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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팍한 정신이란, 모든 것을 단순화시켜 생각하려는 충동입니다. 예술은 정확히 그 반대로 작용합니다. 좋은 예술은 세상을 단순하게 해석하려는 시도에 저항하는 것이란 뜻입니다. 좋은 예술의 또 다른 특징은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책이나 노래에 빠져 넋을 잃은 경험은 시간과 공간의 존재를 잊게 만든 것이고, 이는 ‘내 안에서 끊임없이 떠들어대는 자의식 강한 자아의 입을 닫게’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겸허함입니다.
예술은 바로 그런 아름다움을 일상의 도처에서 발견하게 해 줍니다. 아마 이것이 예술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일 겁니다. 바로 일상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들며, 매 순간 기쁨과 감동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힘 말이지요. 그 순간 다른 모든 것은 무의미해지며, 우리는 다시 희망을 품을 수 있습니다. 어쨌건 내일은 내일의 해가 떠오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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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정말로 간편한 해답도 확실한 구원도 없지만, 읽는 행위는 아주 많은 삶과 세계를 불러온다. "읽음을 통해서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은, 텍스트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삶과 세계는 텍스트이다." 우리의 삶이 텍스트라면 우리는 상호 텍스트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의 세계는 시공간을 넘어 상호 의존한다. 타인을 읽는 행위는 그 자체로 인용이고 받아쓰기다. 나는 다른 이들의 이야기로 나를 고치고 깁고 늘리며 살았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장소의 풍경을 알고 있듯이, 나는 내가 살아보지 않은 삶을 안다. 연결되는 텍스트가 늘어날수록 나는 다채롭고 거대한 모자이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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