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주간모기영 85호

[은프로의 이책저책] 『호밀밭의 파수꾼』(1951), <장기자랑>(2023) 상영회, [모기수다 시즌2] 5월의 영화 <더 차일드>(2005)

2023.05.06 | 조회 3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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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모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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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프로의 이책저책]

꼬마들의 순수를 지켜주고 싶었던, 『호밀밭의 파수꾼』(1951)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어린애들만 수천 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옆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

- J.D.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2015, 229-230쪽

다섯 과목 중 네 과목에 낙제하고 일 년 사이 네 번째 옮긴 학교에서 또다시 퇴학을 당한 홀든 콜필드는 세상의 모든 가식과 위선을 혐오하는 ‘성난 젊은이’입니다. 하지만 이 청년에게도 끔찍이 아끼는 대상이 있었으니, 어릴 적 사망한 남동생 앨리와 열 살 된 여동생 피비였어요.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는 홀든의 장래희망은 어린 피비의 추궁에 대한 답이었죠. 오빠는 도대체 좋아하는 게 뭐냐고, 뭐든 다 싫어하는 거 아니냐고 따졌거든요. 홀든은 피비에게 넓은 호밀밭의 끝에 서서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지켜주는 단 한 사람의 어른이 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비록 현실의 홀든은 여동생의 코 묻은 돈을 빌려 야반도주를 하려는 못 미더운 오빠였지만요.

J.D.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공경희 옮김, 민음사, 2015.
J.D.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공경희 옮김, 민음사, 2015.

『호밀밭의 파수꾼』은 한때 ‘샐린저 현상’*을 일으킬 만큼 숭배를 받았던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를 세계적인 작가로 만든 작품입니다. 학교에서 쫓겨난 열여섯 살 홀든이 집에 곧장 들어가지 못하고 사흘 동안 방황하는 이야기죠. 열일곱이 된 홀든이 정신병원에서 그 시절을 회고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홀든이 룸메이트와 친구들을 묘사하는 방식을 보자면, 그는 말끔해 보이는 것들 이면의 지저분함, 그리고 지저분해 보이는 것들 이면의 깨끗함과 순수함을 볼 수 있는 인물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개중에 저는 홀든이 앨리와 피비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이 참 좋습니다. 아이들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이, 홀든은 “아, 여러분이 그걸 꼭 봐야 하는데!” 이렇게 자꾸 말하거든요.

*샐린저 현상: 당시 수많은 젊은이들이 빨간 사냥모자를 쓰거나 『호밀밭의 파수꾼』을 들고 다니며, 자신들을 소설 속 주인공 홀든 콜필드와 동일시했던 현상

순수에 대한 옹호 못지않게 또 하나 흥미로웠던 지점은 “아는 것은 없지만 책은 참 많이도 읽었다”는 홀든이 좋은 책에 대한 분명한 기준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었어요. 홀든은 이렇게 말합니다.

"정말로 나를 황홀하게 만드는 책은, 그 책을 다 읽었을 때 작가와 친한 친구가 되어 언제라도 전화를 걸어, 자기가 받은 느낌을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32쪽)

그렇게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오는, 혹은 걸어올지 모를 수많은 사람들이 두려웠던 걸까요, 전세계에서 7천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한국에서만 100쇄 이상을 기록했으며, 존 레논 암살범과 레이건 살해미수범에게 영향을 주었다고 알려진 이 역작을 남기고 1963년 무렵부터 샐린저는 돌연 은둔생활에 들어갑니다. 일체의 인터뷰와 더 이상의 책 출간 중지를 선언하고 자신이 바로 홀든이라고 여겼던 수많은 ‘친한 친구들’과의 만남이나 편지 같은 소통도 거부한 채 말이죠. 홀든은 그렇게 2010년 91세의 나이로 뉴햄프셔 코니시의 은둔처에서 사망하면서 명성에 비해 많은 것이 베일에 싸인 작가가 되었습니다.

<b><마이 뉴욕 다이어리>(필립 팔라르도, 2020)</b>  이미지출처: 다음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필립 팔라르도, 2020) 이미지출처: 다음영화

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2020)에서 우리는 샐린저가 은둔을 시작한 지 30여년이 되도록, 샐린저에게 보낸 독자들의 팬레터가 매일 한 뭉치씩 출판 에이전시에 도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1995년 막 뉴욕에 입성한 작가지망생 조안나는 첫 임무로 샐린저에게 온 팬레터에 매뉴얼대로 답 문구를 적어 보내는 일을 부여받았어요.

"샐린저 씨는 개인적인 서신을 받지 않습니다. 따라서 본 편지를 작가에게 전할 수 없고 귀하의 편지는 응답받지 못할 것입니다."

<마이 뉴욕 다이어리>는 조안나 레코프의 회고록 “My Salinger Year”(『마이 샐린저 이어』, 최지원 옮김, 잔, 2022.)가 원작이고, 캐나다 출신 필리프 팔라도 감독이 연출한 작품입니다. 

