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 벌려면 돈 되는 일을 해야죠."
적지않은 돈을 벌고있는 지인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다. 그의 말을 풀어보자면 이렇다. 돈을 벌려면 돈 되는 일을 해야한다. 돈 되는 일이란 사람들의 불편함을 해결해주는 일이다. 문제를 해결해주면 사람들은 지갑을 연다.
너무나 맞는 말이라 잠깐 멍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이 말을 되뇌었다. 돈 되는 일을 찾아 돈을 벌 생각에 신이 났다. '그래, 돈 벌려면 돈 되는 일을 해야지!'
'잠깐, 그래서 돈 되는 일이 뭐지?'
지난 글에서는 돈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썼다. 여행이 될 수도 있고, 책이 될 수도 있고, 자유가 될 수도 있다. 돈은 아직 아무것도 아니지만 무엇이든 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했다.
이번 글에서는 그 반대 명제로 시작한다.
무엇이든 돈이 될 수 있다
우리가 돈을 내고 무언가를 산다는 건 누군가는 무언가를 팔고 돈을 벌고 있다는 뜻이다. 나는 책을 사고 누군가는 글을 판다. 나는 강의를 사고 누군가는 지식을 판다. 나는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누군가는 커피와 공간을 판다.
그러니까 돈을 벌고 싶다면 나도 파는 사람이 되면 된다. 나의 지식과 노동, 경험이 충분한 가치를 갖추었다면 돈과 교환할 수 있다. 무엇이든 돈을 주고 살 수 있듯, 무엇이든 돈을 받고 팔 수 있다.
물론 아무거나 내놓는다고 팔리지 않는다. 글을 쓴다고 해서 누군가 돈을 내고 읽어주지 않는다. 코딩을 할 줄 안다고 바로 개발비를 받을 수도 없다. 서비스를 팔든 물건을 팔든, 적어도 누군가가 돈을 낼 만한 수준까지는 올라가야 한다. 그리고 어떤 것이든 팔릴 만한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돈 → 팔 것 → 시간과 노력
돈이란 팔 것이며, 팔 것은 시간과 노력의 축적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떤 것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될까? 대부분 여기서 함정에 빠진다.
돈 되는 일을 하라는 말의 함정
"무엇에 시간과 노력을 들일 것인가?"라는 질문에 "돈 되는 일"이라고 답하면 순환 논리에 빠지게 된다.
그래, 돈을 벌려면 돈 되는 일을 해야지.
좋아, 그래서 무슨 일을 하면 되지?
바보야, 돈 되는 일을 하라고!
'돈을 벌려면 돈 되는 일을 해라.' 말은 되는데 막상 어떠한 행동도 이끌어내지 못한다. '1 더하기 1은 2다'라는 말과 다름 없다. 어쩌라고 싶은거다.
물론 돈 자체가 엄청난 동기가 되는 사람도 있다. 수익성이 높다고 하면 처음 접하는 분야라도 밤을 새워 공부하는 사람, 그러다가 시장이 바뀌면 미련없이 다음 트렌드로 넘어가는 사람 말이다. 그런 사람이라면 '돈 되는 일을 하라'는 전략이 잘 먹힐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그럴 자신이 없었다. 돈만 주면 어떠한 궂은일도 다 한다고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돈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일을 선택하지는 않는 것 같다.
수익성이 아니라 지속성이다
"무엇에 시간과 노력을 들일 것인가?"라는 질문에 나는 "좋아하는 일"이라고 답하겠다.
꾸준함. 성공에 필수적으로 언급되는 단어이다. 물론 이 악물고 꾸준할 수도 있다. 그런데 좋아하는 일은 굳이 억지로 할 필요가 없다.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만나려고 하듯, 좋아하는 일은 어떻게든 계속하려고 한다. 그리고 계속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실력이 쌓이게 된다. 쌓인 실력은 남들이 돈을 낼만한 가치를 갖게 된다.
결국 중요한 건 '돈이 되느냐'가 아니라 '시간을 쌓을 수 있느냐'이다. 수익성이 아니라 지속성이다. 오래하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에서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이겨놓고 싸우는 것과 같다. 죽이되든 밥이되든 어차피 평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네 가슴을 따르라' 따위의 감성적인 프레이즈를 논하는 것이 아니다. 좋아하는 일이란 그자체로 꾸준히 오래 지속할 수 있게 만드는 복리의 원천이다. 장기 우상향 종목이라는 거다.
좋아하는 일만 할 수 있을까
아무리 그래도 제 앞가림은 하면서 살아야한다. 당연히 생계유지를 위한 돈벌이는 필수적이다. 좋아하는 일을 돈과 상관없이 10년 이상 할 수 있으려면, 그것을 10년간 이어 갈 수 있게 해주는 기본 자금이 필요하다. 스타트업 용어로, '런웨이'를 확보해야한다. 좋아하는 일에 장기간 투자할 수 있는 경제적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런웨이: 스타트업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으로, 추가 투자 유치나 수익 창출 없이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기간을 말한다.
좋아하는 일만 좇는 것 또한 돈만 좇는 것만큼 어리석다. 생업을 뿌리치고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산다는 것은 결국 제몸 갉아먹고 살겠다는 것과 같다. 나중에는 입만 살아서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거야'라는 허무한 말만 허공에 내뱉고 있을지도 모른다.
호랑이 같은 현실 속에서 아이같은 마음을 지키려면 대신 잡아먹힐 녀석이 필요하다. 그게 바로 돈이다. 떡 하나주면 안 잡아먹는다. 우리는 배고픔에 잡아먹히지 말아야 한다. 부정적인 생각에 잡아먹히지 않아야 한다. 떡 하나 주듯 돈을 방패삼아 현실을 지나가는 거다. 좋아하는 일이 돈이 될 수 있을 때 까지.
내가 10년 동안 할 일
좋아하는 일을 하는 시간은 참 행복하다. 수익이라도 나면 100배 이상을 번 것 같은 기쁨이 밀려온다. 돈을 따라가지 않고, 오래 할 수 있는 일을 고른 뒤, 돈이 따라올 시간을 버는 것. 이것이 내가 요즘 살아가고 있는 인생 전략이다.
내가 10년 동안 할 일이란 독서모임을 열어서 책을 나누는 일이다. 뉴스레터 글을 쓰며 생각을 나누는 일이다. 팟캐스트를 진행하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일이다.
매일 30분씩 책을 읽고, 매주 4000자씩 글을 쓰고, 매년 50명씩 만날 것이다. 이 시간을 10년 쌓으면 지금보다 훨씬 큰 가치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 가치가 돈으로도 환산된다면 물론 좋겠다. 하지만 돈이 안되더라도 괜찮다. 나는 좋아하는 일로 시간을 가득 채웠으니까.
이런 인생 전략이 어떻게 실패할 수 있을까? 나는 돈이 되는 일이 아니라 오래할 일을 하기로 했다.
《데미안》 원데이 독서살롱 후기

제가 3번 이상 읽은 책으로만 독서살롱을 열고 있어요.
책을 미리 읽지 않아도 되는, 해설과 대화가 있는 모임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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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함께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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