시리즈는 특히 도심의 일상에서 만나는 새들의 개성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까치, 참새, 비둘기는 너무 자주 봐서 신기하지 않은 새들이죠. 하지만 그 새들이 얼마나 다르게 생겼는지 이이은 작가의 작품을 통해서 깨닫습니다. 까치를 옅은 검은색으로만 생각하지만 그 깃 사이에 어떤 색을 숨기고 있는지, 참새의 깃의 무늬가 새마다 얼마나 다른지, 비둘기의 비취색 목덜미와 날개의 무늬같은 것들이요. 작가가 ’탐조’를 통해 깊이 관찰하면서 발견한 새들의 개성이 작품에 녹아있어요.
관찰은 차이를 인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새들은 생태계에 존재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의 시선에는 존재하지 않기도 합니다. 오늘 하루 걸어가면서 본 비둘기의 수를 기억하나요? 마주친 참새의 수를 기억하나요? 그들은 인간의 시선에서 자주 배제됩니다. 하지만 이이은 작가의 작품을 사서 키링으로 쓰거나, 가방에 매단 뒤에는 조금 더 자주 새들을 바라보게 되겠죠. 뭉뚱그려서 ‘새‘를 바라보지 않고 작품을 거쳐 세계를 바라볼 때, 사람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전혀 달라집니다. 세계를 함께 관찰해주세요.
이이은 작가 인스타그램 @chichi_chit
포옹포터리, 나영 작가
나영 작가는 고양이를 굽습니다. 흙으로 빚고 구워낸 나영 작가의 고양이는 오묘한 표정을 짓고 있어요. 친절하지도 까탈스럽지도 않은 표정으로 한 곳을 응시하고 있죠. 이 적당한 거리감을 띈 표정이 편안한 거리감을 만들어줍니다. 다정하지만 한번에 곁을 내주지 않는 고양이처럼요. 게다가 유약처리를 하지 않아 맨질맨질한 촉감을 가지고 있어서 손이 자꾸 가는 점도 비슷합니다. 다른 점이라면 나영 작가의 고양이는 손길을 피하지 않겠죠. 사랑스러움을 가득 담은 작품이 일상 속에 녹아있는 것만으로도 삶은 조금 밝아집니다.
나영 작가의 ’포옹이 고양이 오브제’는 “작고 귀여운 존재를 만났을 때 찾아오는 불가항력적인 즐거움”입니다. 사실 ’귀여움‘은 가장 강력한 감정 중 하나입니다. 사전적으로 ”귀엽다“를 찾아보면 ”모양이나 행동이 앙증맞고 곱살스러워 예쁘고 정겹다“라고 정의되어 있어요. 무엇인가를 보고 ’귀엽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예쁘고 정겨움의 세계로 빨려들어간 뒤입니다. 어떤 감정도 자주 보면 닳아버리죠. 나영 작가의 고양이는 그 불가항력의 세계와 삶의 거리를 고양이의 표정으로 만들어냅니다. 귀여움이 너무 닳아버리지 않게요. 그렇지만 촉감 때문에라도 자주 손이 가게 되겠죠. 당신의 행복을 바라면서요.
나영 작가 인스타그램 @poongpottery
이영주 작가
이영주 작가는 근육을 매만집니다. 근섬유가 얽히고 섥혀있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작가는 도자기를 굽습니다. 작품의 제목 역시 근육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해부학적 시선으로 바라본 근육은 그 자체가 다양한 조형성을 갖추고 있죠.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근육이 어떻게 생기고 어떻게 움직이는지 잘 모르면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영주 작가는 그 모습을 포착해 외부로 끄집어냅니다. 그리고 결국 다른 성질의 물질에 재현함으로써 사람의 몸을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더 나아가 관객은 몸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조형미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죠. 미시적으로 바라보게 된다면 우리는 모두 ‘세포‘의 배열입니다. 거시적으로 바라보게 된다면 우리는 사실상 몰개성의 생물체가 되기도 하죠.
한편으로는 예술 역시 ’몸‘에 기반한 결과물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대학생 때 들었던 도자사 수업의 교수님은 도예가였어요. 교수님은 학기를 마치면 큰 달항아리 작업에 몰두하실 거라고 했습니다. “더 늙어서 힘이 부족해지기 전에 큰 달항아리 작업을 해보려고 한다.” 결국 도예가의 몸이 견딜 수 있는 만큼이 작업의 한계가 되기도 합니다. 작가가 근육에 비축해둔 힘이 곧 작품을 결정짓고는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개념을 오롯이 드러낸 작업이 이영주 작가의 도자기인 것 같았습니다. 그 질문을 이렇습니다. “당신의 몸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이영주 작가 인스타그램 @young_c_work
핀즐PINZLE
핀즐은 동시대 글로벌 아티스트의 작품을 선보입니다. 유니크하고 독보적인 큐레이션을 통해 사람들의 일상 속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소장 가치와 개인의 취향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작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죠. 컬렉터들이 자신만의 철학을 드러내며 더욱 다채로운 삶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번 더 현대 서울에서 진행한 팝업전시 ”Hand To Home”은 2025 공예유통 프로모션 사업 선정 프로젝트입니다.
Hand To Home
일정: 7월 1일 ~ 7월 31일
장소: 더현대서울 2층
핀즐 인스타그램 @pinzle_gallery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