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최근 일본 버츄얼 유튜버 관련 콘텐츠를 번역하면서, 버츄얼 업계 관계자 분들을 종종 만나뵙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시장 상황과 인사이트 등에 대해서 선뜻 말씀을 해주시는데 저는 드릴 게 없더라고요. (업계 관계자가 아니므로 ㅠ.ㅠ)
그래서 불철주야 고생하시는 실무자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개인적으로 버츄얼 유튜버 관련 리서치와 리포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내용의 일부를 간략하게 공유해 드리려 합니다.
아래는 일본 양대 버튜버 기업인 애니컬러(니지산지)와 커버(홀로라이브)의 4년간 재무실적(3월기 결산 기준)입니다. (참고로 일본의 회계연도는 4월 1일에 시작해 다음 해 3월 31일에 종료)
애니컬러 (니지산지)
2021년 매출 76.4억 엔 / 영업이익 12.6억 엔 / 순이익 937만 엔
2022년 매출 141.6억 엔 / 영업이익 40억 엔 / 순이익 27.9억 엔
2023년 매출 253.4억 엔 / 영업이익 94.5억 엔 / 순이익 66.9억 엔
2024년 매출 319.9억 엔/ 영업이익 123.6억 엔 / 순이익 87.2억 엔
커버 (홀로라이브)
2021년 매출 57.2억 엔 / 영업이익 16.9억 엔 / 순이익 12.2억 엔
2022년 매출 136.6억 엔 / 영업이익 16.4억 엔 / 순이익 12.4억 엔
2023년 매출 204.5억 엔 / 영업이익 33.5억 엔 / 순이익 25.1억 엔
2024년 매출 301.6억 엔 / 영업이익 55.3억 엔 / 순이익 41.3억 엔
일본 버튜버 시장 규모
2023년 일본 버튜버 시장 규모는 약 800억 엔으로, 두 기업의 매출 합계는 620억 엔입니다. 나머지 180억 엔은 브레이브 그룹, 업랜드(MBS), 나나시잉크, 노리프로 등의 기업과 일부 개인세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800억 엔을 원화로 환산하면 1조 원이 안 되는 수준으로, 생각보다 시장이 작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본의 대표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토에이 애니메이션의 매출은 886억 엔, 반다이남코의 완구 및 애니메이션 사업 부문의 매출은 7,700억 엔) 글로벌 시장 규모는 약 1,600억 엔 수준으로 절반은 일본이, 나머지 절반은 중화권, 그리고 영미권과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의 동남아 위주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버튜버 산업은 흔히 서브컬처로 여겨지지만, 일본에서는 이미 메인스트림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시장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애니컬러와 커버 모두 그로스 시장에 상장되어 있으며, 애니컬러는 프라임 시장으로의 이전 상장을 준비 중입니다. 이는 일본에서 버튜버가 이미 '산업(Industry)'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일본 버튜버 기업의 BM
두 기업의 수익 모델은 방송 크리에이터 IP와 캐릭터 IP가 결합된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매출 구성비를 살펴보면 커머스(MD)가 40-50%, 스트리밍 수익이 20%, 페스티벌류 이벤트가 15-20%, B2B가 15% 수준입니다. 특히 커머스 매출 비중이 높은 것은 대부분의 일본 엔터사가 공통적으로 가지는 특징입니다.
또한 전체 매출의 30%가 글로벌이며, 글로벌 커머스 매출의 70~80%가 버튜버 IP를 활용한 디지털 굿즈(보이스팩, 보이스 드라마)인 점도 특기할 만합니다.
재무지표 및 비용 구조
위 재무 지표를 살펴보면 마진이 굉장히 훌륭한 수준인데요. 두 기업은 약 100-150명의 버튜버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이 평균적으로 연간 2.5 - 3억 엔 정도 벌어다준다고 가정하면, 실제 연기자에게 지급하는 보수는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BM별로 회사가 기여하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큰 커머스, 이벤트, B2B와 버튜버의 기여가 큰 스트리밍의 정산 구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날이 갈수록 커머스 매출이 더 크게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버튜버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버튜버 수를 확충하는 것을 보면 결국 MCN과 다르게 규모의 경제가 효과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장기 비전과 로드맵
두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과 단기 성장 전략, 글로벌 진출 방식은 놀랍도록 매우 유사합니다. 그러나 IR 자료와 결산 설명회를 통해 살펴본 두 기업의 장기 비전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애니컬러는 버튜버 IP를 활용한 게임, 애니메이션 등 미디어믹스 활성화에 중점을 두고 있는 반면, 커버는 2차 창작 생태계와 애니메이션풍 메타버스인 홀로어스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애니컬러는 콘텐츠 그 자체를 강화하는 포켓몬 IP, 커버는 엔터테크를 강화하는 디즈니 IP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타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을 보면 버튜버 에이전시와 MCN을 혼동하시는 경우가 있는데요. 일본에서는 버튜버 IP를 모두 회사가 소유하기 때문에, 회사와 계약을 해지한다면 기존의 버튜버 외형과 캐릭터, 팬을 포기하고 졸업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다른 컨셉의 버튜버로 다시 시작한다면, 이를 전생이라고 하여 세계관에서 조금의 연관성을 보이기도 합니다.
또 흔히들 버튜버는 휴먼 리스크에서 자유롭다고 생각하시는데, 이 또한 큰 오해입니다. 연기자의 휴먼 리스크라고 보긴 어렵지만 최근 니지산지의 셀렌 타츠키 제명 사건으로 애니컬러의 주가 하락과 팬덤 이탈이 발생되었습니다. 그리고 경영진은 이를 주주총회에서 해명과 답변을 해야만 했습니다.
일본 버튜버 산업과 국내 버츄얼 엔터테인먼트 시장
국내 버튜버 시장은 아직 극초기 단계로 플레이어는 많이 계시지만 다들 힘들어 하고 계신데요. 버튜버보다는 조금 더 넓은 개념으로 버츄얼 엔터테인먼트를 본다면 외형은 버츄얼이나, BM에 따라 방향성이 천차만별로 갈리는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K-POP 비즈니스를 지향하거나 인터넷 방송 혹은 캐릭터 비즈니스를 지향하는 모델 등이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국내 회사들은 대부분 밸류에이션이 유리한 음악, 아이돌 비즈니스로 방향들을 잡지 않으실까 생각합니다. 피어 그룹이 애니컬러(2,700억 원), 커버(2,600억 원), 핑크퐁(721억 원), 티니핑(951억 원)보다는 매출이 조 단위인 대형 엔터사가 더 좋지 않을까라는 짧은 생각으로^^
물론 시장 사이즈와 밸류로만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더욱 재미난 모델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습니다.
국내 버튜버 시장이 아직 척박하고 굉장히 어렵지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의 성장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일본 버튜버 산업의 성장 과정을 그대로 따라갈지,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버츄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선보일지 여러모로 주목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회에 일본 버츄얼 유튜버 산업 분석을 통해 국내 버츄얼 엔터테인먼트 시장과 발전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조만간 장편의 리서치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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