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이런 실험을 해보셨나요? 빨대 두 개를 입에 뭅니다. 한 개는 음료에 꽂고 한 개는 음료에 닿지 않게 둔 뒤 두 개의 빨대를 동시에 빱니다. 이럴 경우 음료는 빨대를 타고 올라오지 않습니다. 빨대는 기압 차로 음료를 끌어올리는데, 추가된 한 개의 빨대가 기압 차를 없애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닭의 경우 물을 빨아 마시지 못합니다. 인간은 볼이 닫혀 있고 입술을 꾹 닫을 수 있고 코로 뚫린 길도 잠시 막을 수 있는 데다 혀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 입 안의 기압을 낮춰 물을 빨아 마시는 게 가능합니다. 하지만 닭은 입천장이 갈라져 있어 입 안의 기압을 낮추는 게 불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닭은 물에 부리를 찍은 뒤 고개를 들어 중력으로 물을 넘겨 마시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앞서 인간은 볼이 닫혀 있다는 말을 했는데 이 부분이 낯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볼이 닫혀 있지 않은 동물은 흔합니다. 개과, 고양이과 동물들은 인간으로 치면 어금니까지도 입이 찢어져 있어 입을 크게 벌리기 유리하게 되어 있습니다. 대신 볼이 닫혀 있지 않아 인간처럼 물을 머금고 있을 수가 없습니다.
개과 동물들은 혀를 국자 모양으로 만들어 물을 떠 마십니다. 이 글을 읽으며 혹시 혀를 국자 모양으로 말아보셨나요? 열에 아홉은 혀를 앞으로 마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개과 동물들은 반대로 혀를 뒤쪽으로 말아서 국자 모양을 만듭니다.
고양이과 동물들은 더 특이합니다. 고양이 혓바닥을 만져 보신 적이 있는 분이라면(고양이과 동물에 고양이만 있는 건 아니지만 다른 친구들 혓바닥을 만지시려면 상당한 각오가 필요합니다) 까칠까칠하다는 걸 느끼셨을 겁니다. 고양이과 동물들의 혀엔 돌기가 잔뜩 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구조의 혀를 물에 담갔다 빼면 순간 물기둥이 형성됩니다. 고양이과 동물들은 이 물기둥을 끊어 마시는 방법으로 물을 마십니다.
캥거루쥐는 건조한 지역에 사는 독특하고 귀여운 녀석들입니다. 이들은 건조지대에 적응하여 물을 거의 마시지 않습니다. 콩팥의 기능이 매우 뛰어나 수분을 최대한 회수하고 오줌도 물기가 거의 없는 고농축 오줌을 눕니다. 필요한 수분의 90%를 체내 합성과 콩팥에서의 회수로 충당하고 나머지 10%는 먹이에서 흡수합니다. 심지어 코에 응축된 수증기마저 몸에서 재흡수합니다. '듄' 시리즈에 나오는 프레멘을 연상시키는 생활 방식입니다. 캥거루쥐가 물을 직접 먹으면 오히려 신장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합니다.
개구리들도 우리가 쓰는 의미로 물을 '마시진' 않습니다. 그들은 피부를 통해 물을 흡수합니다. (제가 개구리를 많이 징그러워 해서, 개구리만큼은 사진이나 영상을 담지 않았습니다.)
물고기들도 개구리처럼 피부를 통해, 그리고 아가미를 통해 물을 흡수합니다. 여기엔 삼투압의 원리가 적용되기 때문에 민물고기냐 바다물고기냐에 따라 디테일한 부분에선 차이가 있습니다. 아가미에 소금을 혈액 안 혹은 밖으로 조절하는 특수한 세포가 있어서 신체에 이상이 생기는 걸 방지합니다.
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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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엔딩멘트가 없는 느낌이에요 ㅋㅋㅋ
페퍼노트
건조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엔딩멘트를 생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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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짜맨
너무신기해요............
페퍼노트
이제 물 한 잔 드시고 오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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