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그 좀 제발 고쳐줘요

결함이 없는 세상을 꿈꾸는 개발자의 하소연

2021.06.02 | 조회 5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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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의 심야서재 뉴스레터

오직 글로서만 승부하는 글쟁이의 뉴스레터, 주로 생산성 툴에 관련된 글을 보내드립니다.(가끔 소설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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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이 없는 결함은 세상에 없습니다. 결함은 원인의 자식인 셈이지요. 결함의 책임은 전적으로 원인을 만들어낸 인간에게 있습니다. 관점을 바꿔본다면, 인간이 아닌 어떤 프로그램이나 기계가 결함의 당사자라면 그것은 어떻게 취급되어야 할까요? 그 결함 역시 인간이 프로그램을 조작하다가 만들어낸 것이니 책임 역시 창조자인 인간에게 있을까요? 기계가 장차 자유 의지를 갖게 될지도 모르니, 미래에는 기계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요? 만약 어떤 프로그램 때문에 우리가 경제적 혹은 시간적 손해를 입었다면 우리는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요? 그것을 창조한 인간일까요? 그 프로그램 자체일까요? 우린 청구서를 누구에게 발송해야 할까요?

물론 이 질문에 어리석은 대답, “마땅히 프로그램에게 배상을 요구해야 한다!’라고 주장할 사람을 거의 없을 겁니다. 혹시 그런 생각을 한다면 당신은 조금 이상한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사람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 합니다. 본능적으로 ‘내가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고! 어쩌다 보니 그런 결함을 갖게 된 거지?’라며 무책임하게 대답하곤 합니다.

제가 왜 이런 말을 하느냐면요. 얼마 전부터 네이버가 제안한 ‘오늘 일기’ 미션을 성실하게 수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세심한 사람이 아니라거나, 네이버 블로그 앱을 자주 이용하는 블로거가 아니라거나 혹은 지극히 둔감한 사람이라면 ‘네이버 블로그 앱’의 몹쓸 버그를 파악하지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직업적으로 IT 계통에서, 특히 소프트웨어를 오랫동안 다뤄온 사람이라, 이런 현상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는 편입니다.(싫어도 어쩔 수 없이) 앱을 실행하면서도 특정 기능이 과연 제대로 작동할 것인지 날카롭게 화면을 쏘아보는, 말하자면 직업의식이 특정 상황이 되면 더 예민하게 발동하는 사람이라는 얘기지요.

그런데, 최근 ‘네이버 블로그 앱’의 알림 기능이 좀 이상하게 작동하더라는 겁니다. 물론 이 기능은 예전에도 엉뚱하게 작동했죠. 대체 버그 리포트가 절차대로 보고되는 건지 또한 고쳐지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군요. 네이버 개발팀에게 험한 말을 하고 싶습니다. 1년이 넘게 결함이 수정되지 않은 걸 보니, 분명 개발팀의 핵심 멤버가 장기 휴가 중이거나, 고의로 버그를 수정하지 않는다는 얘긴데요. 이렇게 말하니 더 흥분이 되는군요.

빨간 배지가 화면에 표시되면 그건 누군가 제 글에 ‘좋아요’를 눌렀다거나 댓글을 남겼다는 의미로 해석되지요. 제가 어떤 행동, 그러니까 배지 아이콘을 분명 클릭했음에도 빨간 점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어요. 빌어먹을 두 번 이상 아이콘을 연타해야 그나마 배지에 붙은 빨간 점도 사라지고 누군가 남긴 ‘좋아요’ 표시나 ‘댓글 표시’도 비로소 갱신이 됐죠. 왜 그걸 바빠죽겠는데 두세 번씩이나 클릭하게 만드냐 이겁니다.

