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Sara 입니다.
정말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지난 한 주, 다들 잘 지내셨나요? 밤낮 할 것 없이 숨이 턱턱 막히는 날씨에 에어컨 아래서 쉬는 것 말고는 어디 외출하는 것조차 두려워지는 요즘 입니다. 이렇게 더운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날이 더운데요, 늦은 밤에도 전혀 시원해지지 않고 정말 너무 덥더라고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더위로도 지치고 본업으로도 지치는 한 주 였답니다. 예상치 못한 이슈들이 발생해서 일주일 내내 시달리는 한 주를 보냈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주말이 더욱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일을 하다 보면 스스로가 제어할 수 없는 영역의 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게 되는 순간들이 많이 있는데요, 이럴 때마다 태연해져야지 하는 생각을 머리로는 하지만 막상 그런 순간들이 눈앞에 닥치면 태연해지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이런 것을 책임감이라고 생각해야 할 지 아니면 미련하다고 생각해야 할 지 잘 모르겠지만, 지난 한 주의 괴로움을 책임감의 대가라는 말로 스스로 위로 아닌 위로를 해보려 합니다. 아무쪼록 이런 고민들이 빠르게 해결되기를 (개인적으로) 바라며, 말도 안되는 이 더위도 빠르게 한 풀 꺾기길 바래봅니다.
오늘의 위스키 뉴스레터 주인공은 조금 낯설지만 재밌는 이야기를 가진 위스키 입니다. 오늘의 위스키, "Ballechin(발레친)" 입니다.
오늘의 위스키도 아마 좀 낯설게 느껴지는 구독자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유명한 위스키가 아닐 뿐더러 생산량도 매우 적어서 흔하게 찾아보기가 어려운 위스키이기 때문입니다.
Ballechin(발레친) 위스키는 제가 이전에 뉴스레터를 통해 소개 드렸던 적이 있는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작은 증류소 "에드라두어" 증류소에서 생산되는 위스키 입니다.
에드라두어 증류소에 대해서 간략하게 한번 더 말씀드리자면, 에드라두어 증류소는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에 위치한 소규모 증류소 입니다. 일하는 직원이 3명 뿐이고 증류소 현장 직원은 2명 뿐인데요, 그래서 주당 생산량이 12배럴(2,200리터) 정도 되고 1년 생산량이 10만 리터에 불과한 아주 작은 규모의 적은 생산량의 가진 증류소 이지요. 에드라두어 증류소는 유명 독립 병입 회사인 "시그나토리"에 인수되어 현재는 시그나토리 소속의 증류소가 되었는데요, 위스키에 별도 색을 입히거나 하지 않는 Natural Colour 위스키로 유명하고 그래서 진한 위스키 색상이 특징입니다.
이 에드라두어 증류소에서 피트(Peated) 라인으로 출시한 위스키가 바로 Ballechin(발레친) 입니다. 2006년부터 Ballechin 이라는 이름으로 피트 위스키를 출시 하기 시작했는데요, 안그래도 작은 에드라두어 증류소에서 생산되는 새로운 라인업이다 보니, Ballechin(발레친)의 생산량은 연간 6,000병 남짓에 불과합니다. 적은 생산량로 나름 희소성이 있는 위스키이기도 하지요.
Ballechin(발레친)이라는 위스키 이름은 과거에 실제로 존재했던 증류소 이름을 따온 것이기도 합니다. 1800년대에 스코틀랜드 Perthshire 지역 근처에 7개의 증류소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에드라두어였고, 또 다른 하나가 Ballechin(발레친)이었습니다. 7개 증류소 중 유일하게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증류소는 에드라두어 하나 뿐인데, 에드라두어에서 과거에 존재했던 증류소인 Ballechin의 이름을 따서 새롭게 위스키 라인을 만든 것입니다.
Ballechin(발레친) 증류소는 1810년에 지역 농민들에 의해 만들어져서 1927년에 문을 닫았습니다. 이 Ballechin(발레친) 증류소는 또 그 근방의 "Ballechin House"라는 저택에서 또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 이 Ballechin House(발레친 하우스)가 또 귀신 들린 이야기로 유명합니다.
1800년대 초 스튜어트 가문의 저택이었던 이 곳은 1830년 대에 로버트 스튜어트(Robert Steuart)가 상속 받아 그가 사망할 때 까지 거주하게 됩니다. 로버트 스튜어트는 원래 군인이었는데, 인도에서 군 생활을 하면서 윤회, 환생 이런 것들에 심취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이 저택에서 수십마리의 개들과 함께 거주했었는데, 로버트 스튜어트는 세상을 떠날 때 쯤 자신이 죽으면 검은 색 스패니얼 개로 환생 하겠다는 유언을 했다고 합니다.
로버트 스튜어트가 세상을 떠난 뒤 그의 유언이 실현될까 두려웠던 로버트 스튜어트의 조카가 그가 키우던 개들은 다 사살해버리는데, 그 후 이 저택에서 기이한 현상들이 연속적으로 발생하게 됩니다. 아무도 없는 방에서 벽을 치는 소리가 나거나, 대화 소리가 들리고, 갑작스럽게 온 집 안에 냉기가 돌거나 짖는 소리, 긁는 소리, 비명들이 들리고 침대 커튼이 혼자서 걷히는 등 이상한 현상들이 계속 나타난 것 이지요.
