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면 일본 도호쿠 지방의 산에 괴물들이 나타납니다. 5~6미터가 넘는 거대한 흰 괴물들이 산 정상을 가득 메웁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사진으로 보시죠.

이 '스노우 몬스터'의 정체는 바로 수빙(樹氷)입니다. 나무에 눈과 얼음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자연 현상인데요. 마치 거대한 눈 괴물이 산을 점령한 것처럼 보여서 스노우 몬스터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지구에 눈이 내리는 곳은 많습니다. 한국에도 나무가 많고 눈도 내립니다. 그런데 한국에선 왜 스노우 몬스터를 볼 수 없을까요? 스노우 몬스터가 만들어지기 위해선 여러 조건이 맞아 떨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스노우 몬스터가 만들어지기 위한 조건을 설명하기 전에 먼저 스노우 몬스터가 만들어지는 원리를 살펴 봅시다.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계절풍이 동해를 지나면서 수분을 잔뜩 머금습니다. 이 습기 가득한 바람이 아사히 산맥을 넘어오면, 기온이 영하 10도에서 20도 이하로 떨어지는 환경에서 과냉각 상태의 물방울이 됩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는데 왜 얼음이 되지 않고 물방울로 남아 있을까요? 예전에 물이 끓는점을 넘긴다고 바로 끓는 것이 아니라, 핵이 있어야 끓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드린 적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0도 밑으로 떨어진다고 해서 물이 바로 어는 게 아니라, 얼음 결정핵이 필요합니다. 이 동해를 건너온 물방울들은 아주 작은데다 불순물도 많지 않아 바로 얼음이 되기엔 부족한 상태입니다.
과냉각 현상의 좋은 예시가 똑딱이 핫팩입니다. 똑딱이로 자극을 주면 투명한 액체가 빠르게 하얀 고체가 되는 모습을 볼 수 있죠. 마찬가지로 과냉각 상태의 물방울도 강한 바람에 실려 나무에 부딪혀 자극을 받으면 즉시 얼어붙습니다. 이 과정이 며칠, 몇 주에 걸쳐 반복되면서 나무 전체가 눈과 얼음으로 뒤덮입니다. 결국 원래 나무의 형태는 사라지고, 기괴한 형상의 눈 기둥만 남습니다.
원리를 바탕으로, 스노우 몬스터가 만들어지는 조건을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우선 바람의 방향이 일정해야 합니다. 수빙은 바람을 맞는 쪽에만 형성됩니다. 바람이 한 방향에서 불어야 같은 쪽에 쌓여서 거대해집니다. 여러 방향에서 불어오면 얇게 분산되기 때문에 '몬스터'의 형태를 이루기 어렵습니다. 또 풍속이 너무 느리면 부서지기 쉬운 수빙이 되고, 풍속이 너무 빠르면 반투명의 단단한 수빙이 되기 때문에, 적절한 속도의 풍속이 필요합니다. 나무에도 조건이 필요한데, 잎이 있어야 얼음이 붙을 만한 표면적이 생기기 때문에 상록 침엽수가 유리합니다.
이런 이유로 스노우 몬스터를 볼 수 있는 곳은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뭅니다. 일본에서도 자오산(야마가타현·미야기현 경계), 핫코다산(아오모리현), 모리요시산(아키타현) 이 세 곳에서 제대로 된 스노우 몬스터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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