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엔 공포가 딱 좋아! 최초의 공포 소설 <프랑켄슈타인>과 메리 셸리

더운 날, 주변 공기까지 으스스해지는 공포 소설 어떠세요?

2022.07.05 | 조회 1.3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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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여성들

인류 역사를 통틀어 익명이었던 여성들 - 우리의 불만을 기록합니다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찜통 같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요즘이네요. 이런 여름 날엔 으스스한 공포 영화나 스릴러 소설 한권이 떠오르기 마련입니다. 공포 소설하면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가 프랑켄슈타인이죠. 이 괴물을 만들어낸 이가 바로 잊혀진 여성들 스물 여덟번째 주인공인 메리 셸리입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책을 출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던 시기. 자신의 빛나는 재능을 익명 뒤에 숨겨야 했던 메리의 이야기, 시작할게요.

 


ⓒ 영화 프랑켄슈타인의 한 장면
ⓒ 영화 프랑켄슈타인의 한 장면

 

초록 얼굴, 양쪽 관자놀이에 박힌 나사, 덕지덕지 붙인 듯한 피부의 바느질 자국*. 우리는 이러한 이미지를 프랑켄슈타인이라고 부릅니다. 실제로 이 존재에게는 이름이 없었고 프랑켄슈타인은 이 존재를 만들어낸 과학자라는 것,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것 같습니다. 이 오랜 공포스러운 이미지는 1818년 런던에서 출판 된 한 소설에서 비롯됩니다. 출간후 200년이 지난 지금도 다양한 장르에서 모방되고 재탄생되고 있는 공상과학소설 불멸의 고전이죠. 그리고 그 작가는 19살의 여성이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메리 셸리. 선구적인 여권운동가인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딸입니다. 모친은 메리 셸리를 낳고 11일만에 감염으로 사망하게 됩니다. 이후 부친은 재혼을 하고 메리는 차별적인 대우를 받으며 불행한 어린시절을 보냈습니다. 

1816년, 메리는 지인들과 스위스 제네바 근방에서 여름을 보내게 됩니다. 여행 중이던 그들은 폭풍우를 마주해 급하게 별장에 모이게 되었습니다. 비가 쏟아져 내리던 여름날, 별장에서 시간을 보내던 그들은 괴담을 하나씩 짓고 공유하기로 합니다. 

* 이 이미지는 20세기 초 영화들로부터 구축 된 것으로, 실제 메리의 소설 속 괴물은 철학적 사유를 하고 다양한 학문에 능통한 모습으로 장합니다.

메리 셸리의 초상 ⓒ National Portrait Gallery, London
메리 셸리의 초상 ⓒ National Portrait Gallery, London

 

"이런 과제를 시작하도록 우리를 자극했던 이야기에 필적할, 우리 본성에 알 수 없는 공포를 일으키고 오싹한 두려움을 깨워 낼 이야기, 독자가 무서워서 주위를 둘러볼 수 없게 만들고, 피를 얼어붙게 하며, 심장 박동을 빠르게 할 이야기. 이를 성취하지 못한다면 유령 이야기라고 부를 가치가 없다." - <프랑켄슈타인> 서문 중. 메리 셸리

 

당시 메리와 함께한 시인 바이런, 의사 존, 남편 퍼시 그리고 자매인 클레어는 하나씩 이야기를 떠올려 서로 주고받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메리는 이야기를 떠올리는 데 고전하며,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했습니다. 그들은 생명 법칙에 대한 논의도 하게 되었는데, 이는 생물체에 생명이 주어지는 방식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메리는 더 나아가 시신도 다시 움직이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물음을 던지게 됩니다.

어느덧 밤이 깊어지고, 메리는 잠들지 못한 채 마음속에 연이어 일어나는 심상들에 빠지게 됩니다. 인간에 의해 조립 된 피조물. 불완전한 생기를 받은 끔찍한 인간의 환영. 그리고 그를 만든 사람은 자신이 만들어 놓은 끔찍한 것에 겁을 먹고 달아나는 모습. 악몽이었으나 이 생각들은 메리를 강하게 사로잡았고, 메리는 공포의 전율을 느끼며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익명으로 출간 된 프랑켄슈타인 초판
익명으로 출간 된 프랑켄슈타인 초판

"내 유령 이야기, 성가시고 불운한 내 유령이야기가 자꾸만 생각났다!
오! 그날 밤 내가 겁에 질렸던 것만큼 독자들을 두렵게 할 이야기를 지어낼 수만 있다면!"

