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물을 100미터 넘게 끌어올릴 수 있는 이유

나무는 마신 물의 95%를 뱉어낸다고?

2025.08.16 | 조회 1.08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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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삶에 양념 같은 지식을! '그런 건 어떻게 알았어?' 할 때 '그런 것'들을 전해 드립니다.

나무는 크게 자라면 100m도 넘게 자랍니다. 이렇게 큰 나무가 어떻게 물을 마실 수 있는지 생각해 보신 적 있나요? 아마 한 번도 안 궁금해 보셨을 수도 있습니다. 나무가 큰 것과 물을 마시는 게 무슨 상관이 있길래 그게 신기한 일인지 와닿지 않을 수 있거든요. 그러니 우선 궁금하게 만들어 드리고 궁금증을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바닥에 물잔을 두고 긴 빨대를 꽂아 물을 마신다고 상상해 봅시다. 구독자 님의 키가 2m 쯤 되더라도 힘껏 빨대를 빨면 물을 마실 수 있을 것입니다. 물잔은 그대로 둔 채 엘리베이터를 타고 구독자 님만 위로 올라가 보죠. 3m, 4m, 계속 올라가더라도 빨대를 통해 물을 마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10m를 넘어가는 순간 여러분은 더 이상 빨대로 물을 마실 수 없습니다. 여러분의 폐활량이 펠프스 급이어도, 아니, 슈퍼맨이 와서 빨아도 불가능합니다.

이유는 빨대가 압력 차이를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빨대를 빨기 전에는 빨대 속에 있던 공기와 빨대 밖에 있던 공기가 같은 힘으로 물을 밀어냅니다. 빨대를 빨면 빨대 속에 있던 공기가 폐로 빨려 들어가면서 빨대 안의 압력이 낮아집니다. 빨대 밖에 있던 공기가 밀어낸 물은, 밀어내는 힘이 약해진 빨대 안으로 밀려나게 됩니다. 따라서 빨대 속의 물은, 대기압과 빨대 안의 기압의 힘 차이만큼만 올라갈 수 있습니다. 빨대 안을 아예 진공으로 만들어서 빨대 안의 기압을 0으로 만들면 대기압이 온전한 힘으로 물을 밀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때 물이 올라가는 높이가 10m 정도입니다.

어릴 때 과학에 관심이 많으셨던 분이라면 이렇게 빨대 두 개를 두고 음료를 마시려고 하면 대단히 어렵다는 걸 실험해 보셨을 수도 있습니다. 이 실험을 통해 설명하는 원리가 바로 빨대가 압력 차이를 이용한다는 점입니다.
어릴 때 과학에 관심이 많으셨던 분이라면 이렇게 빨대 두 개를 두고 음료를 마시려고 하면 대단히 어렵다는 걸 실험해 보셨을 수도 있습니다. 이 실험을 통해 설명하는 원리가 바로 빨대가 압력 차이를 이용한다는 점입니다.

나무는 뿌리로 물을 빨아들여서 꼭대기에 있는 잎까지 물을 전달해야 합니다. 이 과정은 빨대로 물을 빨아 들이는 것과 비슷해 보입니다. 하지만 앞서 살펴 보았듯 이 방법으로 10m 이상 높이까지 물을 끌어올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100m가 넘는 나무는 도대체 물을 어떻게 잎까지 전달하는 걸까요?

비밀은 바로 '증산 작용'에 있습니다. 나무는 빨아들인 물을 나뭇잎의 기공에서 수증기 형태로 배출합니다. 사람으로 치면 땀을 흘린다든지, 습기가 찬 숨을 내뱉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물 분자는 서로를 끌어당깁니다. 뿌리부터 차오른 물 분자는 서로 손에 손 잡고 이어져 있고, 수증기 형태로 배출되는 물 분자는 배출되면서 그 아래에 있는 물 분자를 끌어당깁니다. 이 끌어당김 때문에 나무의 물관에는 0보다도 더 낮은, 음의 압력이 작용합니다. 따라서 대기압과의 차이가 대기압보다도 커집니다. 이 원리를 이용해 나무는 물을 100m 높이까지도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물을 배출 좀 했다고 한계의 열 배 높이까지 물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나무는 물을 엄청나게 배출합니다. 나무가 물을 마시면 그 물을 어디에 쓸 것 같나요? 광합성에 반 쯤 쓸 것 같나요? 성장하는 데 또 반 쯤 쓸 것 같나요? 아뇨, 나무는 빨아들인 물의 95%를 증산 작용에 씁니다. 쉽게 말해, 100을 마시면 95를 그냥 뱉어냅니다.

혹시 어떤 분들은 '정말로 압력이 그렇게까지 낮아진다면, 끓는점도 같이 낮아지니까 나무 안에서 물이 끓어버리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멋진 지적입니다. 하지만 물이 보글보글 끓기 위해서는 그 '보글보글'의 핵이 되어줄 작은 공기방울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물관 안에는 물만 가득차 있고 핵이 없습니다. 손난로가 온도 상으로는 진작 고체가 됐어야 하는데, 버튼을 딸깍하기 전까지는 액체로 남아있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혹시 '나는 100개를 배우면 95개는 까먹는 바보야' 하고 의기소침해진 적은 없으신가요? 그럴 땐 나무를 보면서 힘을 내어 봅시다. 마신 물의 95%를 뱉어낸 덕분에, 나무는 100m 넘게도 자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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