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주간모기영 68호

[은프로의 이책저책] “천천히, 스미는”, [새로운 필진소개] "원중캉의 생태주의로 영화읽기", "박일아의 요즘 한국영화", "이정식의 시네마 분더카머" [모기영뉴스] 모기수다 시즌2 라인업

2023.01.07 | 조회 4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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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모기영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Christian Film Festival For Everyone|혐오 대신 도모, 배제 대신 축제

[은프로의 이책저책] “천천히, 스미는”

“글을 쓰는 사람은 그를 내모는 악마가 여전히 그를 괴롭히며 내몰 만하다고, 내몰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동안에는 글을 쓰느라 너무 바쁘다.피와 샘과 살이 여전히 움직이고 건강하며 심장과 상상력이 남자와 여자들의 어리석음과 욕망, 용기에 아직 무뎌지지 않는 동안에는 여전히 책을 쓰느라 바쁘다. 그리고 피와 샘이 더뎌지고 다소 식은 뒤에도 써야 할 책이 있기 때문에 여전히 쓴다. 심장이 ”너도 답을 모르잖아. 아마 찾지 못할걸“이라 말하기 시작했지만 악마가 조금 가혹하고 냉정해졌을 뿐 여전히 친절하므로 여전히 책을 쓴다.”

윌리엄 포크너, 「서문 Foreword to <The Faulkner Reader>(1954)」에서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다가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한 언급이 나오면 이상하게도 눈이 번쩍 뜨이곤 합니다. 굳이 수첩을 꺼내들고 펜으로 옮겨 써 보기도 하고요. 늘 궁금했던 것 같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인 걸까?

작가와 예술가에 대한 저의 가장 단순한 이해는 ‘세상에 할 말이 있어서’ 쓰고 말하고 그리고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박경리 선생이 생전에 자주 그렇게 말했다고 해요. 너무 할 말이 많아 몸무게를 잃을 정도라고, 정작 할 이야기를 단 한마디도 못했다는 괴로움에 늘 시달린다고 말이죠. ‘왜 쓰는가?’라는 질문에 황석영 선생이라면 역사에 대한 부채의식 때문이라고 답할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왜 쓰는가」(1946)라는 에세이를 남긴 조지 오웰은 “정치적인 글쓰기를 예술로 만드는 일”에 대해 이야기할 것 같고요, 제임스 미치너(『작가는 왜 쓰는가 Literary Reflections』(예담, 2008))는 아마도 이렇게 말하겠죠. “열심히 읽다 보니, 쓰게 됐다.” 문학도에서 편집인이었다가 마흔 넘어 소설가가 된 작가다운 이유입니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스토커>(1979)에 등장하는 작가는 이렇게 말했어요. “작가가 글을 쓰는 이유는 의혹과 번뇌 때문이야. 늘 자신과 세상에 끊임없이 증명하려는 거지, 그 자신이 가치롭다는 것을 말야.”

심정적으로 공감이 되기도 하고 재치 있는 표현이라 서두에 옮겨봤지만, 윌리엄 포크너가 글을 쓰는 진짜 이유가 ‘악마’ 때문인 것은 물론 아닙니다.^^ 가장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는 모든 작가는 ‘사람의 마음을 북돋우기 위한’ 한 가지 목표를 갖고 있다고 했어요. 하지만 그것은 어떤 대의명분이나 사명감보다는 개인적이고 다소 이기적인 희망 때문이기도 하다고 덧붙입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사람을 변화시키거나 개선하기 위해 글을 쓴다는 말은 아니다. 물론 그러기를 바라는 – 심지어 의도하는 – 작가도 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북돋우려는 희망과 욕망을 끝까지 분석해보면 전적으로 이기적이며, 완전히 개인적이다. 글 쓰는 사람은 바로 자신을 위해 사람의 마음을 북돋우려 한다. 그렇게 해야 죽음을 물리칠 수 있기 때문이다.” 

- 윌리엄 포크너, 『천천히, 스미는』(봄날의 책, 2016), 184쪽.

20세기 중반의 작가인 윌리엄 포크너에게 글쓰기는 특히 무언가를 남긴다는 의미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실존적인 죽음에 대한 공포와 글쓰기의 ‘물성’이 충만한 타자기의 시대를 살았으니까요. 차갑고 강직한 타자기가 남긴 건조한 활자가 더없이 따뜻한 감성과 열정, 즉 “심장과 샘과 살의” 흥분을 전달할 수 있으므로 그야말로 글쓰기는 반전 매력을 지닌 행위였을 겁니다. “인간미 없는 차갑고 고립된 활자로 이런 흥분을 싹틔울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이 싹 틔운 불멸을 함께 누린다”고 그는 말했어요. 작가의 몸이 사라진 후에도 그가 북돋은 마음이 그대로 통할 것이니까요.


2023년 주간모기영이 달라집니다 :)

새로운 필진으로 주간모기영에 합류한 ‘작가’들이 있습니다. 저와 함께 매주 메인섹션을 맡아주실 분들인데요, 이분들은 어떤 마음으로, 왜 글을 쓰는 걸까요? 갑자기 궁금해지는데, 원고청탁을 다시 하기에는 이미 늦어버렸네요.^^;;

책과 전시, 공연 등을 담은 [은프로의 이책저책/여기저기]와 [장프로의 영화리뷰] 링크는 특별한 변화 없이 자리를 지킬 예정입니다. 박일아 프로그래머는 인터뷰 기사 [일라씨와 (비하인드) 담화] 대신 영화 리뷰 섹션을 선보이고요, 여기에 새로운 필자 강원중, 이정식님이 가세합니다.

