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Sara 입니다.
어느새 또 일주일이 지나 여러분께 레터를 보내게 되네요. 이번주는 월요일이 휴일이었던 연휴라 그런지 한주가 더욱 빠르고 정신없게 지나가는 듯한 느낌입니다. 연휴 내내 비가 많이 오더니 어느새 날이 맑아졌네요. 비가 내릴 때는 또 나름의 운치가 있어서 좋다는 생각을 했는데, 비가 많이 내리고 난 후, 날이 개니 청량한 공기와 깨끗한 하늘에 기분이 또 좋아집니다. 비가 아무리 많이 내려도 비가 그치면 꼭 파란 하늘을 보여주며, 맑게 개는 날을 보면 한편으론 괜히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오늘은 언젠가 꼭 한번 써보고 싶었던 위스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주로 소개하는 위스키는 보통 바틀로 가격이 비싸야 20만원선 정도고 바에서 마시면 한잔에 1-2만원대에서 마실 수 있습니다. 위스키 자체가 사실 그리 저렴한 술은 아니긴 하지만, 비싸지 않아도 너무나 훌륭한 위스키가 많아서 굳이 고가의 위스키를 소개할 필요가 없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오늘은 작정하고 아주 고가의 위스키를 한번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위스키를 잘아는 분들은 아실 수도 있지만 위스키를 잘 모르는 분들은 생소한 위스키일 수 있는데요, 이 위스키를 마시게 된 저의 경험과 감상에 대해서 편하게 한번 이야기 해드려볼까 합니다.
이 위스키를 처음 마시게 된 것은 위스키를 처음 좋아하기 시작했던 해에 한창 혼자서 바에 가서 이것저것 위스키를 마셔보는 것이 일상이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5년 정도 전이었는데요, 이 당시에 저는 다이어트에 한창 꽂혀서 엄격한 식단 관리를 하며 살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위스키만큼은 포기할 수가 없어서 매번 물을 안주삼아 위스키를 마시곤 했었습니다. 그 날은 금요일 저녁이었는데, 뭐랄까 스스로에게 작은 보상이 필요한 날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 날만큼은 운동도 쉬고 위스키 바에 혼자 터덜터덜 향했습니다. 그렇게 바에 도착해서 앉아서 첫 잔으로는 카발란 솔리스트를 주문해놓고서는 핸드폰도 보고 가져온 책도 끄적끄적 보며, 멍을 때리고 있었지요. 그러다가 우연히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옆자리 손님의 위스키 잔을 보게 되고 그 앞에 놓인 위스키를 보았는데, 정말 너무나 먹어보고 싶었지만, 그렇지만 한번도 실물로 보지는 못했던 바로 그 위스키 병이 놓아져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두둥
아니 이거슨 보기 힘들다는 완전 비싼 고가의 버번 위스키가 아닌가!!! 하면서 눈이 휘둥그레 해져서 쳐다보고 있었더니, 옆자리 손님께서 제 눈빛을 읽으신 것인지 계산하고 바를 나가시면서 저에게 "이거 진짜 정말 맛있어요. 꼭 드셔보세요."라고 말을 하고 나가시는게 아니겠습니까.. 저는 그날 '아, 오늘 나는 이 위스키를 꼭 반드시 먹어야만 하는 운명이구나'하고 느꼈고 그렇게 바텐더 분에게 조심스럽게 여쭤봤습니다.
"저 혹시, 요 위스키 한잔에 얼마인가요..?"
그랬더니 바텐더님께서
"이 위스키는 1잔에 12만원 입니다."
라고 대답해주셨지요. 12만원.. 저에게는 위스키 한잔에 쓰기에는 적은 돈은 아니었기에 그 순간 이 위스키를 12만원 주고 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 짧은 시간 동안 고민하던 찰나, 바텐더님께서 반잔에 6만원에도 판다며 꼭꼭 한번 마셔보시라며 강추하셨습니다. 그 제안에 저는 또 한번 이 위스키와의 운명을 느끼며 반잔을 주문하여 결국은 이 위스키를 마셔보게 되었습니다.
이날 제가 마신 위스키는 바로 "조지 티 스택(George T. Stagg)" 이라는 위스키였습니다.
