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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설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는 2006년 영국 윔블던 대회를 관전했다. 그는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의 환상적인 경기를 보고 감복했다. 자신이 목격한 경이로운 순간을 글로 남기기로 한다. 그렇게 '페더러, 육체이면서도 그것만은 아닌'이라는 제목의 에세이가 탄생했다. 그는 "뛰어난 운동선수의 아름다움은 직접적으로 묘사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적었다.
경외감이란 인간의 이해로 헤아리기 어려운 대상에게서 느끼는 감정이다. 점프 후 중력이 허락하는 시간보다 한 박자 더 공중에 머물렀던 마이클 조던, 드리블을 하는 순간 상대 수비수를 조연으로 만들어버린 마라도나,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주먹을 날린 무하마드 알리. 모두 페더러와 같은 부류다. 물리법칙에서 자유로워 보이는 이들은 초자연적 인물에 가깝다. '천재'라는 칭호를 얻은 운동선수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인간이 할 수 없는 플레이를 선사하는 사람들이다
바츨라프 니진스키는 1913년 안무가로서 '봄의 제전'을 내놨다. '발레는 아름다운 것'이라는 관념이 굳건했던 시절이었다. 아름다움은커녕 불편한 감정을 끄집어내는 '봄의 제전'은 재앙이었다. '봄의 제전'이 걸작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춤을 우아함에서 해방시켰기 때문이다. 세상이 선한 의지로만 채워져 있지 않듯, 발레도 꼭 아름다움만을 대변할 필요는 없다고 니진스키가 알려준 것이다. 더 나아가 니진스키의 도발적인 몸짓은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는 것이 예술의 사명 아닌가"라고 묻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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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대칭형으로 설계한 몸통을 가진 생명체는 바다와 육상을 통틀어 전체 동물의 99% 이상이다. 좌우대칭은 빠른 움직임을 보장하는 진화적 참신성이었다. 러시아 동물학자 베클레미셰프는 일찍이 직선 운동이 갖는 진화적 이점이 좌우대칭 동물의 탄생을 이끌었다고 단정했다. 앞으로 나아가는 물체는 물속에서 반대 방향의 저항을 받는다. 이때 무정형인 해면은 몸이 겪는 항력의 불균형 탓에 빙빙 돌면서 앞으로 나가지 못할 것이다. 해면이 고착 생활을 선택한 이유다. 한 평면을 중심으로 좌우가 대칭인 생명체들은 직선 움직임뿐만 아니라 방향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도 있다. 기동력을 얻은 생명체가 물에서 뭍으로 올라와서도 여전히 그 몸통 설계를 바꾸지 않은 이유다. 중요한 것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생명은 단절이 없고 식물은 태양을 향해 위로 동물은 먹이를 쫓아 앞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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