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독자, 새해를 여는 그림으로 이대원의 〈감나무〉를 골라 이번 레터를 시작해봅니다. 이대원 화백의 그림을 처음 봤을 때를 기억합니다. 색감과 구성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작가는 '행복한 화가'라는 별칭에 맞게 자연 풍경을 밝고 따뜻한 색으로 표현하고 있는데요. 가까이서 볼 때는 흡사 타오르는 듯 출렁이는 색점의 물결이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나무를 이룹니다. 보는 즐거움을 주는 그림들이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2026년 8월 이대원 회고전이 예정되어 있으니 실물로 감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은 국제미술계에서 주목받는 현대미술가를 집중 조명합니다. 3월에는 데미안 허스트의 개인전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개최하는데요. 이는 아시아 최초로 열리는 데미안 허스트의 대규모 개인전입니다. 전시는 작가의 초기작부터 최근 작업까지 작업 전반을 아우르며 설치, 조각, 회화 등 다양한 매체로 구성됩니다. 죽은 동물을 포름알데히드 수조에 담은 〈자연사〉 연작, 인간의 두개골에 다이아몬드를 촘촘히 박은 〈신의 사랑을 위하여〉(2007) 등의 대표작을 비롯하여 〈벚꽃〉 연작 이후의 미공개 최신작을 포함해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세계를 심층적으로 소개합니다.
또한 8월에는 서도호 작가의 사상 최대 규모 개인전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는데요. 이 역시 작가의 초기작부터 현재 진행 중인 최신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그의 예술 세계를 총체적으로 아우르는 회고전 성격으로 꾸며집니다. 작가의 치열한 사유 과정이 담긴 다량의 드로잉이 국내 최초로 공개되며, 미래지향적 통찰을 보여주는 '브릿지 프로젝트' 등 주요 설치 작품들이 서울관 공간을 가득 채울 예정입니다.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대형 작가의 전시를 통해, 국제 전시 프로그램을 강화하겠다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주요 변화가 잘 엿보이는 전시 소식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워낙 큰 개인전이 많이 열릴 예정이지만,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국내 최초 소개되는 조지아 오키프도 놓치지 마세요. 국립현대미술관은 《조지아 오키프와 미국 모던아트》 전시를 통해 오키프 작품을 국내 최초로 소개합니다. ‘미국 모더니즘의 어머니’로 불리는 조지아 오키프는 꽃을 극단적으로 확대해 그린 회화와 뉴멕시코 사막 풍경, 뉴욕 마천루 연작 등을 통해 자연과 사물을 추상적으로 재해석했습니다. 오는 11월 열리는 이 전시는 오키프의 주요 작품을 소장한 시카고미술관과의 협업으로 진행되며, 전시 종료 후 지역 미술관 순회가 예정돼 있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또한 '한국근대거장전'을 새롭게 선보인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그 첫번째 작가로 유영국을 선정, 작가의 역대 최대 규모 회고전 《산은 내안에 있다(가제)》를 오는 5월 개최합니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산을 바탕으로 그림을 확장시켜 온 유영국의 작품 세계를 미공개작과 함께 조명할 예정입니다. 이밖에 타이틀매치 등 흥미로운 전시를 선보여 온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매체포커스 전시 《글쓰는 예술》이 4월부터 열린다고 합니다.
리움미술관은 2024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 구정아 개인전을 9월 개최합니다. 한국에서 열리는 가장 큰 규모의 개인전으로 로비와 M2 전시장은 물론 벽 뒤나 고미술품 사이 등 예기치 못한 공간에서 작가의 작품을 마주치게 될 거라고 하는데요. 작가는 자신이 창조한 개념적 세계, “우쓰(OUSSS): 가상도 현실도 아닌, 이해할 수 없지만 감지할 수 있는 맞닿은 세계”로 관람객을 초대합니다. 많은 대형 전시 사이에서도 뜻밖의 (연출된) 상황은 흥미롭고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것 같습니다. 하반기가 오기 전, 3월 호암에서 열리는 김윤신 개인전도 함께 추천합니다.
![구정아 《랜드 오브 우쓰 [강세]》 전시 전경, 2025–2026, 루마 아를, 프랑스](https://cdn.maily.so/du/visitor.see/202601/1768828602378975.jpg)
국제적인 작가의 개인전을 꾸준히 열고 있는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은 올해 조나스 우드 개인전을 9월 개최합니다. 일상과 주변 풍경을 평면적으로 그려낸 조나스 우드의 작업은 선명한 색채와 패턴이 돋보이는데요. 작가의 지난 20년 작업 세계를 망라하는 이번 전시에는 회화, 드로잉, 판화 등 80여점이 전시될 예정입니다. 상반기 열리는 현대미술소장품특별전은 4월에 개최됩니다. 데이비드 호크니, 로즈 와일리, 키키스미스와 같은 해외 현대미술 작가의 작업은 물론 백남준, 이불, 갈라포라스 김 등 한국 현대미술 작가의 눈에 띄는 작업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기타 올해 열릴 갤러리 전시 소식 중 가장 기대되는 전시로, 사심을 담아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박찬경 개인전을 꼽아봅니다. 9년 만에 열리는 작가의 개인전이에요. 오는 3월 열리는 《안구선사(眼球禪師)》 전시에서 20여점의 신작 회화를 공개합니다. 한국의 민화와 사찰 벽화를 새롭게 해석하고 인용하는 이 작업은 국내 사찰과 선불교의 에피소드에서 착안됐습니다. 국제갤러리는 이밖에도 상반기 홍승혜(부산)와 로버트 메이플소프, 하반기 박서보 대규모 개인전과 이희준 작가의 신작 전시 등이 예정되어 있어 올해 자주 찾게 될 것 같아요.
글을 마무리하며 마지막으로 프랑스 퐁피두센터의 한국 분관 ’퐁피두센터 한화‘가 올해 6월 개관할 예정이라는 소식도 함께 전합니다. 개관전으로는 조르주 브라크와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인데요. 전시는 입체파 거장의 초기 작품부터 1920년대 순수주의, 아르 데코와 관련된 장식적 변주까지 입체주의의 발전 과정을 다룹니다. 63빌딩 옆 곧 완공될 퐁피두센터 서울을 거니는 상상을 하며 글을 마칩니다. 올해도 좋은 전시 리뷰 및 프리뷰로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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