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주간모기영 42호

“우아함과 품위는 어디서 오는가”, [모기영 시사회] 소식, 장프로의 <벨파스트>(2021), ✨ 마음을 담아 보내주신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2022. 05. 28. 토

2022.05.28 | 조회 519 |
0
|

주간모기영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Christian Film Festival For Everyone|혐오 대신 도모, 배제 대신 축제

2022년 42호 주간모기영
2022년 42호 주간모기영

“우아함과 품위는 어디서 오는가”

“야망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야심 차 보이는 여자. 40대에 접어든 나는 그런 여자였다. 욕망하기보다 욕망을 지우고 싶었다. 욕심과 질투로 마음에 옹이가 지는 게 싫었다. 그러면 결국 내가 상처받기 때문이다. 나는 우선 스스로를 보호하고 싶었다....... 마음에 어는 점(빙점)을 만들지 말 것. 어떠한 고난이 닥쳐와도 밑바닥까지 추해지지 않을 것. 최대한 우아함과 품위를 유지할 것. 어릴 적 읽은 책에 등장하는 여성들에게 나는 이런 것을 배웠다.”

곽아람, 『매 순간 흔들려도 매일 우아하게』(이봄, 2021)에서.
곽아람, 『매 순간 흔들려도 매일 우아하게』(이봄, 2021)에서.

현직기자이면서 여러 권의 책을 집필한 곽아람은 에세이집 『매 순간 흔들려도 매일 우아하게』에서 ‘책벌레’로 자란 어린 시절로부터 40대가 된 지금까지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스무 권의 책과 주인공들, 작가들을 소개합니다. 『소공녀』 세라와 마리 앙투아네트에게서는 다락방과 감옥에서 더욱 빛이 나는 ‘왕녀의 품격’을 배웠고,  『빙점』의 요코에게서는 우아함이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지 지켜보면서 유년기를 겪었다면, 성년이 된 작가는 그다지 지적이지 않고 감정에 충실하지만 남다른 긍정과 생활력을 지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에게서 ‘잘 우는 여자’의 매력을 읽어냅니다. 재미있는 단락 한 부분을 옮겨봅니다.

“망할 년, 캔디 걔 진짜 웃기는 년 아니냐? 야, 외롭고 슬픈데 왜 안울어. 걔 사이코패스 아니야?”
잘 우는 여자 동백을 용식(강하늘)이 <말괄량이 캔디>의 주제가인 “외로워도 슬퍼도~”를 부르며 달래는 장면에서 나오는 이 대사는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인식의 전환을 가져다주었다. 그러게, 외롭고 슬프면 울면 된다. 망할 캔디 년 따라 굳센 척하느라 몇십 년 힘들게 살았구나. 

“일하는 여자의 눈물에 대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에서.(곽아람, 125쪽)

이 책에는 “모멸에 품위로 응수하는 책읽기”라는 부제가 달려 있습니다. 세라와 요코와 마리 앙투아네트와 스칼렛 외에 미셸 오바마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와 전혜린,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등등 누가 뭐래도 자신의 감정과 형편을 긍정하고, 혼자서도 당당하고, 배움으로 부당함과 악연의 고리를 끊어내고, 싸우고 연대하고, 편견에 저항하고 현실의 몰락에 굴복하지 않았던 여성들의 이야기입니다.

곽아람의 책에서 ‘우아하게’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제가 참 좋아하는 소설 뮈리엘 바리베리의 『고슴도치의 우아함』(문학동네, 2015)이 생각났어요.

뮈리엘 바르베리, 『고슴도치의 우아함』, 김관오 옮김, 문학동네, 2015
뮈리엘 바르베리, 『고슴도치의 우아함』, 김관오 옮김, 문학동네, 2015

열두 살 팔로마는 장관출신 국회의원 아빠와 문학박사 엄마를 둔 천재소녀입니다. 르네는 이 아이가 사는 부촌의 고급아파트에서 수위로 일하는 쉰 네 살의 독신 여성이죠. 두 사람은 우연한 기회에 서로를 알아보고 친구가 됩니다. 한 건물에 거주하지만 각자의 세계에 은닉하고 있었던 둘은 행여나 누군가 자신들의 똑똑함과 남다름을 눈치챌까봐 늘 조마조마한 삶을 살았어요. 게다가 팔로마는 열두 살 생일날 자살하기로 단단히 마음을 먹고 있었어요. 똑똑한 척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건 적당히 바보인 척 하는 것이라고 그들은 입을 모아 말합니다. 결국 이 소설은 우아한 그녀들이, 고슴도치인 척 애쓰는 이야기라지요. 우아한 그녀들은 왜 온몸에 가시를 곧추세워 세상 모든 것들로부터 안전거리를 확보하기로 했을까요.

작가 곽아람과 그가 주목한 여성들, 그리고 바르베리의 ‘고슴도치들’이 갖고 있던 우아함과 품격이란 대체로 지성에서 비롯된 것이고, 일종의 보호본능이나 방어기제 같은 것이었나 싶습니다. 타고난 품성과 환경이 공모하여 만들어진 자연스러운 초연함 같기도 하고요. 제인 오스틴이라면 아마도 ‘프라이드’라고 말했겠지요.


사라 카우프먼, 『우아함의 기술』, 노상미 옮김, 뮤진트리, 2017.
사라 카우프먼, 『우아함의 기술』, 노상미 옮김, 뮤진트리, 2017.

