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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연 시인의 시집 ‘당근밭 걷기’에 실린 시 ‘긍휼의 뜻’에는 “백지 앞에서 마음이 한없이 캄캄해질 때”나 “걸고 쓰느라 부서진 마음 알아봐주는” ‘단 한 사람’이 등장한다. 인생의 운명적인 구원자와도 같아 보이는 단 한 사람이지만, 그가 하는 일들은 그리 대단하진 않다. “등 뒤에 집채만한 나무 그림자를 매달고 나타나 /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서로의 목격자 되어주기” “서글픈 농담하고 싱긋 웃기” 등의 소소한 일들이다.
이런 ‘너’의 행동들은 ‘나’의 생기가 되고, 계속 살아갈 수 있게 해주곤 한다. 어쩌면 인생도 이런 것이 아닐까. 매일을 살아가게 하는 건 대단히 그럴싸한 무언가가 아니라 소소하지만, 분명히 곁에 있었던 누군가와 함께했던 순간들일 것이다.
안 시인은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시집에 수록된 시를 쓰는 동안 너무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 그래서 저로서는 무척 절박했던 것 같다. 삶은 굉장하다고, 상상 이상의 반짝임과 일렁임으로 가득하다고, 그러니 반드시 살아 있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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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상은의 '비밀의 화원'은 우울증을 겪는 후배를 위해 만든 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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