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Sara 입니다.
무더운 날씨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구독자 여러분 모두 무사히 지내시고 계신가요? 올해 여름은 바깥 활동은 커녕, 외출조차도 어려울 정도로 너무나 덥고 습한 것 같습니다. 저는 원래 더위를 잘 안타는 편이기도 하고 중동의 어느 나라에서 살다 온 경험도 있어 왠만한 더위는 그럭저럭 잘 버티는데, 올해 같이 숨이 턱턱 막히는 습함과 더위가 혼합된 날씨는 더위에 강한 저에게도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도 어제가 입추였고, 다음주는 말복, 다다음주는 처서이니 이제 이러한 극한의 더위는 곧 한풀 꺾기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본격적인 이번주 위스키 뉴스레터 시작에 앞서서 간단한 질문을 먼저 던져볼까 합니다. 세계에서 위스키가 가장 많이 소비되는 위스키 최대 소비국은 과연 어디일까요? 아무래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싱글몰트 위스키가 많이 생산되는 스코틀랜드? 아니면 버번으로 유명한 미국? 아니면 의외의 복병 일본?
이번주 위스키 레터 제목이 스포인지라 여러분께서 답변을 예상하셨으리라 생각되지만, 정답은 바로 "인도" 입니다. 의외로 인도에서 위스키가 무척 사랑받고 있기도 하고 압도적으로 많은 인구 덕택에 세계에서 위스키 소비량 자체가 가장 많다고 해요. 저는 사실 인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위스키에 대한 이미지가 매칭 되지 않아서 상당히 의외라고 생각했답니다. 뭔가 인도 사람들은 위스키보다는 맥주나 인도 전통 술 같은 것들을 많이 마실 것 같은데 위스키가 크게 사랑 받는다고 하니 상당히 의외였어요.
인도에서 이렇게 위스키가 사랑받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그 중에서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인도가 바로 위스키 생산국이기 때문입니다. 인도에서 생산되는 위스키가 인도 자국에서도 많이 소비되는 것인데요, 사실 인도 위스키는 스코틀랜드나 미국 처럼 위스키에 대한 규정이 없어 엄밀히 말하면 우리가 말하는 위스키라는 기준에 부합하진 않습니다.
말하자면 보통 인도는 위스키를 만들 때, 다른 일반적인 위스키의 규정처럼 "곡물만을 원료로" 하지 않고 사탕수수에서 나오는 원당도 함께 활용합니다. 사탕수수의 원당을 원재료로 만드는 술을 "럼(Rum)"이라고 하는데요, 즉, 엄밀히 말하면 인도의 많은 위스키는 위스키와 럼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술이라는 의미입니다.그래서 많은 인도 위스키는 유럽이나 다른 나라에 자유롭게 수출할 수가 없습니다. 대부분의 위스키 소비국에서는 위스키에 대한 규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인도의 위스키 소비 이야기로 돌아와서, 전 세계에서 그리고 인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위스키는 "오피서스 초이스(Officer's Choice)"라는 위스키라고 합니다. 이 위스키는 인도 그레인 위스키에 스코틀랜드 보리를 활용한 위스키인데 사탕수수 원당을 활용하긴 하지만(럼같은 느낌이 있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원당을 덜 사용한다고 하긴 합니다. 마셔보진 않았지만 아마도 위스키와 럼이 섞인 그런 느낌이 아닐까 싶은데요, 인도에서 큰 사랑을 받는 이 위스키는 인도 밖에서는 크게 인기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인도에도 스코틀랜드의 위스키 생산 방식을 기반으로 위스키를 생산하여, 수출에 성공,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위스키도 있습니다. 바로 인도 위스키의 자존심이라고 불리는 "암룻(Amrut)" 입니다.
