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량특집을 하기에는 늦은 감이 있긴 합니다만, 살다 보면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뒤를 돌아 보면 실제로 누군가가 보고 있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아무도 없어서 괜히 무서워지기도 합니다. 누군가가 우리를 보고 있을 때 우리는 정말 그것을 감지할 수 있는 걸까요?
소리나 냄새를 감지해서 인기척을 느끼는 것은 당연합니다. 무언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면 자연스럽게 뒤에 누군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감각은 생존에도 유리하기 때문에 자는 동안에도 청각만큼은 잘 작동합니다. 깊은 잠에 빠져 있는 경우에도 '배내측 시상핵' 신경은 깨어 있어 소리에 반응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선을 느끼는 것은 어떨까요? 눈에서 빔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뒤에서 누군가 우리를 보는 것을 느낄 수 있을까요? 이것과 관련하여 위키피디아에서 Psychic staring effect라는 항목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존 에드가 쿠버가 1913년 행한 실험에서, 실험자는 주사위를 활용해 50%의 확률로 피실험자를 보거나 보지 않고 있었고, 피실험자는 실험자가 자신을 보았을지 보지 않았을지를 느끼는 대로 응답하였습니다. 10명의 피실험자에게 100회씩 실험한 결과 50.2%의 정확도로 답을 맞힐 수 있었는데, 이는 완벽한 우연이라고 봐도 될 정도의 확률입니다. 즉, 우리는 시야 밖에서 누군가 우리를 보고 있는지 감지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시선을 느낀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단은 확증 편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못 맞히는 경우보다는 맞히는 경우를 더 기억했을 뿐인 것입니다.
진화론적으로 생각했을 때에는 시선을 느낀다 생각하는 쪽이 생존에 더 유리했을 것입니다. 적당히 겁쟁이여야 자손을 남깁니다. 지나치게 용감한 조상은 자손을 남기기 전에 다 죽었습니다. 앞서 말한 깊은 잠 속에서도 소리를 듣는 능력은 물론이고 느끼지도 못하는 시선을 느낀다 생각하는 것도 생존에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호랑이가 없어도 '왠지 내 뒤에 호랑이가 있는 것 같아'라고 생각했던 조상이 후손을 남겨서 유전자가 이어져 올 가능성이 높고, '무슨 호랑이야, 아무 것도 없는데 괜히 그래'라고 용감히 생각했던 조상은 호랑이에게 죽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아무런 위협이 없어도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겁을 먹는 유전자를 이어 받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혹시 스스로 겁이 많은 게 단점이라고 생각하신 적이 있다면 위로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성격에 단점이라고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나요? 우리가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들도 대개는 생존에 어딘가 쓸모가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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