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면 솟아 오르는 바다의 바닥

심해산란층(Deep scattering layer)에 대해 알아 봅니다

2024.11.16 | 조회 7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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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노트

당신의 삶에 양념 같은 지식을! '그런 건 어떻게 알았어?' 할 때 '그런 것'들을 전해 드립니다.

위 동영상은 소나(SONAR, Sound navigation and ranging)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박쥐나 고래가 하는 것처럼 음파를 쏘아 메아리를 이용해 물체의 위치와 거리를 탐지하는 장치입니다. 군사적 목적으로 대단히 유용한 장치로 세계대전에서 큰 활약을 했습니다.

제2차세계대전 중, 미 해군은 소나를 활용하여 해저 지형을 측량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순찰 요트에 타고 있던 세 과학자를 당황시켰습니다. 낮에 측정했을 때에는 300~500m 깊이에 바닥이 있는 것으로 보였는데 밤에는 그보다 얕은 곳에 바닥이 관측됐기 때문입니다. 밤이 되면 해저가 위로 솟았다가 낮이 되면 다시 아래로 가라앉는 믿기 어려운 현상이 관측되고 있었습니다. 바닷속으로 사라져버린 섬이 떠오르고 가라앉기를 반복하기라도 했던 걸까요? 이런 상상과 함께 이 미지의 바닥은 'Phantom bottom(유령 바닥)'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진실은 다름아닌 해양 동물들이었습니다. 300~460m 깊이에 물고기, 오징어, 물개류의 동물들이 아주 빽빽하게 모여 살아서 '심해산란층'을 생성했던 것입니다. 이들은 낮에는 포식자를 피해 어둡고 차갑고 산소가 적은 깊은 바다에서 활동을 하다가 밤이 되면 먹이를 먹기 위해 위로 올라오는 생활을 합니다. 1998년 연구에 따르면 이 무리의 질량의 65%는 샛비늘치류(Lanternfish)인데 이들의 부레는 소나를 아주 잘 반사합니다. 수백만 개의 랜턴피시 부레가 소나를 반사한 탓에 관측자들은 이곳을 바닥으로 생각했습니다.

2007년 전 세계의 소나 관측 결과를 통해 유추해 보면, 지구상에는 50억에서 100억 톤에 이르는 심해산란층이 존재합니다. 심해산란층이 발견된 것은 군사적 목적의 관측 덕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심해산란층에서 음파가 산란되는 양상을 통해 심해 생태계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과학과 기술, 지혜와 지식이 죽음보다는 삶을 위해 많이 쓰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더 알아보기

Wikipedia, Deep scattering layer
Ocean Exploration, What is the deep scattering layer?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블로그, 바다의 가짜 바닥, 심해산란층
나무위키, 음파탐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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