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의 여름방학

3-1 헬싱키 우리 집

마흔의 여름방학 : 헬싱키에서 보낸 일주일

2025.08.30 | 조회 2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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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마흔

위태롭지만 선명한 마흔의 글쓰기

 

3-1 헬싱키 우리 집

 

 

어딜 가든 여행지에서 가장 먼저 하는 건, 숙소에 도착해 아직 생활의 냄새가 나지 않는 집 사진을 여기저기 찍어두는 일이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 한 장을 고심해서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린다. 사진은 공간을 만든 사람의 취향이 보이는 쪽을 선호하는 편. 마당이나 창가, 한옥의 서까래가 같은 곳들로 남들 보기에 그럴싸해 보이는 것보다 내 기준에 좋은 것을 고른다.

스토리에 숙소를 올리면 선물을 주는 이벤트가 있는 것도 아닌데, 여행 콘텐츠를 만드는 인플루언서도 아니면서 꼬박꼬박 여행의 첫 시작을 숙소 사진으로 시작하는 건 그만큼 여행에서 집이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어디로 떠나느냐, 누구와 떠나느냐, 가서 무엇을 하느냐 보다 가끔은 어디에서 자느냐가 더 중요한 적도 있었다. 대체로 마음에 드는 집에 머무는 여행은 실패가 없었다.

 

먼 나라로 떠나는 여행을 계획할 때는 보통 항공권부터 알아보겠지만 내 경우에는 가고 싶은 숙소의 예약 가능한 날짜를 확인이 먼저였다. 하루 차이로 비행깃값이 천차만별이라는 걸 알지만 어쩌나. 가진 것이 없어도 마음에 드는 집에 머물러야 행복한 사람인 것을. 이 가성비 떨어지는 여행 계획은 헬싱키에서도 여전했다.

 

처음 이틀은 스칸딕 헬싱키 후브(Scandic Helsinki Hub) 호텔에서 묵었다. 후기에 위치가 좋다는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 3성급 호텔로 교통이 편한 시내 중심지에 있었다. 덕분에 크고 넓은 호텔에서 안전하게 보고받는 느낌으로 헬싱키와 가까워질 수 있었다. 호텔은 헬싱키 역에서 걸어서 15분 정도로 바로 앞 작은 공원이 있어 전망도 좋았다. 숙박에는 조식이 포함되어 있어 아침에 든든히 호텔 조식을 먹을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이건 막상 도착해 보니 생각보다 큰 이점이었는데 헬싱키는 미식의 도시가 아닐뿐더러 가격도 비싸서 먹는 것이 약간의 고민거리였는데, 이틀 동안은 아침 걱정 없이 다양한 메뉴를 배불리 먹고 시작할 수 있어 든든했다. 또 헬싱키에 새벽 비행기로 도착했기 때문에 짐을 맡길 수 있다는 장점도 한몫했다.

이틀 뒤 나는 캐리어를 끌고 한결 익숙해진 헬싱키 시내에서 벗어나 조금 서쪽으로 향했다. 바닷가 근처 시내와는 또 다른 느낌의 동네였다.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괜찮았다. 조금 내리다 우산을 펼치면 금세 그쳐버리는 헬싱키의 빗줄기에 그사이 익숙해졌으니까.

 

에어비앤비에서 예약한 Minna의 여행자 아파트는 기대보다 더 좋았다. 사진과 똑같이 커다란 창 앞에는 테이블이 있었고 작지만 북유럽 특유의 주방이 확실해 보이는 귀여운 인테리어도 마음에 들었다. 마트 직원에게 키를 받아 알쏭달쏭 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중으로 된 문을 여는 것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헬싱키에서 작은 이사를 해낸 것 같은 뿌듯함 피로가 나쁘지 않았다.

짐을 풀자 때마침 빗줄기가 굵어졌다. 작아도 야외용 소파까지 있는 번듯한 발코니로 나가 반쯤 기대 누웠다. 3층 발코니 아래는 놀이터에서 모래놀이를 하는 아이와 엄마가 보였다. 어디든 아이가 있는 풍경은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힘이 있지. 새로운 집에 도착한 여행자의 두려움도 평화롭게 만들어주는 어린 생명의 힘이란 참. 테라스 의자 위로 올린 발이 음악도 없이 저절로 까딱거린다.

 

여기는 헬싱키 우리 집. 비 오는 바깥 풍경을 영상으로 담아 가족과 친구들에게 보냈다. 지금 이 순간 나 너무 행복하다고 알려줄 만한 순간이었으니까. 호텔에서는 마냥 신기한 관광객으로 지냈다면, 이 집 문을 열고 나갈 때는 제법 현지인 흉내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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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님 안녕하세요. 희정입니다.

비 오는 날 발코니에서 찍은 영상을 올리려고 했는데 방법을 모르겠어요. 스토리에 올려볼게요. 이번 달도 두 편의 헬싱키 여행기를 보낼 수 있어 다행입니다. 다음 달도 착실히 편지할게요.

 

2025. 8. 30.

희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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