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동시에 띤다는 것은 이제 잘 알려진 과학적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란 어렵습니다. 지금처럼 이론이 정립되기 이전에는 과학자들도 많은 혼란을 느껴야 했습니다.
푸아송은 빛이 입자라고 믿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1818년 프랑스 과학 아카데미에서 개최한 빛의 속성을 설명하는 대회의 심사위원으로 참가했습니다. 대회에는 프레넬이라는 인물이 참가했는데, 그는 빛이 파동이라는 이론을 제출하였습니다. 푸아송은 빛이 파동일 리가 없다고 생각했고 프레넬이 틀렸음을 증명할 실험을 고안했습니다.
원형의 장애물을 놓고 그 방향으로 빛을 쏩니다. 빛이 입자라면 원형의 장애물을 통과하지 못해, 뒤쪽 벽에는 깔끔한 원형의 그림자가 생겨야 합니다. 그런데 빛이 파동이라면 회절(파동이 장애물 가장자리에서 휘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마치 우리가 벽이 있어도 그 너머의 소리를 들을 수 있듯, 장애물의 뒤쪽으로도 빛은 전해질 것입니다. 장애물이 원형이므로 모든 방향에서 똑같은 회절이 일어날 것이고, 원의 중심에서는 회절한 파동이 모두 중첩될 것입니다. 따라서 원형의 그림자 한가운데에 구멍이 생긴 것처럼 빛이 모이는 지점이 있을 것입니다.
구멍이 없는 원형 물체의 그림자에 구멍이 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푸아송 역시 그림자에 구멍이 생길 리가 없으니 빛은 파동이라는 주장은 틀렸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푸아송은 그 사실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는지 실제로 실험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프랑스 과학 아카데미의 또다른 인물인 아라고는 달랐습니다. 그는 푸아송이 고안한 실험을 실제로 행했습니다. 푸아송의 생각과 달리 그림자 한 가운데에 정말 빛이 나타났습니다. 빛의 파동성을 반박하기 위해 고안됐던 실험이 오히려 빛의 파동성을 명백히 보여주는 증거가 되고 만 것입니다.
이 그림자 한 가운데에 나타난 빛의 점을, 빛의 파동성을 주장한 사람의 이름을 따 '프레넬 스팟'이라고도, 실험을 고안한 사람의 이름을 따 '푸아송 스팟'이라고도, 직접 실험을 한 사람의 이름을 따 '아라고 스팟'이라고도 합니다. 참으로 평등한 네이밍입니다.
더 알아보기
Wikipedia, Arago spot
Antonalyptic, Arago's spot
소심한도봉남자, [파동 광학] 빛의 회절 Pt. 1 - 회절을 쉽게 이해해 보자. (푸아송 반점, 프라운호퍼 회절, 프레넬 회절)
지식줄고양, 조금 불쌍해졌어
에펨코리아, 소크라테스의변비, 그림자속 빛 (poisson sp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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