이러한 현상을 본격 탐구(?!) 하기 위해 Society for Psychical Research라는 심령 연구 학회의 연구자들이 이 저택의 기이한 현상에 대해서 조사를 진행했고 조사 기간 동안 둥둥 떠다니는 실루엣, 하얀 수녀복을 입은 여인, 검은 스패니얼 유령, 갑자기 들리는 달리기 소리 등 여러 현상들이 기록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이 저택에 머물렀던 사람은 조사 결과와 같은 기이한 현상은 없었으며 이 모든 조사가 사기라고 주장했고 그래서 이 조사 기록에 대한 진위 여부는 논쟁 거리가 되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Ballechin House(발레친 하우스)는 스코틀랜드에서 귀신이 가장 많이 나오는 집으로 알려졌고 무시무시한 귀신의 집은 1900년대 중반에 화재 이후에 저택 대부분이 사라지거나 철거 되었습니다.
다시 위스키 이야기로 돌아와서 에드라두어는 이 Ballechin(발레친) 증류소를 기억하며, Ballechin(발레친) 위스키를 만들게 되는데 피트 위스키로 이 위스키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피트도 그냥 피트가 아니라 50ppm이상의 피트를 사용한 몰트로 만들어져서 강한 피트향이 특징적인 위스키로 만들어 냈지요.
이전의 뉴스 레터에서도 ppm의 개념에 대해 설명 드렸지만, 다시 한번 50ppm이라는 피트 수준에 대해 감을 잡으실 수 있도록 설명을 덧붙이자면 ppm은 페놀 수치를 나타내는 숫자로 피트향과 스모키함을 표현하는 수치 입니다. "100만개 분자 속에 녹아있는 페놀의 양"이 바로 ppm 인데요, 아일라의 대표 위스키인 라프로익이 30~40 정도, 아드벡이 50~55 정도의 ppm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50ppm 수준의 Ballechin(발레친)도 아일라 위스키 중에서도 진한 피트향의 대명사인 아드벡 수준의 피트 수준을 가지고 있으니 상당히 진한 피트향을 느낄 수 있으리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Ballechin은 생산량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다양한 종류로 생산되고 있는데요, 버번 오크와 올로로소 셰리, 마데이라, 포트, 사우터네 등 다양한 와인 캐스크를 활용해서 여러 스타일의 위스키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특히, Ballechin SFTC(Straight From The Cask)라는 시리즈는 병입 당시 색소나 물을 추가 하지 않는 캐스크 스트렝스 위스키로 크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다만, 저는 아직 이 시리즈를 만나보지 못해 아직 맛을 보진 못했습니다..T-T
제가 마셔본 Ballechin(발레친)은 Ballechin 10년 Heavily Peated 입니다. 이름부터 강렬한 피트향이 느껴집니다.ㅎㅎ
향을 맡아보면 그냥 피트피트피트피트향이 나는데 그 와중에 살짝 달짝지근 과일 향도 함께 납니다. 꿀사과향 같은 것이 살짝 나는데, 이 향 덕분에 약간 단짠 매력의 기대감이 상승합니다.
그렇게 한입 싹 마셔보면.. 피트향과 짠맛과 스모키향이 엄청 강하게 느껴집니다. 너 정말 Heavily peated가 맞구나 싶은데 뭔가 강렬한 피트향 꾸러미에 다른 맛이 좀 묻히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향에서 느꼈던 꿀사과 같은 향은 느끼기가 어렵고 향보다 더 강한 피트향과 짠맛으로 혀의 감각이 압도되는 느낌이 듭니다. 한모금 마시고 나면 입안에 남는 스모키한 향이 이것이 아일라 위스키인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하이랜드에서 이런 피트 위스키를 만들다니라는 감탄도 들고 한 편으로는 조금 더 개성 있는 맛이 더 이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주 조금의 아쉬움도 들기도 합니다. 그치만 저 말고 다른 위스키 시음 후기와 평론가 분들은 꿀, 초콜릿, 바닐라 맛과 피트가 어우러진 맛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는 위스키니 구독자 여러분께서도 한번 마셔보시고 나의 감각으로 느끼는 맛을 느껴보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개인적으로는 Ballechin SFTC(Straight From The Cask) 라인을 꼭 한번 마셔보고 싶습니다.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나 버번 캐스크, 마데이라 캐스크 등에서의 숙성을 통해 매력도가 한층 높을 것으로 기대가 되거든요. 요 시리즈도 만약 마셔보게 된다면 시음 후기를 꼭 여러분께 알려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위스키를 구입하고 마시러 다니고 또 매주 위스키를 뉴스레터로 작성하면서 세상은 넓고 위스키도 참 다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또 매번 새롭게 나오는 위스키들로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래도 이렇게나 다양하고 재미있는 위스키라는 세계에 취향을 가지게 된 것이 참 행복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고민과 걱정, 스트레스가 많을 수 밖에 없는 현대인의 삶이지만 위스키를 포함한 여러분의 취향과 취미를 통해 개인의 생활과 시간 만큼은 행복하고 여유롭길 바라며, 오늘의 위스키 뉴스레터를 마무리 해보겠습니다.
밤낮으로 날이 많이 더우니 구독자 여러분 모두 더위 조심하시고, 시원한 에어컨 아래서 쾌적하고 즐거운 한 주 보내시길 바랍니다. 저는 다음주에 또 더 재밌는 위스키 이야기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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