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주간모기영 133호

[원중캉의 생태주의로 영화읽기] <마더!>(2017)

2024.05.12 | 조회 2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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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모기영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Christian Film Festival For Everyone|혐오 대신 도모, 배제 대신 축제

원중캉의 생태주의로 영화읽기

<마더!>(2017) - 성전이 무너진 자리에서 우리는 신을 누구라 하는가?

<블랙 스완>(2011), <더 레슬러>(2008) 등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관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방식의 연출을 즐겨 사용합니다. 특히 기독교적 메타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지극히 냉소적인 세계관을 드러내거나 심지어 무신론적인 결말에 이르는 논쟁적인 작품들을 자주 선보여왔지요. 감독 자신도 아무런 의견이 없는 중립적인 관객들 보다는 오히려 극렬한 반대자들을 더 반갑게 여긴다는 것을 보면 그의 작품에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것이 다분히 의도적인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마더!>(2017) 공식 포스터 - 네이버
<마더!>(2017) 공식 포스터 - 네이버

 영화 <마더!>(2017) 또한 수많은 논쟁을 일으킨 작품입니다.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 속에 지구와 인류의 역사를 담았다는 점에서 대단한 작품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기독교의 신을 비틀고 심지어 신성모독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수적인 성향의 관객들로부터는 철저히 외면받기도 했지요. 인간문명과 생태문제를 자주 다루는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바야흐로 종말을 떠올리게 하는 작금의 환경 위기 앞에서 ‘과연 신은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 질문합니다.

 이에 대한 영화의 대답을 요약하자면 '신은 방관하거나 부재하는 존재이며, 세계의 고통에 대해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경배 받는 것에만 관심 있는 이기적인 절대자'라는 것이지요. 무한히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자연세계 즈음은 그저 똑같이 다시 창조하면 그만이라는 것이 영화 속 신이 가진 태도입니다. 이것은 사실 기독교 신앙이 가진 창조와 종말, 그리고 신에 대한 설명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관점이지요.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정말로 신과 세계의 관계를 그토록 냉소적인 것으로만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아니면 반대로 이 영화를 통해 제도종교로서의 기독교가 그동안 빠져왔던 오류에 대해 꼬집기 위해 논쟁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일까요? 그 이유가 어찌되었건 이 작품이 만들어 내는 생태신학적 질문과 비평의 공간 만큼은 소중하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입니다.

<마더!> 스틸컷 - 구글 포털
<마더!> 스틸컷 - 구글 포털

지구 상에서 여러 생명체가 전에 없던 빠르기로 멸종되는 걸 우리 두 눈으로 똑똑히 볼 만큼 생태계는 파괴되었다. … 지구 상에 존재하는 한 종으로서의 인간 운명은 이제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불안하게 되었는데, 여전히 우리는 이 세계가 맞닥뜨릴 위기를 모른 체하며 살아가고 있다.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발표한 성명서 “지금은 살아있기에 너무 가혹한 시대다”의 내용 중에서 (중앙일보 이지영)

영화는 평화롭던 신혼부부의 집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이 찾아오며 시작되는 비극을 담고 있습니다. 부부의 ‘집’은 지구와 자연세계를, 남편인 ‘그(HE)’는 창조자를, 아내인 ‘마더(mother)’는 어머니 자연의 돌봄과 생명에너지를 상징하지요. 과거에 화재로 전소되었던 ‘그’의 집에 새로운 생기를 불러 일으킨 것은 ‘마더’였습니다. 시인인 남편의 창작에 도움을 주기 위해 아내는 최선을 다해 집을 고치고 가꾸며 부부의 행복한 파라다이스가 펼쳐지기를 꿈꾸지요.

 하지만 시인을 추앙하는 불청객들(인류)이 하나 둘 찾아 들게 되고 남편은 아내와 아무런 상의도 없이 이들을 받아들이면서 부부의 소중했던 보금자리가 점차 폭력과 살인이 난무하는 난장으로 변해갑니다. 대자연인 ‘마더’는 ‘그’의 독단적이고 무분별한 수용으로 인해 인류에게 폭력과 유린을 당하게 되고, 마치 유기체처럼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 하는 ‘집’(공동의 집 지구)과 함께 끝내 파멸을 맞이하게 되지요. 이 과정에서 영화는 성경의 이야기를 노골적으로 차용하며 한편으로는 오늘날 인류가 닥친 생태학적 위기의 책임이 역사적으로 반복되어 왔던 생태계를 향한 종교세계의 폭력에 있음을 꼬집는것 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마더!> 스틸컷 - 구글 포털
<마더!> 스틸컷 - 구글 포털

