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을 하면 늙지 않는다

안녕 구독자와 L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아! 새해가 된 지 두 달이 넘어간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유독 나이를 손꼽아 세어보는 것이 어색한 올해야. 진급할 학년도 없으니 헛헛해. 손에 잡히는 게 없어. 졸업한 지도 한참인데 참! 흔히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 말하지만, 한국에 발 붙이고 살다 보면 더 묵직한 개념으로 다가오곤 해. 만 나이 도입 후, 모두가 훌훌 털어낼 줄 알았는데 큰 착각이었던 것 같아. *한 살 덜어내고 말할 때마다 모두 연 나이로 정정해 주더라고. 정정을 정정하고픈 목소리가 목 끝을 찼지만, 꾹 눌러 담았어. 그리고 생각했어 ‘어쩌면 나이에 집착하는 건 나일지도 몰라’. 나는 무엇이 두려운 걸까. 나이 드는 것? 나이에 따라 정해진 과업을 수행하는 것? 준비되지 않은 미래?

*난 1월 초 생일이라 새해 시작하자마자 한 살만 덜면 돼.

새해부터 나이 나이 했더니 문득 에드워드 컬렌이 떠올랐어. 무지막지한 의식의 흐름이지만, 일단 적어볼게. 뱀파이어가 된 후로 그는 열일곱에 멈추어 수백 년을 살았어. 수없이 수여된 고등학교 학사모도 마치 제삼자의 예술 작품인 양 걸어두었더랬지. 신체든 정신적이든 ‘노화’가 두려웠던 나로선 잠시 부러웠어. 살짝 부끄럽지만 한때 벨라 꿈나무였어. (초등학생 때)

다만 동시에 저주라는 말도 이해가. 과연 내가 유한하지 않은 삶, 젊음을 양껏 누릴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해… 확신이 없거든. 오만한 관점일 수도 있다만, 결국 끝이 있기에 주어진 시간을 채워나갈 궁리를 하게 되는 것 아닐까 싶어. 매분 매초 흘러가는 날들을 가엾이 여기며 살아갈 동기랄까! 반쯤 감긴 눈으로 한 자 씩 곱씹어 보는 지금, 이 순간도 참 소중해. 내 나이, 이 지금을 만끽하고파.

이쯤에서 연령에 관계없이 삶의 활력을 빛낸 영화 <Young @ Heart>를 소개하고 싶어. 국문으론 <로큰롤 인생>. 여전히 ‘노화’, ‘늙다’, ‘노인’, ‘나이 들다’ 라는 말에 퍼뜩 겁난다면 이 영화를 봐. 영화를 못 본다면 공연 한 토막이라도 시청하는 걸 추천할게.

*열심히 찾아봤는데 여기서 5,000원 정도에 대여 가능해. 

80대와 로큰롤, 그 자체로 밈 같은 조합이야. 내 말은 이게 실현할 수 있는 일인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랄까. ‘록’ 하면 열기, 저 밑부터 긁어 올리는 샤우팅, 빠른 박자, 뜀 등이 생각나잖아. 이것도 내 크나큰 편견이겠지. 박자 좀 못 따라가면 어떤가, 가사 몇 줄 건너뛰면 또 어떤가? 80대도 90대도 충분히 즐기며 노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은 거동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희끄무레한 가사지를 들여다보며 때론 졸기도 해. 그렇게 시끄러운 노래가 흘러나와도 노곤함은 이기기 어려운 것이지. 심지어 어떤 이는 노래를 듣자마자 티슈를 귀에 쑤셔 넣기도 해. 본인은 클래식이 더 좋으시다나. 이들은 과연 어떤 동기 때문에 이곳에 모였을까? 보는 내내 ‘특별한 이유’를 찾으려 두리번댔어. 하지만 비틀어 다시 생각해 보니, 이들을 특별하게 보는 것 자체가 뭣 모르는 젊은이의 관점이라는 걸 알게 됐어. 그저 노래하고 싶어, 공연하고 싶어 모인 동아리잖아. 내 파트 하나 잘 소화해서 무대를 만들어보겠다는 열망! 여기서 나이는 중요치 않아. 그걸 신경 썼다면 30살 넘게 어린 프로듀서에게 혼나면서 자리에 남아 있을 수 있겠어?

죽음의 문턱 앞에 서서도 ‘can’이 60번 넘게 나오는 가사를 외치며, 내 할 일을 하는 거야. Yes We Can Can이라는 노래를 한번 들어보시길, 나도 슬쩍 따라 해봤는데 바로 혀가 꼬였어.

다만 공연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이별을 맞이하기도 해. 그럼에도 담담하게 무대를 이어가는 모습에 큰 울림을 느꼈어. 애초 듀엣이었으나 결국 솔로로 진행한 Fred의 Fix You 무대를 꼭 보았으면 해. 나지막한 읊조림이 가사를 더욱 빛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더라.

✨Fix You✨

이쯤에서 다시 묻고 싶다. ‘늙는다는 건 무엇일까’.

연령 차별은 사회적으로 가장 쉽게 용인되는 편견이라고 해. ‘늙었다.’라는 기준 자체가 정량적인 것일 순 없는 거잖아. 은퇴 후 경로 할인을 받기 시작할 때, 국민연금 수령 시기 등... 전적으로 사회 편의를 위해 정한 것이니. 80대인 우리 할머니는 아직도 영어를 배우고, 탁구 동호회에 나가며, 봉사 활동까지 다니시거든. 친구도 어찌나 많은지 밀린 카톡 답장하는데 반나절은 걸리셔. 참 나이로 인생을 한정 짓는 건 어리석은 일 같아. 힘이 닿는 한 한 소절 더 불러보고 한 단어 더 외워보겠다는데 뭐가 문제겠어. 신체 기능적인 부분에서 노화가 오는 것은 사실이나 삶을 느끼는 감각까지 무뎌지리.

마지막으로 작가 Penelope Lively가 87세에 작성한 글을 인용하며 맺을게. 우리 즐겁게 늙어가자. 가장 멋진 날들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

나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세상을 민감하게 느낀다. 내가 보고 듣고 감지하는 모든 것이 더없이 생생하다. 봄 햇살을 만끽하고, 정원에 핀 크림색과 보라색의 헬레보어 꽃을 감상한다. 라디오에서 선택적 낙태의 윤리성을 두고 벌어지는 토론을 들으며 간혹 끼어들기도 한다. 전화로 듣는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는 큰 기쁨을 안겨준다. 나이가 들면서 커다란 변화, 감성의 변신을 겪는다. 봄이 이토록 강렬했던 적도, 가을이 이토록 금빛 찬란했던 적도 없었다.

추신, 올해 5월 영앳하트가 비틀즈 노래로 공연을 한대! 가고 싶다. 

@pauseletter 인스타그램으로 놀러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