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좋아하는 극단이 하는 연극을 보고 왔습니다. 그 연극에는 강아지 캐릭터가 하나 등장합니다. 그 캐릭터는 우리가 현실에서 보는 개의 모습과 닮았습니다. 함께하는 인간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합니다. 함께하는 인간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합니다. 개를 보다 보면 어쩜 이렇게까지 나를 사랑할 수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오늘은 개가 인간을 믿고 따르는 이유일 수 있는 것 한 가지를 소개합니다.
개는 분류학적으로 늑대와 같은 종입니다. 분류학에서 '종'을 구분하는 여러 기준(2010년 수능 언어영역 비문학 지문에서 다룬 바 있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링크 24~26번 지문을 참고해 주세요.) 중 가장 중요한 것은 A와 B가 낳은 2세가 생식 능력을 갖는가 하는 것입니다. 개와 늑대는 새끼를 낳는 게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태어난 늑대개는 개와도, 늑대와도, 같은 늑대개와도 번식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개와 늑대의 유전자는 거의 같습니다. 0.04%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고 합니다. 서로 다른 인종 간 유전자의 차이가 0.1% 정도라고 하니, 개와 늑대는 엘사와 뮬란 사이보다도 유전적으로 가까운 셈입니다. 0.04%의 차이면, 한국인과 중국인의 유전적 차이 정도라고 합니다. 치와와와 늑대가 한국인과 중국인의 차이 정도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니 놀랍습니다.
개와 늑대의 유전체에서 차이가 나는 곳은 총 246곳입니다. 그리고 이 246곳 중에 인간에게는 '윌리엄스 증후군'을 유발하는 게 아닌가 의심이 되는 유전자 변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윌리엄스 증후군'의 여러 증상 중에는 성격 상의 특징도 있습니다. 윌리엄스 증후군을 갖고 있는 사람은 사교적이고, 외향적이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적대감이나 두려움이 없는 모습을 보입니다. 자폐증을 갖고 있는 사람과 정반대의 특징을 보인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즉 어쩌면 개는 윌리엄스 중후군을 갖고 있는 늑대라고 볼 수도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는 과학자들이 있습니다. 아직은 연구가 더 필요한 분야겠지만 말입니다.
또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늑대를 길들이면서 인간의 말을 잘 듣게 된 녀석들이 개가 된 게 아니라, 늑대 중에서 인간의 말을 잘 듣는 유전적 특징을 보이는 녀석들이 개로 발전한 것으로 보입니다. 늑대 중에서도 일부 돌연변이를 가진 개체들에게 공을 물어오도록 훈련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게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인류세 대멸종이라는 말을 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을 정도로, 현생 인류는 수많은 종을 도륙하고 멸종시키며 생존해 왔습니다. 이런 무시무시한 종에게도 개와 같은 친밀한 종이 존재한다는 게 참 재밌습니다. 개들이 인간을 사랑해준 만큼 인간도 개들을 사랑해 줄 수 있기를, 또 다른 종들과도 화목하게 잘 지낼 수 있기를 바라 봅니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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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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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언어영역 답: 24-5, 25-3, 26-5
페퍼노트
이게 뭐라고 킹받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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