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 하던가, 코치인 나는 왜 배우고 있어도 배우고 싶은가. 그 마음 기저에는 ‘나를 부족하다 느끼는 마음’도 있고, ‘배운다는 것 자체가 주는 희열을 향한 맹목적 따름’도 있다. 하나 더, ‘배우고 있으면, 무엇이라도 하고 있다는 안도감, 열심히 살고 있어란 느낌’도 있겠다.
나는 그 마음들을 경계하려 노력하고 있다. 과정에 입과한다고 해서, 그 과정에 앉아 있다고 해서 그 날 배운 것이 정말 내 것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날 배움은 그 날 가르쳐준 선생님의 것이다. 앉아서 1차로 들은 후, 진득히 앉아서 내 것으로 소화하는 2차의 시간을 가져야만 비로소 내 것이 된다.
바로 이 부분이 어려운 부분이다. 3시간 반짜리 수업을 들으면, 그 수업을 한 번 더 복기하고 공부하는데 2시간 반, 그 복기한 것을 시간 날 때마다 다시 읽고, 내 안의 통찰로 재편집하는 것에 2시간, 또 시간을 내서 내가 이해한 통찰 방향으로 ‘나만의 글’로 다시 써내려보는 데 2시간이 걸리는 일인 것이다. 족히 다시 복습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데, ‘수업 들은 시간’의 2배 이상 시간이 다시 든다. 이 원리를 알고 있으면, 무엇인가 수강하기 전에 항상 ‘멈칫’하고 다시 정말 이 공부가 내게 필요한 것인가 되묻게 된다.
이것은 물건 소유에도 해당하는 일이다. 아이들에게 정리정돈을 시킬 때, ‘네가 그 물건이 거기 있었다는 것을 잊었다는 것은, 그 물건이 너에게 소중하지 않거나, 사실은 정말 (소유하고 있을 만큼)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말한다’라고 말해준다. 지난 주 레터에서 썼듯 나는 ‘공간’이란 것이 ‘과거가 묻어 있는 힘든 곳’이며 동시에 ‘내가 늘 그리워했던 무엇’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후, 내가 그리워했던 여백, 공간을 만들어내기 위해, 아이들에게 했던 이야기들을 내 자신에게 들려주며, 가열차게 정리정돈하고 있다. 언젠가 다시 읽으면 좋은 영감을 줄 것 같아서 버리지 않은 자료들, 나중에 다시 복습하겠다며 쌓아든 각종 교육의 메뉴얼들, 한 번 더 읽고 찢어버리겠다며 쌓은 출력물들. 그 각자의 자료들이 다 가치가 있지만, 늘 쌓여만 있고, 내가 실제 펴지 않으면 내겐 자리를 차지하는 ‘쓰레기’가 될 뿐임을 받아들이고 있다.
코치는 산적해 있는 것들을 시간을 내어 덜어내고 빼야 한다. 내 안에 무엇이 있는가에 대해 스스로 탐구해야 한다. 내가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 깊이 탐구하고 나면, 비로소 고객이 가진 관점에 여유 있게 대응할 수 있고, 존중하며, 수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코치는 시간을 내어 내 안에 산적해 있는 것들에 대해 깊게 사유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슈퍼리더십 코치 스쿨> 2강(9/24), 권은경 코치님
결국, 코치로서 어떤 땅, 토대(foundation)를 가질 것인가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그 땅에 무엇은 들이고, 무엇은 내보낼 것인지, 무엇은 더 깊게 뿌리 내리게 할 것이고, 무엇은 과감하게 버릴 것인가에 대한 깨어있음(awaken)이다.
연차가 쌓여 ‘코치양성’ 관련 일을 자주 하게 되었을 때 즘, 내 안에 깊은 ‘회의감’이 올라왔음을 고백한다. 코칭을 잘한다는 것 너머에 많은 토대가 필요한데, 그 중 일부인 ‘기술 함양’, 특히 자격 취득에 방점을 찍고 교육을 진행해야 할 때 오는 헛헛함이 있었다. 이렇게 적지 않은 세월, 코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공부하면 할수록 아직도 부족하고, 코칭을 정말 잘하기 위해서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란 걸 나는 깨닫고 있는데, 너무나 쉽게 ‘대화모델’ 하나 연습으로 로 ‘코칭은 이런 거에요’ 하며 퉁 치는 듯한 접근법이 마치 커다란 산맥에 대한 이야기를 그 산맥 안, 산 하나에, 하나의 숲에 대한 이야기만 다룬 듯한 찝찝함이 있었다. 때때로 수업 종료 후, 슬펐던 것은 그렇게 배워서 실제 코칭 현장에 나가 고객을 만났을 때, 코칭이 잘 안 되는 지점이 생긴다는 답을 이미 알고 있음이었다.
사실 코칭은 ‘모름’을 다룬다. 최근 새로운 코칭 프로젝트가 2건이 시작되었다. 2건 모두 면대면 1:1 코칭이었는데, 하고 집에 돌아와서 말 그대로 ‘뻗었다’. 그냥 뻗기만 했겠는가, 다음 날까지 멍하고, 온 몸이 몸살로 수고했다. 코칭은 ‘알지 못하는 긴장감’이 바탕이다. 상대에 대해 모르고 만나기 때문에 알지 못함(not knowing)이 주는 여러 반응은 자연스럽다.
