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유진 작가
굴곡 없는 삶이 있을까 싶어요. 모두 그렇듯이 저 역시 상처를 주고받고 만들며 살아왔는데요. 저에게는 상처를 받는다는 표현보다 만든다는 표현이 더 정확한 것 같아요. 그냥 흘려보낼 수 있는 일도 상처로 만든 게 아닌가 할 때가 많거든요.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상처의 경험을 통해 비로소 상처를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건 무뎌지는 것과는 조금 다르죠. 기억을 쓰면서 되돌릴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쓰는 행위를 통해 기억을 다시 살아볼 수 있고, 다시 살아보고 나면 조금은 다른 내가 되어 있더라고요. 그렇게 상처를 무늬로 만드는 방법을 배워가는 것 같아요. 저는 표백된 하얀 세상이 아니라 무늬 가득한 세상을 만들며 살고 싶어요.
확실한 것은 번역도 글쓰기도 고강도의 노동이라는 것이죠. 엉덩이 힘으로 쓰고 옮긴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저는 주로 새벽에 글을 써요. 일어나면 따뜻한 물을 한 잔 마시고 바로 쓰기 시작하죠. 망설이는 시간을 많이 주지 않으려고 해요. 생각이 많아지고 망설임이 길어지면 직관을 잃어요. 저에게 직관은 중요한 요소거든요. 일단 쓰고, 반복해서 읽고 고쳐요. 퇴고하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들이죠.
# 「당신이라는 모든 매미」 이규리
새벽 서너시까지 울어대는 매미
삼베 이불이 헐렁해지도록 긁어대는 소리
어쩌라고 우리 어쩌라고
과유불급,
나도 그렇게 집착한 적 있다
노래라고 보낸 게 울음이라 되돌아왔을 때
비참의 소리는 밤이 없었을 것이다
불협도 화음이라지만
의미를 거두면 그저 소음인 것을
이기적인 생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어서
우리 안에는 당신이라는 모든 매미가 제각기 운다
어느 것이 네 것인지 종내 알 수도 없게 엉켜서
허공은 또 그렇게 무수히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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