스위스 여름 여행에서 이야기를 떠올린 메리는 이후 2년간 소설을 집필하게 됩니다. 1818년, 드디어 <프랑켄슈타인>이 세상에 나옵니다. 그리고 이 책은 익명으로 출간되었죠.

<프랑켄슈타인>은 소설 속 인물들이 주고 받는 허구의 서신을 기록한 편지 형식의 액자식 구성을 가집니다. 잔인하고 흉측한 장면 묘사 없이오싹하고 서늘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 이야기는 빅터 프랑켄슈타인이라는 과학자를 북극에서 발견하면서 시작됩니다.

빅터는 생명의 원천과 인체 구조에 집착했던 과학자로, 시체에 생명을 불어넣는 방법을 알아내면서 거구의 인조 인간을 만들어 냅니다. 그러고는 자신이 만들어 낸 피조물의 공포스러운 생김새에 겁을 먹고 도망친 인물이기도 합니다. 타인에게 누명을 씌우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반면 '괴물'은 한 인간의 욕심으로 창조된 존재로, 자신의 존재에 대해 그리고 자신을 만들고는 버리고 간 인간에 대해 사유하고 고민합니다. 괴물이 인간들에게 선하게 다가가도 인간들은 괴물을 피하고 공격합니다.  

<프랑켄슈타인> 에서 인간과 괴물은 존재 자체로 선 또는 악으로 나뉘지 않습니다. 그들의 선한 행동과 악한 행동으로 구분이 될 뿐입니다. 단순히 재미만을 위한 소설이 아닌,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었던 것입니다.

 

메리 셸리의 서명 ⓒ wikimedia
메리 셸리의 서명 ⓒ wikimedia

메리의 소설은 대히트였습니다. 하지만 그가 어린 여성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악평이 쏟아졌습니다. '어린 여성의 기괴한 상상력', '여성이 이토록 끔찍한 소설을 썼을리 없다' 등의 말도 안되는 비난이었습니다. 여성이기에 평가 절하되고 논리도 근간도 없는 비난을 들어야 했습니다.

평론들이 비난했던 <프랑켄슈타인>은 현재 최초의 SF 소설로 일컬어집니다. 1831년 개정본 서문에서 메리는 갈바니즘*을 언급합니다. 이는 작품 속 빅터가 새 생명을 창조하는 실험의 근거로 사용되는 과학적 이론입니다. 이외에도 소설에 등장하는 여러 이론의 수준도 상당하다고 합니다. 과학적 설득과 드라마틱한 전개가 완전한 형태의 SF 문학의 면모를 띄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죠.

또한 <프랑켄슈타인>은 메리의 자전적 내용을 담고 있다고도 언급됩니다. 그의 삶의 불행들이 소설 속 괴물과 닮아있기 때문이죠. 괴물의 탄생처럼 메리는 고독하고 외로운 출생을 겪었습니다. 지식인이지만 여성이기에 겪어야 했던 소외감과 분노 역시 괴물이 처한 상황과 유사하고요. 기괴한 외형으로 인해 인격체로 대우받지 못한 괴물의 아픔 또한 여성이라는 이유로 동등한 권리를 얻지 못했던 메리의 상처와 닮아있습니다.

특히 이 소설은 페미니즘적 요소가 녹아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데, 빅터 박사가 만든 괴물이 여성을 배제하고 있는 사회를 빗대고 있다는 것입니다. 메리는 여성의 존재를 지우고 후손을 만들어내는 남성들의 가부장적 욕망이 빚어낸 끔찍한 결과를 소설로 그리며, 여성이기에 겪어야했던 차별에 대해 분노를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요?

현대에 와서도 많은 질문을 던지는 그의 소설은 그 자체로 당대 평론가들의 악평 그리고 그에게 아픔을 준 사회의 차별이 무지하고 비논리적이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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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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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치그레잇

    0
    over 2 years 전

    메리 셸리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로도 만나볼 수 있어서 더 좋네요! 오랜만에 복습하러 갑니다! ^ㅅ^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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