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의 실력은 ‘코치 자신’을 통해 드러난다. 그래서 많은 코치들은 코칭교육, 코칭수퍼비전 등을 통해 코치로서 자신이 아는 것, 하는 말, 행동, 내면 등을 뒤돌아보고, 교정한다. 대표적 수련 방식은 ‘녹음파일’과 ‘축어록’을 통해 자기성찰하는 것이다. ‘그 때 그 말보다 더 나은 질문을 할 순 없었을까?’, ‘그 때 내가 코칭핵심역량 2번을 제대로 준수했었을까?’, ‘이 실력이면, 다음 코치자격 실기심사에 통과할 수 있는 수준일까?’ 등 대다수 코치들의 수련은 코치 자신에게 포커스된다.
나 역시 코치로서 제대로된 실력을 키우고 싶다고 마음 먹은 요즘이기에, 내가 하는 코칭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제대로 수퍼비전도 받고, 코칭 진행 후에 스스로 코칭역량 항목 기준으로 피드백도 해 봐야지 하던 차였다. 그런 내게 지난 10/1(수)에 들은 ‘슈퍼리더십 코치 스쿨 3강’은 내가 놓친 정말 중요한 것 2가지에 대한 깊은 영감을 주었다. 오늘은 그 2가지에 대해 이야기 나누려 한다.
하나. ‘우리는 정작 OO를 놓치고 있다’
3강 수업에서는 권코치님이 진행하신 코칭 시연 하나를 같이 듣고, 소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해당 코칭 시연을 이미 ICF Korea Chapter SIG에서 접해본 적 있었다. 그 때 듣고 놀라웠던 표현 하나는 바로 코치의 ‘괜찮으시다면’이란 표현으로 고객의 말을 끊고, 개입해서 치고 들어가는 모먼트들이었다. 그렇게 한 코치의 의도도 멋졌다. ‘고객에게 중요해 보이는 표현이 지나가버리기 전에 호기심을 담아 바로 물어본다’였다. 고객의 말을 끝까지 잘 듣는 것이 코치의 ‘도리’처럼 느끼던 나에게 적절한 도전이 되며, 새로운 코칭을 시도할 수 있겠다는 기쁨이 남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같은 시연을 2번째 듣던 그 날, 권코치님의 매우 흥미로운 사전 가이드가 있었다. <우리는 (코칭대화에서) 정작 ‘고객’을 놓치고 있습니다. 이번 시연을 들어보시면서, 이 고객이 어떤 분 같은지에 초점을 맞추어 들어주세요.> 와- 😮, 속에서 시원한 청량감, 개운한 ‘통찰’이 일어났다. ‘우리는 코칭 실력을 키우려할 때, 코치가 무얼 어떻게 하면 잘하지에 초점을 맞추는 과오를 범하는구나. 사실, 코칭 실력을 정말 키우고 싶다면,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그 사람에 대한 탐구할 수 있는 깊은 시선을 키워야 하는 거구나.’
역시나 같은 코칭 시연 파일인데도, 고객을 붙들고 탐구하는 시선을 놓치지 않으니, 들리는 것이 몇 달 전 들었을 때와 아주 달랐다.
(내가 나눈 내용 중) “지난번엔 코치가 하는 것만 보였는데, 코치와 고객이 함께 ‘고객의 그렇게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어디서 나왔지’를 탐구하기 시작하니, 고객도 스스로 본인 안에 ‘내가 이걸 왜 고민하지? 이게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지?’ 여기로 포커싱 되면서, 코칭대화의 시작이 준비되는 걸 보았습니다. 특히 고객이 특정 부분에서 쓰던 말투, 말의 속도가 늦어진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지난 번 들었을 땐, 놓쳤던 부분이었습니다.”
수강생들에게 새로운 알아차림이 일어날 무렵, 권코치님이 말씀하시길,
“코칭을 전개하기 전, 우리는 먼저 고객에 대해 잘 이해해야 해요. 그런데 막상 코치로서 내가 뭘 해야 하는가에 집중하며, 고객이 전적으로 알려주는 귀한 정보들을 다 놓치면서 코칭을 하곤 합니다. 고객은 10분이든, 15분이든 엄청난 정보를 코치에게 줍니다. 그 대화를 통해 고객이 ‘진짜 하고 싶은 얘기’를 할 수 있도록 함께 해야 해요. 그러려면 코치로서 지금 고객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진정 열망하는 게 무엇인지, 고객 스스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코치는 고객과 함께 탐구하는 끈을 놓아선 안 됩니다.”
대부분의 고객은 코칭대화 중 코치에게 이야기하면서 생전 처음 생각해 보는 것들만큼 이전에 생각해 본 적 있거나, 여러 차례 이야기 했지만 잠시 잊고 살아가고 있던 자신의 소중한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신이 알고 있던 것을 이야기한다해서 고객이 허무해하는가? 오히려 반대다. 기뻐한다.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다시 말로 내뱉고, 가슴에 새기면서 기뻐한다.
