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구수필] 새삼스러운 사람

비교하는 마음은 늘 나의 시선을 쉽게 외부로 이끈다. 내 바깥의 무엇과 나를 동일 선상에 두고 이것저것 재고 따진다. 그 평가의 결과가 나를 위로 두든, 아래로 두든 간에, 모두 공평하지 않다. 내 안을 깊이 들여다보기만도 모자를 시간과 힘을 자꾸 바깥으로 소실되게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균형을 잃고 미끄러진다.

다시 균형을 잡기 위해 해야 하는 건, 그리 대단치는 않다. 내 일상의 사소한 순간을 잘 포착해 본다. 눈을 번쩍 뜨고, 귀를 열어 듣고, 손끝의 미세한 감각과 스쳐 지나가는 향기를 붙잡는다. 과거와 지금의 내 경험을 비교하며 무엇인가 달라졌다는 것을 감각하고 알아차려 본다.

어찌나 나는 과거에 기대어 사는지. 과거가 있기에 현재가 있다. 과거를 거쳐 지금의 나로 존재하게 되었고, 나는 과거를 기준으로 현재를 보곤 하지만, 과거에만 기대어 사는 삶의 가장 큰 부작용은 현재를 잃는 것이다. 과거의 업적과 영광은 시간이 흐르며 지나갔다. 중요한 것은 지금, 바로 이 순간에 존재하는 현실이다.

우리는 멈추지 않는 시간 속에 살고 있다. 앞으로 무엇이 올 지는 아무도 단언할 수 없다. 이 당연하고도 중요한 사실을 놓쳐버린다면, 지금의 삶이 쉽게 비참해진다. 과거에 가졌던 찬란한 무엇인가를 이제는 더 이상 갖지 못한 존재로서, 혹은 과거의 무엇에서 벗어나지 못한 존재로서, 그냥 현재를 버텨야만 하니까.

새삼스러움은 나를 그런 비참함에서 벗어나게 도와준다. 과거와 현재의 다름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없었던 것 같은 새로움을 발견한다. 모든 것이 날마다 새로울 수는 없지만, 사실 모든 것은 날마다 새롭다. 그리고 날마다 새로워질 수 있다.

누군가 나의 작업이 어떤 감각을 건드리길 바라느냐 물어서, 나는 ‘새삼스러움’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 느껴지는 감정이 새로운 것.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다시금 발견하고 새롭게 여기는 일은 어찌나 즐거운지. 새삼스러움을 느끼고 나면, 대책 없이 가난했던 마음이 다시 새로움으로 차오른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이미 안다고 생각한 것들에서,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삶은 참 신비로워서 표면적인 수치만으로 모든 것을 다 평가할 수 없고, 한 줄로 세워 순위 매길 수 없다. 똑같아 보여도 똑같지 않고, 비슷해 보여도 모두 다르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나는 동일한 나이지만, 매번 또 다른 새로움이 있는 나를 발견한다. 새삼스럽게 나라는 사람을 알아간다. 과거의 나도 지금의 나도, 모두 나이지만, 앞으로의 나는 또 어떤 모습일지, 나는 여전히 알 수 없고, 쉽게 단정하고 싶지 않다. 내가 그렇듯, 당신의 삶도 그러하리라고 나는 믿는다.

우리의 삶에 늘 새삼스러움이 발견되기를 나는 소망한다. 미처 깨닫지 못한 새로움이 다시금 발견되고, 그것을 누리는 즐거움이 항상 있기를. 그렇게 조금 더 생기 있는 삶과 삶이 모여 살아간다면, 새삼스럽게 우리는 행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