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클 수록 암에 잘 걸리지만, 고래는 암에 잘 걸리지 않는다

페토의 역설에 대해 알아봅니다

2024.05.12 | 조회 1.22K |
0
|

페퍼노트

당신의 삶에 양념 같은 지식을! '그런 건 어떻게 알았어?' 할 때 '그런 것'들을 전해 드립니다.

올해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이 개봉할 예정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데드풀은 슈퍼히어로 캐릭터로서는 특이하게 암 환자라는 설정이 있습니다. 암세포가 끊임없이 증식하는 동시에 그가 가진 초재생능력이 암세포를 끊임없이 죽이고 있어서 균형이 유지된다는 설명입니다.

사람은 살면서 약 1,000조 번의 세포 분열을 겪습니다. 1,000조 번의 세포 분열이 단 한 번도 고장나지 않고 완벽하게 작동하긴 어렵습니다. 건강한 사람에게서도 하루에 5,000개 정도의 돌연변이 세포가 생겨난다고 합니다. 마치 데드풀처럼, 보통은 면역 체계에 의해 빠르게 제거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간혹 몸에서 돌연변이 세포를 제거하지 못해 돌연변이 세포가 끝없이 증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을 암이라 합니다.

즉 암은 일종의 오류로 인해 발생합니다. 물건을 많이 만들면 그만큼 불량품의 개수도 많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덩치가 클 수록 세포가 많고, 세포가 많을 수록 세포 분열도 더 많이 하고, 세포 분열을 많이 할수록 암세포가 생겨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이 때문에 키가 클 수록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Height and mortality from cancer among men: prospective observational study, Height and cancer incidence in the Million Women Study: prospective cohort, and meta-analysis of prospective studies of height and total cancer risk).

같은 원리를 적용해 본다면 고래나 코끼리처럼 커다란 동물들은 작은 동물들에 비해 쉽게 암에 걸려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위의 원리는 같은 종 내에서만 성립하고, 다른 종 간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고래나 코끼리는 쥐에 비해 오히려 암에 잘 걸리지 않고 수명도 훨씬 깁니다. 이 모순적인 현상을, 처음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페토의 역설'이라고 부릅니다.

왜 페토의 역설과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지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습니다. 설명해 보고자 제시된 가설들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먼저 진화론적 관점에서, 커다란 덩치로 진화하려면 암을 억제하는 유전자가 필요했다는 가설입니다. 덩치가 큰 종들은 작은 종들에 비해 암을 억제하는 유전자를 많이 갖고 있습니다. 진화 과정에서, 덩치는 커졌는데 암을 억제하는 유전자를 많이 갖고 있지 않았더라면 쉽게 암에 걸려 죽어 나갔을 것입니다. 덩치가 커짐에 따라 암을 억제하는 유전자도 그만큼 많이 갖고 있어던 개체들만이 살아남아, 지금의 덩치가 큰 종들의 조상이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암을 억제하는 유전자를 많이 갖고 있는 게 생존에 유리한 것은 덩치가 작은 종들도 마찬가지이지 않았을까요? 아마도 암을 억제하는 유전자에는 그만큼 생존에 불리한 영향을 끼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작은 종들에서는 이런 진화가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생식력 감소와 관련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암세포가 암에 걸리기 때문이라는 가설도 있습니다. 암세포는 정상 세포에 비해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라, 증식하는 과정에서 돌연변이의 돌연변이를 낳습니다. 정상세포에게 갔어야 할 영양분을 암세포가 빼앗고 정상세포가 제 기능을 못하게 하는 것처럼, 암세포의 암세포는 암세포에게 갔어야 할 영양분을 빼앗고 암세포가 기능을 못하게 합니다.

세포 증식이 많을 수록 암세포가 생길 일이 많아지는 것처럼, 암세포가 암에 걸리려면 그만큼 암세포의 증식이 많아져야 합니다. 만약 암세포가 2g 정도로 증식에 성공했다면, 쥐의 경우에는 체중의 10%나 전이된 셈입니다. 하지만 고래에게는 0.000002%에 불과합니다. 고래는 쥐보다 훨씬 여유롭게 암세포의 증식을 기다려 줄 수 있습니다. 암세포는 고래에게 문제를 끼칠 수 있을 만큼 증식하기 전에 스스로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같이 볼 링크

한눈에 보는 세상 – Kurzgesagt, '대왕고래가 암에 걸리지 않는 이유 – 피토 역설'
위키피디아, Peto's paradox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페퍼노트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4 페퍼노트

당신의 삶에 양념 같은 지식을! '그런 건 어떻게 알았어?' 할 때 '그런 것'들을 전해 드립니다.

뉴스레터 문의pppr.note@gmail.com

자주 묻는 질문 서비스 소개서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