코치는 고객이 자기 자신의 주제에 있어 스스로 탐구해 가는 여정에 함께 하는 파트너가 된다. 여러 탐구거리 중 언제나 가장 중심에 있는 ‘나는 누구인가(identity)’와 관련된 이야기는 마치 문지르면 문지를 때마다 더 밝게 빛나는 ‘빛’ 같다. 모든 고민은 그 ‘빛’을 찾아가는 여정이며, 고민과 관련된 대화의 끝엔 ‘빛’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그 ‘빛’에 대한 탐색은 하면 할수록 깊어지며, 하면 할수록 견고해진다. 그리고 그렇게 자기 자신을 만나가는 고객은 빛나며, 참 자신을 만난 기쁨을 코칭 중 누린다. 이 내용에 이어 두 번째 영감의 문장으로 이어가보자.
둘. 코치로서 OO을 기쁘게 누리세요.
코치들의 수련은 비장하다. 하물며 코칭은 어떠한가, 한 개인의 삶을 다루는 무게에 대해 진심을 담아 스스로를 다듬는다. 코칭 중에도 최선을 다한다. 그런 코치들의 모습 속에 ‘기쁨(Joy)’이란 에너지는 바로 흔하게 떠올려지는 색감의 에너지는 아니다.
이 날 전체 수업 전반부, 권코치님은 가볍게 우리들에게 이렇게 물어보셨다.
“코치님들께서 처음 고객으로서 코칭을 받으시며, 가장 기뻤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아마 그 경험이 지금 코칭의 길로 이끌었을지도요.”
질문은 초고속 타임머신 프롬프트 같다. 질문을 받자마자 나는 2010년 한 장면에 도착해 있었다. 강남역 한 사무실, 대리석 테이블, 한 코치님과 마주 앉아 코칭 세션을 진행하고 있었다.
권코치님이 물으셨다.
“그 장면 속 무엇이 코치님들을 기쁘게 한 것 같나요?”
그러게, 무엇이었을까. 분명한 것은 그 코치님이 내게 쓰신 질문 등 ‘코칭 스킬’은 전혀 기억에 안 남아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 날의 공기, 분위기. 코치님이 나를 바라봐주시던 눈빛, 엄밀히 말하면 나란 사람에 대한 존중, 그 너머엔 나도 미처 바라봐주지 못했던 내 안의 ‘나란 사람’에 대한 호기심 어린 시선, 나도 허용하지 못한 내 안의 피어나지 않은 잠재력에 대한 깊은 신뢰 같은 것들이었다. 처음이었었다. 누군가로부터 나자신을 보이는 ‘나이’를 초월한 한 ‘존재’로 온전히 바라봐주는 눈빛을 받은 것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 대화를 나누면서 내 마음이 몽골몽골하며, 울컥하다가, 징-하게 울리기도 했던 그 느낌만이 내게 남아있다. 권코치님 말씀처럼, 그 경험은 나로 하여금 ‘코치로서의 삶’을 꿈꾸게 한 강한 씨앗이 되었다.
“코치는, 코치인 우리 자신을 통해 ‘고객’이 ‘고객 자신’을 바라보게 하는 사람들입니다. 코칭 대화 시작에는 ‘모름(not knowing)’에 대해 고객, 코치 모두 불편함을 느낄 수 있어요. 이 때, 코치들은 ‘모름’이란 상태를 오히려 편안하게 느끼면서, 고객이 점점 더 ‘모름’에서 ‘앎’의 상태로 갈 수 있도록 함께 하지요. 그 여정에서 대부분 고객은 ‘모르겠어요’ 했던 어떤 부분들에 대해, 사실 ‘결국은 알고 있었구나 하며 기뻐하는 순간들’을 경험하게 되는데, 그 순간의 기쁨을 고객이 충분히 만끽하고 누릴 수 있도록 함께하는 게 우리 코치들이죠.”
그럼 어떻게, 우리는 그 순간의 기쁨을 고객이 충분히 만끽하고 누릴 수 있도록 돕는 전문가가 될 수 있을까요? 코치들에게 익숙한 ‘전인성全人性’ 이란 표현을 조금 더 음미해봅시다. 만약 우리가 스스로 전인적인 인간인 것을 안다면, 우리는 <자신의 성장에 대해 궁금히 여기며, 알게 된 것을 실천하고, 그 여정을 즐기는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만약 먼저, 우리 코치들이 코치이기 이전에, 자기 자신을 한 인간으로서 전인적인 존재로 바라보며, 그 여정을 즐길 수 있는 존재가 된다면, 코치로서 존재할 때에 만나는 사람들을 바라볼 때도 그 사람 역시 그러한 여정을 즐길 수 있는 존재가 되어가도록 함께 해 줄 수 있는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것이지요.