 ‘그(HE)’, 곧 창조자는 사람들에게 무한히 관대하고 모든 것을 용서하는 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심지어 사람들이 그의 ‘집’ 안에서 살인과 학대를 일삼고 전쟁을 벌이는 와중에도 신적 자비라는 이름 아래 그대로 내버려두지요. 하지만 그가 사람들을 집밖으로 내쫓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그저 자신이 숭배 받는 상태를 유지하기 원했기 때문입니다. 끝내 자신의 아들을 잔인하게 희생시키면서까지 그가 취하려고 하는 것은 기독교적 용서가 아니라 그저 자신을 향한 종교적 숭배의 상징을 완성하는 것이었죠.

 여기에서 우리는 신에 대한 아로노프스키의 깊은 좌절과 거부를 발견합니다. 그가 이해하는 신은 자신이 만든 아름다운 피조세계를 사랑하지 않으며 폭력과 고통의 현실 앞에서 정의를 구현할 생각도 없습니다. 사랑과 정의가 결여된 창조자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나르시즘적인 자기애에 빠지는 것이었지요. 신에 대한 아로노프스키의 이러한 좌절은 다분히 불편하게 받아들여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연세계를 깊이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터져나오는 절망와 항변이라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영화 내내 터져나오는 '마더'의 절규는 결국 아로노프스키 자신의 절규가 아니었을까요. 

<마더!> 스틸컷 - 구글 포털
<마더!> 스틸컷 - 구글 포털

 영화가 그리는 이러한 절망적인 풍경에 충분히 공감하게 되는 현실을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정의가 사라지고 사랑이 실종되며 멈출줄 모르는 뜨거운 탐욕이 들끓는 지구로 다함께 추락하고 있는 현실 말이지요. 그러나 그렇게 세계의 종말에 다다른것 같은 풍경 앞에서 우리가 어떤 신을 고백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삶의 모습도 달라지리라 여겨집니다. 신이 세상을 사랑하기를 포기했다고 선언할 때, 우리는 그저 깊은 냉소와 체념의 굴레에 떨어져 헤어나오지 못한 구멍으로 빠져들 뿐입니다. 그러나 모두 불타버린것 같은 현실 속에서도 신은 여전히 정의를 가져오는 존재이며 끝내 새로운 세상을 회생할 능력을 가진 존재라는 믿음을 가진다면, 우리는 되려 사랑하고 돌보는 존재가 되기를 포기하지 않는 용기를 품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는 차라리 이렇게 선언해 봅니다. 우리의 집 지구가 불타고 있는 현실 앞에서 신은 침묵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피조세계의 절규로서 함께 절규하고 계시다고. 그 절규는 우리로 하여금 자연세계를 향한 폭력을 멈추고 돌봄의 세계를 이루어가기를 촉구한다고. 우리는 희생당한 아들을 그저 숭배함으로서 나의 삶과 상관 없는 존재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의 희생을 따라 우리의 작은 몸을 드려 이 땅에 스러져가는 생명의 가치들을 힘써 지켜내는 존재가 되어 보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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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영 정기후원자를 위한 특별 시사회>

▲ 이미지 클릭 - 시사회 참가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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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의 천재 감독, 난니 모레티의 신작 <찬란한 내일로>를 국내 개봉 전 미리 관람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 모기영 정기후원자를 위한 특별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새롭게 정기후원을 약정해주시는 분들께서도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 영화의 오늘을 대표하는 거장 난니 모레티의 작품은 지난 1회 모기영에서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라는 영화로 소개되기도 하였습니다. 즐거운 코미디 속에 통렬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그의 최신작을 함께 감상하고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특별히, 아직 정기후원자는 아니지만 주간모기영을 구독자 다섯 분께 초대권을 드립니다! (선착순 마감)

일시 : 2024년 5월 24일(금) 저녁 7시

장소 : 상상마당 시네마 (서울 마포구 어울마당로 65 지하 4층)

대상 : 모기영 정기후원자 및 후원약정자 (1인 1매, 양도 가능)

신청 : 하단 구글 링크

* 좌석이 협소한 관계로 1인 1석만 제공되는 점 양해바랍니다. 1매에 한해 양도가 가능하며, 신청 링크에서 양도받으시는 분의 정보를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시사회 참가 신청링크👇

https://forms.gle/Dm2f9eCdVQyqFLJFA


 

 / 편집디자인 강원중

2024년 5월 11일 토요일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주간모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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