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광화문 교보문고에 갔습니다. 평일 오후였는데도 문학 코너에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서가 앞에 쪼그려 앉아 책등을 읽고 있었고, 한쪽 구석에서는 장바구니를 발밑에 내려놓은 여자가 책 한 권을 펼쳐놓고 있었습니다.
저도 몇 권을 꺼냈다가 다시 꽂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다 제목이 재미있어 한 권을 집었습니다.
『체리토마토파이』.
체리토마토와 파이라니, 서로 잘 어울릴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이름이었습니다. 저는 책을 들고 자리를 찾아 두리번거렸습니다. 테이블 쪽에는 이미 자리가 다 차 있어서 그 옆 바닥에 자리를 잡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몇 페이지를 읽다가 문득 책을 덮었습니다. 이상하게도 제목 때문이었습니다.
살면서 저는 잘 어울리는 것들을 좋아했습니다. 옷을 입을 때도 색감을 맞추고, 집 안에 물건을 놓을 때도 비슷한 것끼리 두는 편입니다. 사람에게도 그랬습니다. 말이 잘 통하는 사람, 생각이 비슷한 사람,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금방 알아듣는 사람에게 마음이 갔습니다.
그런데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을 떠올려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았습니다. 나와 전혀 다른 사람과 오랫동안 친분을 이어온 적도 있고, 처음에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던 사람이 나중에는 누구보다 편해진 적도 있었습니다. 저는 대화할 때 주로 듣는 편인데 상대는 말이 많았고, 만나기만 하면 작은 것 하나쯤은 꼭 의견이 다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헤어지고 나면 다시 보고 싶어졌습니다.
서점 안에서는 계속 책 넘기는 소리가 났습니다. 교보문고 특유의 우디한 향이 서점 안에 은은하게 퍼져 있었고, 그 냄새 때문인지 사람들의 움직임마저 조금 느리게 보였습니다. 맞은편에서는 한 남자가 책 세 권을 포개 들고 어느 것을 살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한 권을 내려놓았다가 다시 집고, 또 다른 한 권을 내려놓았습니다.
저도 다시 『체리토마토파이』를 펼쳤습니다.
생각해 보면 사람 사이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조합이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잘 어울려서 가까워지는 관계도 있지만, 어떻게 이렇게 다른데 계속 만나고 있는지 스스로도 신기한 관계가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이 달라도 만나면 웃음이 나고, 생각하는 방식은 전혀 다른데 이상하게 마음이 놓이는 사람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그런 관계가 의아했습니다. 서로 맞지 않는데 왜 편한지 이해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요즘은 조금 다르게 봅니다. 서로 얼마나 잘 맞는가보다 둘이 함께 있을 때 어떤 사람이 되는지가 더 중요한 건지도 모르겠다고요. 책을 덮고 제목을 한 번 더 봤습니다. 체리토마토와 파이. 아직 먹어본 적은 없지만 이상하게 맛이 궁금해지는 이름이었습니다. 사람도 그런 것 같습니다.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좋아지는 사람도 있지만, 도무지 나와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 함께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가끔 그런 사람이 생각지도 못한 웃음과 행복을 주기도 합니다. 다르다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은 관계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은지도 모르겠습니다.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관계는 다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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