조지 티 스택은 최상급 버번 위스키로 1병이 2~300만원이 훌쩍 넘는 고가의 위스키 입니다. 출고가 자체는 100만원대라고 하는데 워낙 희귀하고 한정템이다보니,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요즘은 사실상 부르는게 값이라고도 합니다. 조지 티 스택은 버팔로트레이스라는 버번 위스키 증류소에서 매년 만드는 "버팔로 트레이스 앤틱 컬렉션(Buffalo Trace Antique Collection)"이라는 시리즈 제품 중 하나 입니다. BATC라고 부르기도 하는, 매년 가을쯤에 한정 수량으로 출시 되는 위스키들인데, 아주 훌륭한 맛과 향이 일품인 프리미엄 위스키 시리즈입니다. 이 컬렉션에 여러 개의 위스키가 있는데요, 이 중에서도 조지 티 스택의 인기는 압도적으로 최고입니다.
다시 돌아가서, 그렇게 어렵사리(?) 마셔보게 된 반잔의 조지 티 스택 위스키를 한입 딱 마셨을 때, 저는 그 때의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정말정말 맛있었거든요. 저는 이 맛을 눈이 번쩍 떠지는 맛이라고 표현하는데, 정말 말도 안되게 화려하고 풍부한 향에 60도가 넘는 높은 도수가 느껴지지 않는 부드러움과 함께 혀의 감각을 깨우는 매력적인 알싸함이 마치, 소리없는 아우성처럼 역설적으로 어우러져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게 하는 맛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향뿐만 아니라 혀의 감각을 깨우는 느낌을 주는 위스키를 만들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맛이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보자면 체리향과 같은 달콤하면서도 화사한 맛이 감돌면서도 버번 특유의 달달한 향이 함께 느껴지고 이 후, 스파이시하다고 표현하기엔 부족한 알싸함이 목넘김의 끝까지 이어지는 그런 맛이, 이 전에 어떤 위스키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맛과 향 그리고 감각이라 정말 강렬한 경험이었습니다.
조지 티 스택을 마시고 나니 이 위스키가 왜 이렇게 비싼지 바로 수긍할 수 있게 되었고 이 정도 가격의 가치를 충분히 한다고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조지 티 스택을 마시고 나서 이런 위스키를 가격에 상관없이 편히 마실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의지를 더 불태우게 되는 긍정적 효과도 있었지요.
조지 티 스택은 "조지 티 스택 주니어"라는 숙성연한은 절반 정도 되고 상대적으로 구하기도 쉽고 저렴한 버전도 있습니다. (물론 조지 티스택 주니어도 아주 구하게 쉽지는 않습니다. 조지 티 스택에 비해서 조금 나은 정도..) 조지 티 스택 주니어도 조지 티 스택의 특징들을 가지고 있어 훌륭한 버번 위스키 입니다. 그렇지만 조지 티 스택 주니어와 조지 티 스택의 두 개를 비교 하자면 그 맛의 차이는 상당한지라, 혹시 선택할 수 있다면 조금 투자를 하더라도 조지 티 스택을 마셔보시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2년 전쯤 방문한 바에서 조지 티 스택을 또 다시 만나 마셨던 적이 있는데요, 그 때는 한 잔 가격이 16만원이었습니다. 무려 2-3년 사이에 4만원이나 비싸진 조지 티 스택 가격이었지만, 저는 여러 잔 마실 돈을 조지 티 스택 한 잔에 투자 하겠다하여 무려 16만원을 주고 마셨던 적이 있습니다. 요즘의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아마 지금쯤은 한잔에 20만원에 육박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오늘은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어쩌면 가장 좋아하는 위스키 중 하나로 꼽는 위스키에 대한 소개를 제 경험과 함께 주저리주저리 늘어 놓아보았데요, 제 경험을 좀 더 생생하게 소개시켜드리려고 노력해보았는데, 그 노력이 여러분들께 닿았길 바래봅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저는 늘 여러분의 질문과 의견과 제안을 항상 기다리고 있습니다. 위스키에 대한 궁금한 점이나, 다뤘으면 하는 주제 혹은 제가 대신 먹어보고 알려줬으면 하는 위스키들이 있다면 언제든지 댓글이나 메일로 알려주시면 제가 정성껏 답변을 글에 담아 보내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비가 오고 나서 청량한 공기와 함께 약간 공기가 쌀쌀해졌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감기 조심하시고 구독자 여러분 모두 즐겁고 행복한 주말 되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또 다음주에 더 재밌는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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