그렇다면, 마스터코치가 점점 되어간다는 것은 코치로서 자신의 토대(foundation)에 무엇을 품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 무엇을 심어두고, 깨어있어야 할까. ‘모름’을 다루는 코칭이란 영역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이에 지난 9/24(수)에 ‘슈퍼리더십 코치 스쿨 2강’에서 만난 4가지 질문을 통해 나는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Q1. 코치(코칭)는 ‘무엇’을 위해 세상에 존재하는가? (목적)
Q2. 어떤 일들이 ‘그것(목적)’을 위해 참여하고 있는가?
Q3. 코칭(코치, 나)은 ‘어떤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는가?
Q4. 코칭(코치, 나)은 ‘어떤 기술, 도구, 방식’을 사용하는가?
[출처] 슈퍼리더십 코치 스쿨 2강, 권은경코치님
이 질문들을 처음 받았을 땐, 조금 벙- 찌는 느낌이 있었다. 일로서 막 하고 있는 코칭을 우주 끝까지 올라서서 삶의 목적 차원에서 내려본 느낌이랄까. 이러한 질문은, 1강 때 소개 받은 ‘한 단어를 깊이 사유하는 것’의 에너지와도 이어지는 느낌이었다. 바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탐구해보는 것의 힘이었다.
1번 질문 같은 경우에는, 제법 오래전 부터 내 나름의 답이 정리되어 있는 질문이어서 한 번 더 그 관점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코칭이란, 한 사람을 깨어나게 돕는 것이라 생각한다. 깨어난다는 뜻의 범주는 넓다.
*자신이 현재 어떤 상태(as-is)인지 자각하게 되는 것
▼
*자신이 현재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wants)를 인지하게 되는 것
▼
*(더 넓게)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 싶어하는지에 대해 명료해지는 것
▼
*(더더 넓게) 그런 삶을 추구하려는 자신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깨닫는 것(identity)
▼
*(아주아주 넓게) (C.G.Jung이 말하는 존재론적 차원에서)
자기 자신이 이 세상에 무엇을 위해 태어났는지 깨닫고,
그것을 실현해 가는 것 (self-actualization)
나는 그 깨어남의 여정에 함께 하는 파트너로서, 코칭을 생각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한 고객, 한 고객 인연이 닿을 때마다 나는, 내 삶이(나의 신이) 이 분과 다른 때가 아닌 ‘지금’ 연결해주고, 이 분의 이런 삶의 구간에 나를 만나게 한 것에 대한 깊은 호기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만난 인연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그 인연에서 나의 역할을 주어진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임하려는 것이 내가 나의 일을 대하는 태도이다. 이러한 나의 관점은 내게 남녀노소 상관없이 온전히 한 존재로서만 바라보게 돕는다.
흥미롭다. 오랜만에 내가 코칭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나만의 정의, 관점을 정리하고 나니 많은 것들이 정리가 된다. 작게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1) 내가 코치로서 어떤 물건을 소유하고 있을 것인가, 2) 어떤 공부를 선택하고, 깊게 파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가 부터, 더 나아가 고객이란 존재를 바라보는 내 관점을 다시 중심에 가져다 놓으니, 3) 고객과 만나는 첫 세션의 긴장감이 깊은 호기심으로 확장된다.
권은경 코치님의 표현처럼, ‘코칭은 알지 못하는 것이 자연스러우며, 파트너로서 함께 서로 ‘탐구’하며, 점점 함께 알아가는 것이 코칭’으로 느껴진다. 권코치님은 이러한 관점이 마스터 코치로서 안정감을 주고, 고객에게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코치로서 갖는 집착으로부터 편안해진다고 말씀주셨다. 결국, 이러한 과정이 코칭이란 걸 새길 때, 고객의 스타일(시스템적 맥락)까지 파악할 만큼의 코치로서 매우 의식적인 경청에 몰입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것이 코칭이라고 본다면, 단순히 ‘대화모델’ 하나 학습하고서, 코칭을 해낸다고 하며, 마음을 조급해 하는 것이 얼마나 코치 본인에게 힘든 일인가에 대해 역설적으로 끄덕이게 된다. 결국 사람에 대한 공부와 가장 본질적인 코칭에 대한 공부(역량)에 상당히 시간을 들인 노력이 필요한 영역인 것이다.
그런 내가 수퍼바이저로서, 코치양성할 때, 함께 하는 코치님들께 무엇을 더해줄 수 있을까. 일단 주어진 프로그램 중에는 코치자격 취득을 위해 최대한 서포트 해 드린 후에, 코치로서 내가 공부하고 있는 것, 깨달은 것들을 지금처럼 정기적으로 공유 드리면서 더 큰 영역에 대해 계속 끈을 붙잡고 함께 나아가실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드리는 것일테다.
글을 다 쓴 후, 가만히 이번 달 프로젝트 속 여러 참여자분들의 이름을 음미하게 된다. 이 분들과 내가 이어져 있는 인연의 이유, 그 이유에 임하는 나의 자세를 다시 깊이 가슴에 새기는 밤이다.
이번 주 소식
[셀프북코칭 | 모집시작] 책 '나는 왜 나를 함부로 대할까' (10/9목 시작)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