암룻 위스키는 개인적으로는 인도 위스키의 기적이 아닌가 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는 위스키 입니다. 위스키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정도로 꽤 유명하기도 하고요. 암룻은 "신들의 꿀"이라는 뜻을 가진 산스크리트어라고 하는데요, 제 3세계 위스키가 그러하듯, 인도의 재료를 기반으로 스코틀랜드의 증류 기술을 활용하여 만든 위스키인지라 인도만의 특징이 물씬 나면서도 싱글몰트 위스키의 매력을 모두 가지고 있는 위스키입니다. 암룻은 무려 히말라야 산기슭에서 생산되는 보리와 인도 코베리 강의 강물을 활용하여 만든다고 합니다.
사실 인도는 위스키를 생산하기에 적합한 기후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인도는 대부분 열대 기후에 속하는 더운 날씨가 특징이기 때문에 위스키가 매우 빨리 숙성되고 무엇보다 Angel's share라고 불리는 숙성 과정에서 날아가는 위스키의 양도 많기 때문입니다. 보통 스카치 위스키의 Angel' share가 많아야 2-3%라고 하면 인도 위스키는 10%가 훌쩍 넘어 10% 중반까지도 이른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상대적으로 숙성 연한이 짧아 암룻 위스키는 보통 NAS 즉, Non Aging Statement 숙성 기간을 표시 하지 않습니다. 짧은 숙성 기간에도 나름의 깊은 맛을 낼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암룻 위스키 중 가장 유명한 위스키는 암룻 인디안 싱글몰트와 암룻 퓨전 두 가지가 있습니다. 암룻 싱글몰트는 히말라야 산기슭의 보리를 활용한 싱글몰트이고 암룻 퓨전은 인도의 보리와 스코틀랜드의 보리를 섞어서 만든 싱글몰트 입니다. 두 나라의 보리를 섞었다는 의미에서 퓨전이라는 이름을 붙인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암룻 인디안 싱글몰트만 마셔보았는데,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독특한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달달한 향이 있으면서도 뭔가 약간 꼬리꼬리한 느낌과 함께 스파이시한 맛이 함께 느껴져서 새로운 형태의 위스키를 맛보는 느낌이었답니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단 맛과 스파이시함이었는데 이 사이에 묘하게 느껴지는 다른 스카치 위스키에서 느낄 수 없는 특유의 향이 있어 독특한 느낌이 났습니다. 혹시 위스키 좋아하시는 분들 중에서 오큰토션이라는 위스키를 아시는 분이 많이 계실텐데 오큰토션의 쿰쿰한 느낌이 살짝 가미된 느낌이라고 생각하시면 좀 더 쉽게 와닿으실 것 같습니다.
사실 암룻은 암룻 퓨전이 가장 평이 좋고 인기가 좋은 위스키 입니다. 이 위스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위스키 평론가 짐 머레이가 상당히 좋은 평을 줘서 유명해진 위스키이기도 합니다. 저는 마셔보지는 못했지만 이 위스키는 상당히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특징적이라고 합니다. 얼핏 마시면 블렌디드의 느낌이 많이 난다는 평도 있습니다.
암룻 퓨전은 항상 먹어봐야지 하면서도 막상 바에 가면 잘 고르지 않게 되기도 하는 모험적인 선택인데 인도 위스키 뉴스레터를 쓴 기념으로 조만간 꼭 한번 맛을 봐야겠습니다.
최근에는 암룻 외에도 폴존(Paul John), 람푸르(Rampur)와 같이 인도 위스키가 조금씩 유명세를 얻고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습니다. 아직은 인도 위스키의 세계적 부상이 초창기이긴 하지만 지속적으로 좋은 위스키를 생산하려고 하는 인도 위스키 산업의 노력이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인도도 일본이나 대만과 같은 위스키 강국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오늘의 위스키 레터는 여기까지 입니다. 오늘과 같이 제 3세계 위스키 이야기를 쓰다보면 늘 우리나라도 언젠가 위스키에 있어 라이징 스타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위스키 애호가분들의 열정과 지식 수준과 비례하여 우리나라에도 세계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대표 위스키가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번 주말도 무더운 여름 날씨가 예보되어 있네요. 아마도 올 여름 마지막 더위가 아닐까 싶은데요, 구독자 여러분 모두 여름날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행복한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저는 그럼 다음주에 또 더 재밌는 위스키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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