<b><호밀밭의 반항아>(대니 스트롱, 2017) </b>   이미지출처: 다음영화 
<호밀밭의 반항아>(대니 스트롱, 2017) 이미지출처: 다음영화 

한편 대니 스트롱 감독의 영화 <호밀밭의 반항아>(2017)는 케니스 슬라웬스키의 『샐린저 평전』이 원작입니다. 홀든 콜필드를 연상시키는 젊은 시절 샐린저 ‘제리’를 니콜라스 홀트가 연기했어요. 영화 <호밀밭의 반항아>는 제리의 은둔과 출판 중단을 우선 전쟁의 트라우마와 대중적 인기 이후에 찾아온 대인 기피증으로 설명합니다. 과도한 호응과 유명세에 스스로 당황하기도 하고 작가와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과중하게 느껴져서 심한 부담이 되기도 했겠죠. 그런데 영화를 보고 있자면 다른 한편으로는, 순수함에 대한 작가의 열망 때문었나 싶기도 합니다. 제리의 스승인 버넷(케빈 스페이시)은 과거에 단편소설을 출판해서 어떻게든 작가로 데뷔해 보려고 애쓰는 젊은 제리에게 물었습니다. “글을 왜 쓰는가? 아무 보상이 없어도 그 일을 계속하겠는가?”

샐린저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서 제작된 다큐멘터리 <샐린저>(2013)에 따르면, 샐린저는 은둔중에도 집필을 계속했습니다. 샐린저는 향후 이 작품들의 출간과 저작권 관리를 위해 신탁을 설립해두었다는군요.

<b><샐린저>(쉐인 샐러노, 2013) </b>  이미지출처: 다음영화
<샐린저>(쉐인 샐러노, 2013) 이미지출처: 다음영화

 


[5회 모기영을 위한 모금활동과 정기후원 현황]

아무 보상이 없어도 계속하는 일을 혹 ‘순수한’ 열정으로 본다면, ‘다섯 살 어린이’ 모기영의 순수함을 지켜주시는 “영화밭의 파수꾼”님들의 존재가 우리에게 얼마나 귀한지 모르겠습니다.
진행중인 모금 현황과 함께 모기영의 정기후원 현황을 공유하며, 소중한 후원과 응원에 오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5회 영화제 후원모금 -

▲ 이미지 클릭 - 5회 모기영 후원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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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정기후원 감사드립니다 ❤️

* 2023년 4월 1-30일 기준

강도영 강원중 구귀남 김대현 김명관 김영준 김재균 김준수 김진선 김희라 대지교회 박일아 박은영 박재우 박준용 박진숙 박현선 박현홍 배재우 송정훈 신동주 이동은 이범진 이신석 이유혁 이종화 장다나 정민호 지은실 채송희 최규창 최은 최현 한송희님
(4월 신규후원자 - 한송희 님)

보내주신 소중한 후원금에 감사드립니다.

모기영 후원안내 ( ▲ 이미지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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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기수다 시즌2 ]

🎬 5월의 모기수다에 초대합니다!
모기영의 영화감상 모임인 ‘모기수다’는 매월 둘째 토요일 오후 3시에 모입니다.
5월의 모기수다 영화는 다르덴 형제 감독의 <더 차일드>(2005)입니다.

📍 시간 : 2023년 5월 13일(토) 오후 3시 (3~5시-영화감상, 5~6시-감상 나눔)
📍 장소 : 바람이불어오는곳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5 5층, 501호)
📍 참여신청 및 문의 : '문토' 어플리케이션-> '모기수다' / 사무국 010-2567-4764

모기수다 모임 참여는 '문토'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 앱스토어 / 구글스토어에서 '문토(MUNTO)' 어플 설치
▶︎ '모기수다' 검색
▶︎ '5월의 모기수다' 클릭 후 '참여하기'
▶︎ 참가비 결재 (1만원)

*문토 이용 수수료와 다과준비 및 공간사용료를 위해 회비를 받고 있습니다.


모기영 정기후원자를 위한 <장기자랑>(2023) 상영회

후원자님들을 모시고 세월호 학부모님들의 연극공연 이야기를 유쾌하게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장기자랑>(이소현감독, 2023)의 상영회를 개최합니다.

▲ 이미지 클릭 - 상영회 신청 (정기후원자 및 5회영화제 후원자)
▲ 이미지 클릭 - 상영회 신청 (정기후원자 및 5회영화제 후원자)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은 모기영 멤버들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은 모기영 멤버들

어제는 마침 어린이날이었지요. 막 어른이 되는 청년들과 어른들을 기리는 날들을 줄줄이 앞두고 있는 5월이 이렇게 시작되었네요.
우리가 벼랑 끝에 서서라도 지켜주어야 할 어떤 ‘순수’를 생각하며, 어떤 어른이 될 것인가, 이 시대의 참 어른은 어떤 모습일 수 있을까, 함께 고민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늘 고맙습니다.

최은 수석프로그래머
편집디자인 강원중

 

2023년 5월 6일 토요일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주간모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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