반면 이탈리아의 시인이자 외교관인 발데사르 카스틸리오네에게 우아함은 어려운 일을 쉬워보이게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태연함이었어요. 단, 꾸밈이 없어야 해요. “아, 그냥 대충 했어요.”라고 말하는 건 ‘가짜 태연함’이고 허풍이니까요. 카스틸리오네는 1528년에 당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자기계발서 『궁정인』에서 이런 종류의 우아함을 뜻하는 ‘스프레차투라sprezzatura’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어요. 『우아함의 기술』(뮤진트리, 2017)의 저자 사라 카우프먼은 이 말이 완벽주의에 수반될 수 있는 차가운 엄격성을 완화해준다고 썼습니다. 그에게 우아함이란 즐겁게 균형을 잡는 기술이었어요.

사라 카우프먼이 우아함의 전형으로 보았던 인물들 중 배우 캐리 그랜트와 오드리 햅번이 있습니다. 두 사람은 1962년 파리의 한 레스토랑에서 함께 출연할 작품에 관한 미팅을 하고 있었어요. 고상함과 품격, 우아함의 상징이었던 오드리 햅번은 대배우 캐리 그랜트를 만나 너무 긴장한 나머지 포도주병을 넘어뜨리고 말았죠. 캐리 그랜트의 바지에 포도주가 쏟아졌는데, 그랜트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축축한 모직 옷을 입은 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답니다. 그리고는 당황하고 무안한 햅번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다음 날 다정한 쪽지를 넣은 캐비아를 한 상자 보냈다고 해요. 마치 그보다 더 우아한 사람을 알지 못한다는 듯이, 사라 카우프먼은 캐리 그랜트의 에피소드를 책의 첫 장 도입부에 새겨두었습니다.

“우아함은 그 자체로 야단법석을 떨지 않으면서 분위기를 미묘하게 따스하게 만들어준다. 본질적으로 우아함은 침착하고 편안한 사람으로부터 주변 사람에게로 행복이 전이되는 것이다.”

(사라 카우프먼, 19쪽)

우아함이 공유되고 타인에게 전이될 수 있다는 사실이 오늘은 특별한 위로가 됩니다.

결국 우아함이란 귀족적인 태생이나 환경이 보장해주는 특권이나 지성이 만들어낸 보호막이 아니라, 편안한 균형감각으로 사람들에게 훈훈한 안정감을 주는 미덕이 될 때 말 그대로 가장 우아하게 빛이 나는 것이 아닐까요. 그러니까, 어떤 상황에서도 혼자 도도하고 초연한 것만이 아니고요.


[모기영 시사회] 소식

영화 <플레이그라운드>(2021) 시사회에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

2022년 5월 17일(화), 리뉴얼된 홍대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모기영 특별시사회 잘 마쳤습니다. 아이들의 운동장이고 ‘놀이터’지만 세계의 폭력이 작동하는 방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노라와 아벨의 공간을 지켜보며 함께 탄식했고요, 폭력의 고리를 끊어내는 접촉과 포옹(포용)에 대해 생각해보았어요. 이 시대 모기영이 여러분과 함께 하고 싶은 일입니다.


장프로의 <벨파스트>(2021)

이미지출처 : 네이버 영화
이미지출처 : 네이버 영화

로라 완델의 <플레이그라운드>가 아이들의 키높이에서 현실의 폭력을 직시했다면, 캐네스 브래너의 <벨파스트>는 한때 아일랜드를 휩쓸었던 무력의 현장을 다소 ‘낭만적으로’ 기억하는 소년의 시선을 담습니다. 

“흑백논리가 지배적이었던 시대 속에서 순수한 동심의 세계는 이 모든 것들을 가뿐히 뛰어넘는다. 비극 속에서도 하루하루 신기한 만남과 모험을 경험하는 평행세계, 이 유년의 시간은 어른들은 볼 수 없는 유토피아이다.”

(본문에서)

✨ 마음을 담아 보내주신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지난 2주간 정기후원으로 모기영을 응원해주신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김●준, 김●균, 김●향, 박●아,박●선,
송●훈, 조●희, 채●희, 최●창 님
고맙습니다.  

(2022.5.11.-5.24. 기준)

고맙습니다.


모기영의 모든 활동은 여러분의 후원금으로 이루어집니다.

제3회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전체사진
제3회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전체사진

 여전히, 정기후원과 일시후원도 환영합니다.
(재)한빛누리 계좌이름으로 출금이 됩니다.
이 점을 꼭 기억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기부금 영수증 발급이 가능한 후원방법
    (재)한빛누리 공익기금 후원신청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지정후원) 
    https://online.mrm.or.kr/9owCpHB
    국민은행 343601-04-143128
    예금주: (재)한빛누리(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기부금영수증 발행조건
    : 성명, 주소, 주민번호를 꼭 입력해주셔야 기부금영수증이 발행됩니다. 
이미지 누르기
이미지 누르기
  • 기부금 영수증 발급이 필요없는 경우 후원계좌 
    국민은행 598601-04-177174 
    (예금주: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이 계좌로 정기후원을 하실 경우
    은행에 직접 CMS 출금을 신청해주시고,
    모기영 자체 후원약정서를 작성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s://forms.gle/CZpi2XBat9RBqu6D8

2022.05.24. 화요일의 하늘
2022.05.24. 화요일의 하늘

꽃가루 날리던 봄이 지나고 이제 제법 덥다 느껴지는 날들이 많아집니다. 펜데믹의 충격도 일상에 잠식되어가고 있는 것도 같죠. 이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좀 더 나은 세상으로 향하고 있기를 간절히 바라게 됩니다.

모기영의 친구가 되어주셔서 고맙습니다.

2022. 05. 28. 토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수석프로그래머
최은 드림

Copyright © 2023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All rights reserved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주간모기영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4 주간모기영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Christian Film Festival For Everyone|혐오 대신 도모, 배제 대신 축제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070-8027-2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