새로운 섹션을 시작하는 필자들의 소개를 직접 들어봅니다.

[원중캉의 생태주의로 영화읽기]                                                                 
한 편의 영화에는 표면적인 주제 뿐 아니라 수많은 서브텍스트들이 녹아있죠. 그래서 보는 사람마다 다양한 관점으로 영화를 해석하게 됩니다. 저는 자칭 생태주의 덕후라 그런지, 영화속에 미묘하게 새겨진 생태주의적인 관점을 만날 때마다 깊은 감동을 느끼곤 합니다. 여기서 ‘생태주의’는 단순히 환경보호의 메시지나 자연친화적인 취향뿐만 아니라 반생태적인 모든 가치관에 저항하는 사상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웬만한 영화 속에서는 대부분 생태주의적인 메시지를 만날 수 있겠죠? 저는 소위 ‘환경영화’로 분류되는 영화를 넘어 대중적으로 널리 사랑받는 영화들이 담고 있는 생태주의적 메시지를 꺼내어보려고 합니다. 저와 함께 모든 영화를 생태주의 영화로 읽는 마법에 빠져보실래요? 1월의 영화는 <아바타>부터 시작합니다!

[박일아의 요즘 한국영화]
최근 한국 감독의 작품들이 언어의 장벽을 넘어 해외에서도 관객들의 환호를 받고 있습니다. 그만큼 보편성을 띠고 동의와 공감을 얻고 있다고 볼 수 있을 텐데요, 한국영화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리얼리즘 계열이나 판타지,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상관없이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박일아의 요즘 한국영화]를 통해 만나뵐게요!

[이정식의 시네마 분더카머]
안녕하세요, 주간 모기영 구독자분들께 처음 인사드립니다. 지난 2021년, 제3회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영화평론 우수상을 받은 이후로 모기영과 인연을 맺고 있는데요. 그동안 아껴 읽던 주간 모기영에 새해부터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자리를 내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가 맡은 코너의 이름을 ‘시네마 분더카머’라고 지었어요. 분더카머(Wunderkammer)란, 진귀한 사물들의 방이라는 의미인데요. 저는 이 단어를 윤경희 작가의 책 『분더카머』에서 배웠습니다. 분더카머가 일종의 박물관, 미술관의 전신이었다는 사실도요. 근대 초기 유럽의 지배층, 학자들은 자신의 저택에 진귀한 사물들을 수집해서 실내공간에 진열했는데요. 학계에서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분류기준, 기획테마에 따라 전시되는 박물관, 미술관과 달리, 분더카머의 사물들은 그 사람의 개별적이고 독특한 취향에 의해 분류, 전시되었을 거예요. 저는 분더카머의 이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영화의 분더카머. 여기서 제가 이야기할 영화들은 ‘완성도’ 있다거나, 영화사적으로 유의미한 작품만은 있지 않을 거예요. 가장 먼저 저를 건드린 영화들. 제가 느낀 감각을 여러분들께 나누고 싶습니다. 소박한 제 방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목소리로 듣는 듯, 짧은 글에서 벌써 개성이 느껴지시지 않나요?^^ 기대해주시고 널리 알려주시고 응원해주세요!
혐오와 배제에 맞서는 모기영의 이름처럼, 다양한 목소리를 담는 모기영이 되겠습니다.


[ 모기영 NEWS! ]

📍 모기수다 시즌 2, 2023년 영화 라인업 확정!
관객의 시선으로 영화를 읽고 삶을 이야기하는 영화모임 모기수다, 2023년에 함께 볼 영화의 라인업이 확정됐어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소중한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 2023년 12월 16-31일 기준

정기후원
강원중, 김재균, 김지향, 대지교회, 박진성, 박현선, 배재우,
송정훈, 신동주, 장다나, 정민호, 조소희, 채송희, 최규창, 최현 님

일시후원
이신석 님

변함없는 지지와 응원에 감사드립니다! 

모기영 후원안내 ( ▲ 이미지를 클릭하세요)
모기영 후원안내 ( ▲ 이미지를 클릭하세요)

- 에필로그 -

"마음을 북돋는"
『천천히, 스미는』은 2022년 한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여는 시점에 손에 들고 다닌 책입니다. 저로서는 좋은 글을 읽으며 가볍고도 무심하게 해를 넘어서고 싶었던 건데요, 25명의 작가들이 쓴 에세이 32편 중 특별히 윌리엄 포크너의 글을 [이책저책] 텍스트로 선택한 것은 포크너 덕분에 글로든 무엇으로든 우리가 서로서로 “마음을 북돋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를 포함하여 2023년 연재를 시작하는 모기영의 다섯 필자들이 글을 쓰는 이유는 제각각일 수 있으나, 우리는 활자와 이미지가 갖는 힘을 아직 믿고 있는, 포크너의 표현대로라면 “감상적인(‘하지만 그게 어때서?’가, 포크너의 입장이죠.^^)” 사람들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언감생심 불멸까지는 아니어도, 모기영은 올해도 여러분 곁에서 잘 살아남아야 할테니까요.

2023년 잘 시작해보겠습니다. 올해도, 고맙습니다.

 

최은 수석프로그래머
편집디자인 강원중

 

 

2023.1.7.토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주간모기영

 

제4회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제4회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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