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와일드〉
엄마: 나 자신으로 살아보질 못했어.
셰릴: 그러지마 끝난 거 아니야. 좋은 의사 찾아서 싸워 이겨야지.
엄마: 평생을 엄마 아니면 아내로 살았어. 내 인생인데 내 맘대로 한번 못 하고. 시간이 엄청나게 많은 줄 알았어.
엄마: 네게 가르칠 게 딱 하나 있다면 네 최고의 모습을 찾으라는 거야. 그 모습을 찾으면 어떻게든 지켜내고.
셰릴: 그래서 엄마는 이게 최고의 모습이야?
엄마: 노력 중이야. 그 주정뱅이와 결혼한 걸 후회하냐고? 아니. 한순간도 후회 안 해. 그 덕에 네가 생겼잖아. 네 동생도. (…) 오늘보다 훨씬 끔찍한 날들도 있을거야. 거기에 질식해 죽는 것도 자유지. 근데… 글쎄다 난 살고 싶어.
엄마가 질리게 자주 하던 얘기가 있어요. '일출과 일몰은 매일 있으니까 네가 맘만 먹으면 볼 수 있어. 너도 아름다움의 길에 들어설 수 있어.'
엄마가 자랑스러워 할 딸이 되기까지 4년 7개월하고도 3일이 걸렸다. 엄마 없이… 슬픔의 황야에서 자신을 잃어버린 후에야 숲에서 빠져나오는 길을 찾아냈다. 종착점에 닿기 전까진 어딘지도 모르고 걸었다. 수도 없이 감사하다고 되뇌었다. 길이 준 가르침과 나도 모를 미래에 대해. (…) 이젠 공허한 손을 뻗을 필요가 없다는 것도 안다. 물속을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내 인생도 모두의 인생처럼 신비롭고 돌이킬 수 없고 고귀한 존재다. 진정으로 가깝고 진정 현재에 머물며 진정으로 내 것인 인생 흘러가게 둔 인생은… 얼마나 야성적이었던가.
# 영화 〈북샵〉
그녀가 말하길 책을 읽을 땐 그 안에 살게 된다고 했다. 표지가 지붕과 벽이 되는 집처럼.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건 책을 다 읽고 나서 그 얘기가 머릿속에서 생생한 꿈처럼 살아 숨쉬는 순간이었다.
그러고 나선 그녀는 산책을 즐겼다. 책을 읽고 가득해진 감정과 생각들을 정리하기 위해서.
감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부인만큼 옳고 그름에 연연하진 않지만 부탁하신 대로 '롤리타'를 읽었고 좋은 책이에요. 그러니 우리 동네에서 팔아볼 만할 거 같아요. 이해 못 할지도 모르지만 해보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때론 이해 안 되는 것에 도전해볼 필요도 있으니까.
제 의견을 드렸을 뿐입니다. 제가 인간에 관해서 가장 존경하는 점이자 가장 가치있게 여기는 건 신이나 동물들과 공통된 유일한 미덕인데요. 그래서 더 이상 미덕이라고 일컫진 않겠지만. 그러니까… 용기 말예요. 그런데 부인께선… 엄청난 용기를 가지셨네요. 그래서… 돕고 싶어요. 덕분에 제가 다시 믿게 됐어요… 잊혀진 줄 알았던 것들을요.
그녀는 자신의 꿈을 이뤘지만 그들이 낚아채버렸다. 하지만 그녀가 가슴 속 깊이 간직한 것은 그 누구도 뺏을 수 없었다. 바로 그녀의 용기. 그 용기와 책에 관한 그녀의 열정이 나에게 유산처럼 남겨졌다. 그녀가 남긴 명언이 있다. '그 누구도 서점에서는 결코 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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