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인에게 느꼈던 것은 끝 모를 자신감과 낙천성이었다
스타트업 대표들은 우울증을 앓아도 알릴 수 없다. 어느 스타트업의 대표가 심리적으로 불안하다고 알려지는 순간, 투자와 거래는 물 건너가고 믿고 따르던 직원들도 회사를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색도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는 대표들이 많았다.
미국 벤처투자사(VC)들은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계약서에 투자금 일부를 대표의 정기적 심리 상담과 치료 프로그램을 밟기 위해 사용한다는 조건을 반드시 넣는다. 그들은 대표들이 겪는 정신과 심리 불안을 회사 성장 단계에서 겪는 당연한 과정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우울증뿐 아니라 대표의 지나친 자만과 과신도 포함된다. 그래서 미국의 VC들은 '멘털 코치'라고 부르는 전문적 상담가들과 프로그램 목록을 공유한다.
# 햇빛도 때로는 독이다
3년 연속 세계 피인용 상위 1% 연구자(약리학 및 독성학 분야), 미래창조과학부 지식창조대상(2015), 사회혁신유공 대통령 표창(2019). 박은정 경희대 의대 교수는 미세먼지, 미세플라스틱, 생활화학제품 내 화학물질 등 일상 속 유해물질에 의한 질병 발생 기전을 주로 연구하는 독성학 전문가다. ‘비(非)SKY’ 출신에다 경력단절을 겪었으며, 본래 면역학 전공이었다는 이력도 따라붙는다.
“제품을 사용할 때, 자기 생각(판단)을 넣지 마라. 때가 더 잘 빠지리라 생각해 여러 제품을 섞어 쓰고, 더 큰 살균 소독 효과를 보려고 락스를 넣고 그러지 않나. 그 농도가 과연 (목표 달성에) 효과적인지는 검증이 안 됐다. 권장 농도 이상으로 제품을 사용한다고 해서 효과가 더 커지는 건 아니다. 표기된 사용 방법이 시키는 대로, 용법과 용량을 그대로 지키는 것이 효과를 높이고 건강도 안전하게 유지하는 길이다.”
“늦었다는 건 없다. 늦었다, 늦어서 안 된다고 생각하는 순간은 자기가 만드는 거다. 서른일곱 살에 처음으로 피펫(액체를 옮기는 실험 도구)을 잡았다. 연구할 수 있는 상황 자체가 감사했다. 어느 인터뷰를 보니 올림픽 선수에게 ‘어부지리 1위와 최선을 다한 은메달 중 어떤 것이 좋은가’를 묻던데, 어부지리란 건 없는 것 같다. 어부지리로 결승에 올랐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그는 자기 속도대로 계속 갔다. 앞에 있던 사람들이 우연히 다 넘어지긴 했지만 그도 최선을 다해 달린 거다. 나도, 다른 분들에게도 그런 순간은 언제든지 올 수 있는 거고. 따라서 늦은 건 없다. 참고 견디면서 일단 가야 한다. 뭔가를 하고 싶다면 그냥 가는 게 아니라 꿈을 향해 계속 가야 한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그렇게 딱 10년을 살았던 것 같다. 이겨내고 계속했기 때문에 기회를 잡지 않았을까.”
"독성학은 예측학문이다. 세포와 동물에서 관찰한 내용이 앞으로 사람한테 어떻게 펼쳐지리라 예측하는 학문이다. 계속 많은 가능성을 고려하면서 공부하려면 연구자로서의 소신과 왜 공부를 시작했는지 등을 계속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 앞으로 무슨 역할을 할 건지, 어떤 사람이 될 건지는 자신의 몫이다. 끝도 시작도 결정은 결국은 다 스스로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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