즉, 코칭을 잘하기 위해 애쓰기보다, 지금은 ‘모르지만’, 알 수도 있는 그 ‘앎’의 공간으로 고객과 같이 들어갈 수 있도록 초대하고, 같이 앎을 즐기며, 또 안 것을 실행으로 변환해서 성장하도록 함께하는 코치, 그 여정을 조금 더 누리고 즐길 수 있는 코치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여러분, 여러분의 고객들이 여러분을 통해 진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는 가장 기뻐하는 순간에, 그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여러분이 함께 하는 거에요. 그러니, 여러분의 코칭을 조금 더 즐기고, 기뻐하는 것에 조금 더 집중해보세요. 코칭을 조금 더 누리며 즐겨보세요. 고객은 화려한 코칭 기술이 아니라, 코치인 여러분을 바라봅니다. 여러분은 사람들의 이러한 전인적 성장 개발에 코치로서 참여하며 살아가고 계신 거에요. (😍미소)”
(※ 이 문장들은 그 날 제가 메모한 권은경 코치님의 여러 코멘트들을 하나의 대화문으로 재구성하여 엮은 것임을 밝힙니다.)
코치가 ‘고객’이 알지 못한 자신을 볼 수 있도록 함께 한 것 너머,
사실 그 ‘코치’를 통해, 고객은 ‘고객 자신’을 바라본 것이다.
코칭을 통한 앎과 기쁨은 결국, 고객이 ‘고객 자신’을 바라보았기 때문인 것이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는 기쁨인 것이다.
나는 얼마나 코칭이란 일을 한 사람의 여정에 참여하고 있다 여기며, 그 여정을 진실로 누리고 함께 기뻐하였는가? 코칭을 그저 일(task)로서, 그 일을 잘 수행하는 역량(competency)을 닦는 것으로 실력을 키워가려던 내게, 코칭이란 일을 조금 더 누리고 즐겨보란 권코치님의 제안은 새삼스레 새로웠다. 어깨에 꽉 들어가려던 힘도 느슨해진다. 다음 주에 여러 코칭 일정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따뜻해진다. 내가 가진 코칭 실력에 대해서도 그 전인성, 온전함을 마주하며, 단단해진다.
그렇게 나는 3강 시간을 통해, 우리는 의외로 코칭에서 고객을 놓친다는 것과, 코치인 우리가 이 코칭의 여정을 조금 더 누리고 즐기는 시선을 갖출 필요성에 대해 배웠다. 어느 덧 이 과정의 50%인 3번의 수업이 마쳤다. 남은 3번의 수업에서 나는 또 어떤 코치로서 토대를 더 쌓게 될까. 설렌다.

[공지1] 현재 39차 코칭스터디 <감으로 하는 브랜딩은 끝났다> 책을 읽어가며, 데이터를 기반한 브랜딩 관련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정리하던 끝에, 셀프코칭 관련 뉴스레터를 추가 발행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에 토요일 오전 6시마다 <‘토요일 아침엔 ‘나’를 만나요’>가 발행됩니다. 제가 전문코치로서 셀프코칭 하는 컨텐츠가 궁금하신 분들은 함께 읽어주시고, 만약 제가 전문코치로서 살아가는 일 관련 이야기(구. 희소식, 현. 코치로 일하기)만 궁금하신 분들은 발행 설정에서 ‘코치로 일하기’만 선택해주시면, 지금 받아보시던 글만 선택적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공지2] 현재 발행되는 뉴스레터 ‘전문코치로 일하고 있습니다(코치로 일하기)’는 평균적으로 A4 3-4쪽 분량의 글을 목표로 써 왔습니다. 이 부분이 다소 길게 느껴지실 수도 있을 것 같아 2-3쪽 분량으로 조금 더 컴팩트하게 써 보려 합니다. 노력해보겠습니다. 🙂
이번 주 공부한 것: ICF 핵심 역량 개정한 것 (2019 vs. 2025)
:https://blog.naver.com/coachheeso/224036557875
🔍 핵심 변화 요약
: 8개 핵심 역량의 틀은 그대로 유지, 그러나 하위 항목인 세부 역량 기준으로 변화.
- 총 5개의 하위 역량 신설, 11개의 세부 항목 수정, 일부 정의 수정, 글로서리 추가
- 특히 주목할 변화:
- 코칭 마인드셋에 대한 정의 강화
- 세션 내에서의 계약 재조정 가능성 강조
- 코치의 ‘존재감’, ‘침묵의 공간’, ‘Not-knowing’의 수용 등 존재 기반 코칭 강화
- 학습 통합, 실행 이후의 반영과 축하까지를 포함하는 세션 마무리 방식 구체화
**자세한 내용은 위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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