문제의 버그(결함)는 오랫동안, 거의 1년 이상 해결되지 않고 있어요. 버그는 고치지 않고 남겨두는 게 매력이라고 누군가 말했는데, 그 이론을 네이버 개발자가 충실히 따랐거나, 그 정도의 결함은 사용자들이 충분히 이해해 주고 배려했을 거라고 짐작했나 봅니다. 그래요, 이젠 무뎌질 만도 한데, 인정할 만도 한데, 그런 사소하면서도 간단한 버그를 고쳐주지 않는 그들의 게으름을 용서할 수 없게 되더라고요. 저는 인자하지도 않고요. 참을성이 강하지도 않아요. 그러니 이제 버그 좀 고쳐줘요.

아무튼 그 버그는 이미 오래 묵은 거니까, 지극히 사소한 버그에 불과하니까 언젠가 전지전능한 개발자 느님에게 여유가 주어지면 뚝딱 고쳐주시긴 하겠죠. 그런데 중요한 문제는 그게 아니었어요. 앱이 어느 순간 고스트 패치된 거 같긴 한데, 뭐랄까, 식솔이 하나 추가된 것도 아니고, 새로운 버그가 그 기능에 또 달라붙었더라고요. 도대체 네이버 개발팀은 형상 관리를 어떻게 하길래 버그만 양산하는 건지, 그들의 만행을 만천하에 공개하고 싶었다니까요. 흠, 저도 개발자이지만, 고쳐지지 않는 버그를 생각하면, 동업자의 정신은 개나 줘버리고 싶어요.

그 버그는 목록 중에서 ‘좋아요’나 ‘댓글’ 목록을 클릭하면 해당 내용으로 이동하는 기능이었는데, 클릭해서 이동하는 도중에 빈 화면이 중간에 하나 떡하니 생기더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자세한 내용을 보려고 하는데 쓸데없는 여백이 더 생성됐더라는 거죠. 그래서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르면 원래의 목록 화면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하얀 화면이 중간에 툭 튀어나오는 곳으로 빠져 버리는 거예요. 아무것도 없는 마치 화이트홀 같은 곳으로 말입니다.

문제지만 때로 우아하게 남고 싶은 결함, 절대 고쳐지지 않는 순수한 결함, 아무도 만든 적이 없지만 갑자기 생겨난 결함, 인간이 아닌 기계의 논리적인 오류로 생긴 결함, 실수였으나 어느 순간 고의로 돌변하고 마는 기묘한 결함,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낡은 결함, 잘못 없는 사용자만 불편을 겪어야 하는 일방적인 결함, 그 결함의 무덤 위로 계속 쌓여가는 결함의 자식들, 결함의 불모지에 우리가 방치된 것이라면 이것은 감정의 지나친 도약일까요?

그렇다면 자신을 한 번 돌아볼까요? 구독자님은 어디에 서 있나요? 결함의 가해자 쪽인가요? 피해자 쪽인가요? 만약 가해자의 입장이라면 결함을 해결하려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편인가요? 그렇다면 참 다행입니다만… 저는 양쪽에 서 있군요 아슬아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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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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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eca

    0
    almost 3 years 전

    저는 이런 공심님의 날이 선 글을 좋아합니다. 얼마전부터 매일 일기 카톡방에서 블로그 글을 확인 후 다시 카톡창으로 한번에 넘어 오질 않아 넘 불편하더라구요. 사소하지만 매일 겪는 불편함을 이렇게 지적하고 고쳐야 하는 게 아닐지...그렇다면 대기업이 과연 그걸 몰라서 못하는 건지 궁금합니다 저도~

    ㄴ 답글 (1)
  • 향기

    0
    almost 3 years 전

    마지막 질문들에서 말문이 턱 막혔습니다. 마치 너는 벌레니? 아니면 벌레를 죽이는 쪽이니? 하고 묻는 것 같아서요. 등에 소름이~ ;;;;;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서 저는 피해자 쪽에 서있지만 잘 못 느끼기도 하는 사람이라 읽으면서 '아아~ 그렇구나' 또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냉철한 글 잘 읽었어요. 작가님.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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